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대형 로펌사가 글로벌 3대 D램 제조사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그동안 D램 가격을 불법적으로 끌어올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3사가 메모리 호황의 중심에 있는 D램 공급량을 고의적으로 제한해 이윤을 취했다는 지적이다. 다만 전세계적으로 메모리 사업부문 이익이 안정적으로 증가 중이어서 이들 업체들에 경제적인 의미의 리스크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美 대형 로펌 "삼성·SK·마이크론, D램 가격 일부러 올렸다"
미국 대형 로펌 하겐스 버먼(Hagens Berman)은 지난 27일(이하 현지시간) "삼성과 SK, 마이크론 등 유수의 메모리 업체들이 D램 가격을 불법적으로 올려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줬다"며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이 29일 보도했다.
이 로펌이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3사는 지난 2016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D램 공급을 제한했고(Agreed to limit the supply), 가격을 상승시켰다(driving up prices)는 의혹을 받는다.
하겐스 버먼은 소송 제기에 앞서 2016년도 1분기부터 지난달까지의 D램 가격을 전수 조사했다. 조사 결과 4기가바이트(GB) D램 가격이 130% 가량 상승했고, 같은 기간 3사의 매출 또한 2배 이상 늘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하겐스 버먼은 지적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D램 제조업체들이 가격 담합 소송에 휘말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겐스 버먼은 2006년에도 D램 제조사에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특히 하겐스 버먼은 지난 2004년 D램 가격 담합 사건을 언급하며 "이번에도 소비자가 승리할 것이다. 2016년과 지난해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을 산 미국 소비자 누구나 소송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업계 "반도체 가격, 철저히 시장원리에 따라 움직여"
다만 업계는 과거 집단소송 사례를 들어 이번 소송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과거 소송이 장기화되거나 충당금이 커지는 경우 실적 전망 및 주가에 걸림돌로 작용했다"면서 "그러나 메모리 반도체 부문 이익이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경제적 의미의 리스크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또 "SK하이닉스는 2013년 미국 램버스와의 소송이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줬지만, 이후 미국 샌디스크, 일본 도시바, 미국 넷리스트의 소송에 따른 영향은 미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전자 역시 최근 미국 통신칩 업체 퀄컴과의 소송으로부터 받은 영향이 미미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연구원은 "메모리 업황이 견조하고 실적이 증가하더라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소송 이슈로 인해 이런 점을 전면적으로 내세우지 않을 것"이라며 "양사의 실적 가이던스(전망치)는 더욱 보수적으로 발표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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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삼성과 SK, 마이크론은 이에 대해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3사는 추후 소장을 확인하고 내용을 검토해 법률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들은 D램 가격 폭등의 원인이 담합 때문이 아닌 시장 상황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3사가 D램 공급을 의도적으로 제한했다고 하는데, 메모리 가격은 담합이 아닌 철저히 시장 논리에 의해 조정되고 있다.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등의 수요가 폭등하면서 당연히 가격도 따라 오른 것"이라며 "현재 소송에 휘말린 3사는 글로벌 D램 시장의 96% 비중을 차지하는 구조여서, 가격이 너무 높다는 불만이 앞으로 3사에 계속해 쏟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