中 기업, 근로자 뇌파 측정해 감정 파악..."인권 침해"

"업무 생산성 향상" vs "사생활 침해"

디지털경제입력 :2018/05/02 10:56

중국 일부 기업과 군대, 병원 등에서 뇌파를 측정해 감정을 파악하는 기술을 근로자들에게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쓰는 작업모에 뇌파를 모니터링하고 인공지능(AI) 컴퓨터와 연동되는 장치를 달아놓은 것이다.

해당 기술을 채택한 중국 기업들은 업무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해외 언론이나 인권단체는 사생활 침해 문제로 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2일 미국 정보기술(IT)매체 씨넷,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여러 외신 따르면 항저우 중흥전자(Hangzhou Zhongheng Electric)를 포함한 중국 공장, 사업체 12곳 이상이 두뇌 활동을 읽을 수 있는 장치를 근로자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회사는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즐거움, 분노, 슬픔 등을 느낄 때 해당 장치가 측정한 데이터를 보고 적절하게 작업 흐름이나 업무량을 조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직장이나 업무 현장 내 폭행 같은 폐해를 막는 데도 효과적이라는 시각이다.

항저우 중흥전자를 포함한 중국 공장, 사업체 12곳 이상이 두뇌 활동을 읽을 수 있는 장치를 근로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사진=씨넷)

해당 장치는 가벼운 무선 센서로 근로자들이 쓰고 있는 안전모나 작업용 모자에 들어가 있다. 근로자 머리 위에서 끊임없이 뇌파를 모니터링하며 우울이나 불안, 분노 같은 정서적 변화를 탐지하지 위해 AI 알고리듬을 사용하는 컴퓨터와 연동돼 있다.

항저우 중흥전자 관계자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장치가 생산성을 높여준다고 설명했다. 국가전력망 저장성 전력공사(State Grid Zhejiang Electric Power) 역시 장치 도입 후 지난 4년간 3억 달러(약 3220억원) 이상 이익을 향상시켰다고 발표했다.

닝보 선양 물류(Ningbo Shenyang Logistics)는 신입사원 양성에 해당 기술을 활용 중이며 지난 2년간 1억4천만(약 237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됐다고 주장했다.

근로자 뇌파를 측정하는 이 프로젝트는 중국 주요 연구센터 중 하나인 닝보대학이 중국 정부 지원을 받아 진행 중이다. ‘뉴로 캡(Neuro Cap)’이라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공장은 물론 고속열차 같은 대중교통, 국영기업, 군대, 병원 등 여러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 MIT가 발행하는 기술분석 잡지 MIT테크놀로지리뷰는 해당 장치의 뇌 활동 감시 효과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MIT테크놀로지리뷰는 지난 1일 블로그에서 뇌파검사법(EEG)를 통해 피부 너머 뇌를 측정하는 것은 탐지 범위가 매우 제한적인데다 측정 신호와 실제 사람 감정 사이 관계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기술을 업무 효율성이라는 경제적 관점이 아닌 사생활 침해라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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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엠네스티 소속 윌리엄 니(William Nee) 중국 연구원은 씨넷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기업들이 이같은 감시 기술을 널리 보급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중국 정부는 독립적인 노동조합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고용주는 잠재적인 생체 감시 기술을 사용하기 쉽다”고 우려했다.

이어 “기업이 해당 기술로 수집한 데이터를 중국 정부가 다시 수집하고 인권 침해 행위에 사용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도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