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인텔 80386 프로세서가 출시되며 등장한 32비트 컴퓨터 기술이 퇴장을 앞두고 있다. 스마트폰·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가 64비트 환경으로 돌아섰고 PC 운영체제나 하드웨어 드라이버도 32비트 벗어나기에 돌입했다.
■ 32비트 버리기에 들어선 애플과 엔비디아
애플은 'WWDC 2017'에서 맥OS 하이시에라(10.13)를 공개하면서 32비트 앱 지원을 다음 버전에서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업데이트된 맥OS 하이시에라(10.13.4)는 32비트 앱을 실행하면 '시스템에 최적화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띄운다.
페이지, 키노트 등 오피스 앱과 파이널컷프로 등 애플이 직접 개발한 앱은 모두 64비트 기반이다. 오는 6월 공개될 맥OS 새 버전부터는 32비트 앱 지원이 완전히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엔비디아는 4월부터 32비트 운영체제용 드라이버 지원을 중단했다. 새로 나온 게임에 최적화된 드라이버는 더 이상 공급되지 않으며 보안 패치만 제공된다. 그러나 보안 패치 역시 2019년 1월까지만 제공된다. 반면 AMD는 라데온 그래픽카드용 32비트 드라이버를 여전히 제공하며 아직 단종 계획은 없다.
■ 64비트로 넘어가는 가장 큰 이유 "메모리 용량"
64비트 운영체제와 앱이 등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메모리 용량의 한계 때문이다. 32비트 운영체제와 앱은 설계 한계상 최대 3.25GB밖에 쓸 수 없기 때문이다. 4GB 이상 대용량 메모리를 써야 하는 서버 운영체제는 이런 이유 때문에 가장 먼저 64비트 환경으로 넘어갔다.
4GB 이상 메모리 탑재가 보편화되고 고성능을 요구하는 앱과 게임이 늘어나면서 일반 소비자용 PC와 스마트폰에서도 64비트 운영체제가 기본이 된지 오래다.
마이크로소프트도 2006년 윈도 비스타 64비트 버전을 출시하면서 지원하는 최대 메모리 용량을 128GB까지 끌어올렸다. 현재 윈도10 홈은 최대 128GB까지, 윈도10 프로·엔터프라이즈·에듀케이션은 최대 2TB까지 메모리를 꽂아 쓸 수 있다.
■ 호환성 문제 피하려면 64비트 운영체제 써야
결국 하드웨어 드라이버 지원 문제나 호환성 등 각종 문제를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64비트 운영체제를 쓰는 것이다. 각종 앱과 하드웨어 드라이버가 32비트 지원을 포기한다 해도 일반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할 전망이다.
우선 최근 10년 간 출시된 PC용 프로세서 중 순수한 32비트 프로세서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프로세서가 AMD가 개발한 x86-64 명령어(AMD64)를 탑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 인텔 아톰 프로세서 등 특수한 용도로 만들어진 프로세서는 여전히 32비트 전용이다.
각종 PC에 기본 설치되는 윈도 운영체제도 대부분 64비트 버전이다. 일부 기업용 PC 구매시 호환성 문제를 고려해 32비트 버전을 제공하는 정도다.
아직까지 32비트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도 극히 적다. 게임 플랫폼 스팀이 이용자를 대상으로 매달 발표하는 통계치를 보면 올해 3월 기준 32비트 윈도 운영체제를 쓰는 사람은 전체 이용자의 3%가 채 안 된다.(윈도XP 0.06%, 윈도7 1.4%, 윈도8.1 0.06%, 윈도10 0.27%)
■ 모바일 환경은 이미 64비트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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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와 달리 모바일 환경은 이미 상당부분 64비트로 넘어왔다. 애플은 2013년 출시된 아이폰5S부터 64비트 프로세서인 A7 칩을 탑재했고 이후 출시된 모든 프로세서가 64비트로 작동한다. 작년 출시된 iOS 11은 아예 32비트 앱 지원을 중단한 상태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2015년 출시된 5.0(롤리팝)부터 64비트 앱을 지원한다. 4GB 이상 메모리를 탑재한 모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64비트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로 작동한다. 아직 구글플레이에 32비트 앱을 등록할 수 있지만 2019년부터는 64비트 앱을 우선 등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