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가 공개...기본료 폐지 논쟁 재점화

"기본료 특정 가능" vs "데이터 요금제 해당안돼"

방송/통신입력 :2018/04/13 14:09    수정: 2018/04/13 14:25

통신요금 산정 관련 자료를 공개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그간 기본료 폐지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나 있던 시민단체들이 다시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베일에 싸여 있던 요금제 속 기본료를 알 수 있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오히려 이번 자료 공개를 통해 다년간 진행돼 온 기본료 논쟁을 끝맺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판결에서 제외된 2011년 이후 4G 요금제 약관이 공개되더라도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시민단체 "감가상각 고려하면 기본료 폐지해야"

13일 업계에 따르면 참여연대, 녹색소비자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기본료 폐지를 위한 후속 활동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지난 2월 종료된 가계통신비 협의회에서 기본료 폐지 대신 보편요금제가 현실적 대안이라고 판단하던 것과 비교하면 달라진 태도다.

녹소연 관계자는 "요금제 관련 정보가 추가 확보되면서 기본료 폐지 주장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간 기본료 논의에서 가장 쟁점이 된 게 통신비 원가였기 때문이고, 이를 알게 되면 2G, 3G의 기본료 폐지는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2G, 3G 등 출시된 지 10년 이상 시일이 지난 서비스의 경우 감가상각을 반영해 무료 제공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시민단체 의견이었다. 그러나 정확한 서비스 원가를 알 수 없어 이를 강력히 주장하지 못했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요금 산정 구조가 공개되면 기본료 유무도 드러날 것"이라며 "기본료 인하나 보편요금제 도입 등 통신비 인하 관련 국민적 요구가 거세질 듯하다"고 예상했다.

대법원에 정보공개청구 거부 취소 소송을 제기했던 참여연대가 4G 요금제에 대해서도 정보공개청구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힘에 따라 기본료 논쟁 범위는 확장될 전망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시민위원장(좌),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민생팀장은 12일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통신요금 원가 관련 자료를 공개하라는 대법원 판결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통사 "원가보상률로 요금제 정하면 소비자 혼란 초래"

원가를 따져 기본료 폐지 여력을 판단해야 한다는 시민단체 주장에 대해 이통사들은 산업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주장이라 맞섰다.

특히 서비스에 따르는 매출을 서비스 원가로 나눈 '원가보상률'로 요금제 수준을 판단하는 것은 요금제 가격이 널뛰기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원가보상률이 100%를 넘으면 투자 대비 수익이 크다는 것이고, 100% 미만이면 수익이 투자비용보다 적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전까지 시민단체들은 이통사들의 총괄 매출과 총 투자비용만 알 수 있었지만, 이번 판결로 인해 2G, 3G 요금제의 매출과 투자비를 알 수 있게 된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기준으로 2G, 3G 요금제의 원가보상률은 100% 이상이거나 근접한 수치가 나오지만, 3G 서비스 초기인 2000년대 중반 원가보상률은 5~10% 수준으로 낮게 나타났다"며 "서비스 초기에는 전국망 구축을 위해 막대한 투자 비용이 지출되는 반면, 가입자는 미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민단체 주장에 따르면 통신사들이 2000년대 중반에는 3G 요금제를 20배 가량 책정해도 타당하다는 논리가 만들어진다"며 "업계는 각 통신 서비스가 운영되는 동안의 전체 투자비와 망 도매대가, 가입자 등을 고려하고, 이를 정부와 협의해 요금제를 책정하는 것인데 특정 연도의 원가보상률을 토대로 기본료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 "향후 수십조원이 투자될 5G 서비스의 요금제도 원가보상률을 고려해 가격을 책정할 경우 서비스 초기 요금이 대폭 오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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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판결을 통한 자료 공개 대상에서 제외된 2011년 이후 4G 데이터 요금제의 경우 이통사는 이전처럼 기본료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기본료는 일정 금액을 내고 제공받는 음성, 문자, 데이터 외 추가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추가금이 붙는 방식의 요금제에서 적용되는 개념"이라며 "4G 요금제는 정액형 요금제로 출시되는 만큼 기본료가 없고, 이는 향후 약관 서류가 공개될 경우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