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각 지자체 주민센터에 설치된 전기차 완속충전기가 관용차 점령과 운영 미숙 문제로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좁은 주차공간과 전기차 완속충전기 운영 지침이 없는 것도 문제다.
지디넷코리아는 10일부터 11일까지 이틀간 서울 양재2동 주민센터, 경기도 수원시 금곡동 주민센터, 경기도 수원시 구운동 주민센터, 경기도 수원시 화서1동 주민센터, 인천시 주안6동 행정복지센터 등 수도권 일부 주민센터에 설치된 전기차 완속충전기 운영 실태를 파악했다.
수원시 금곡동 주민센터에는 지하주차장에 포스코ICT가 마련한 ‘차지비(ChargEV)' 완속충전기 1대가 마련됐다. 차지비 모바일앱에 따르면, 해당 충전기가 설치된 지하주차장의 개방 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일반 전기차도 해당 충전기를 쓸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곳은 민원인들의 이중주차 차량과 주민센터 관용 전기차 등으로 채워져 아예 충전조차 진행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금곡동 주민센터는 전기차 충전소 주변 벽면에 ‘전기 자동차 충전주차구역’, ‘일반차량 주차금지’라는 경고 문구를 붙였지만, 일반 민원차량들의 주차를 막기 어려웠다.
금곡동과 같이 차지비 충전기가 설치된 구운동 주민센터 충전소 자리에도 일반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 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전기차는 다른 전기차 이용 고객들을 위해 충전소 자리가 아닌 다른 구역에 주차됐지만, 일반차 주차로 곧바로 충전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이 자리도 여러 충전 정보 인프라 시스템에 등장해 누구나 활용 가능한 충전기다.
역시 일반 활용이 가능한 차지비 충전기가 설치된 수원시 화서1동 주민센터 충전공간에는 관용차가 주차됐다. 이 관용차는 충전기 연결없는 상태로 주차된 상태였다.
에버온 완속충전기가 설치된 인천 주안6동 행정복지센터 충전소에도 역시 충전기 연결이 되지 않은 관용차가 점령하고 있었다. 전기차 충전정보 인프라 앱 ‘EVWhere'에 따르면 해당 공간은 24시간 이용 가능하다고 나와 있고, SK텔레콤 티맵까지 검색이 되는 곳이지만 일반 전기차 이용 고객에겐 '그림의 떡' 같은 공간이다.
서울 양재2동 주민센터 앞에 자리잡은 차지비 충전기 충전공간에는 서울시의 복지전용차량 '찾동이(아이오닉 일렉트릭)'가 주차됐다. 이 '찾동이'는 충전기가 연결되지 않은 상태로 주차됐다. 해당 충전소 바로 옆에는 '순찰차 전용'이라고 표기돼 일반 차량들이 쉽게 주차할 수 없다. 지디넷코리아 취재 결과, 해당 충전기는 민간이 누구나 쓸 수 있도록 조치된 충전기였다.
■충전기 운영에 대한 정보 없는 주민센터
환경부가 운영하는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 정보 사이트 'ev.or.kr'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 주민센터 또는 행정복지센터에 설치된 충전소 수는 1천489곳에 이른다. 이 중 대다수는 완속충전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주민센터에 설치될 전기차 충전기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아직까지 전기차 충전기 운영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주민센터 직원들에게 제대로 공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곡동 주민센터의 경우, 전기차 충전소 주변에 설치된 차량들을 바로 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만일 충전기 이용에 어려움이 있다면 인근 대형 마트를 이용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소유한 전기차 운전자 C씨는 "경기도 의정부2동 주민센터에 완속 충전을 진행하려고 하다가, 관용차가 그 자리를 메워 충전조차 진행할 수 없었다“며 "다음부터 주민센터 관계자가 충전소 자리를 비워놓겠다고 말했지만, 그 다음 날 다시 가보니 관용차가 충전소 자리에 그대로 주차돼 충전을 못했다"고 말했다.
경기 및 인천 지역 주민센터들이 운영하는 대다수 관용차는 보건복지부로터 제공받은 르노삼성 SM3 Z.E. 전기차다. 르노삼성차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직접 구매해 지자체 주민센터로 보급한 SM3 Z.E.는 무려 1천200여대에 이른다.
하지만 주민센터 스스로 이 전기 관용차 운영에 미숙함을 드러내면서, 충전만을 위해 방문한 일반 전기차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민센터 측도 고충은 있다. 주민센터 건물 규모와 주차면수 사정이 구청보다 좋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전기 관용차를 충전소에 세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상급 기관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내놓지 않은 것도 이들이 겪는 고충 중 하나다.
■정확한 안내, 관련 법 강화 필요
주민센터 내 전기차 충전기가 제대로 활용되려면,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련 법안 강화와 인프라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는 최근 전기차 충전소 내 일반 내연기관 차량 주차 방지법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오는 9월부터 적용된다. 만일 일반 내연기관차가 전기차 충전소 내 주차를 하면 2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하고, 충전 시설 및 구역에 물건을 쌓거나 통행료를 가로막으면 100만원의 과태로가 부과된다.
하지만 전기차의 충전공간 내 장기 주차를 제재할 법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전기차 충전소가 전기차 전용 주차공간이라는 인식이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어, 이를 방지할 새로운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주민센터 충전기 운영 문제 등을 방지하려면 충전소 인프라 시스템에 부분 공용과 비공개 충전기를 표기하지 말고, 누구나 쓸 수 있는 완전 공용만 표기하는 것이 옳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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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정부와 EVWhere 등의 충전 인프라 앱을 보면, 충전기 별로 ‘부분공용’, ‘완전공용’ 같은 표기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전기차 입장에서는 지도에 표기되는 모든 전기차 충전소가 누구나 사용가능한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충전소 별 운영 특징과 주의 사항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최근에 환경부 관계자와 이 문제를 논의해봤지만, 정부 차원으로 충전소 운영보다는 충전소 수만 늘리려는데 초점이 맞춰진 느낌이 들었다"며 "하루빨리 충전소 수를 늘리는 것보다 관리와 운영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