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헬스케어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헬스케어 산업의 생태계를 키우자는 취지다. 헬스케어 관련 스타트업을 물론이고 이들을 발굴하고 투자하기 위한 엘셀러레이터와 벤처캐피털 그리고 병원 보험 제약사 ICT 업체 관계자까지 모였다.
자그만치 180여명이다.
이들은 국내 헬스케어 산업의 현황을 공유하며 서로서로를 소개하는 한편 헬스케어 생태계를 확대하기 아이디어를 나눴다.
특히 빅데이터, 머신러닝, 블록체인 등 차세대 기술을 헬스케어 사업에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지에 대해 많은 의견을 교환했다.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DHP)가 지난 21시 서울 강남구 소재 디캠프에서 개최한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써밋 2018’ 자리에서다.
이날 자리에는 DHP와 여러 스타트업은 물론 시프트(Shift), 본앤젤스 삼성전자, IBM, 마이크로소프트, 카카오, SK텔레콤, 지멘스, 필립스, UCB제약, 존슨앤존슨, 유한양행, 삼성화재, 한화생명,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서울대학교병원 등 다양한 분야의 국내외 굵직한 기업, 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헬스케어 사업을 하고 있거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우수한 아이디어와 성장 가능성 있는 기업을 찾기 위해” 또는 “업계 현황과 소식을 듣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
DHP, 시프트 등 엑셀러레이터들은 출자자와 스타트업을 물색하는 동시에 국내 헬스케어 생태계 구축을 강조했다. 미국 등 해외서는 생태계가 다져져 출자자-엑셀러레이터-스타트업 간 연결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성공 사례들이 속속 나오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는 고민이다.
미국의 주요 헬스케어 전문 엑셀러레이터 록헬스(Rock Health)를 벤치마킹한 DHP의 최윤섭 대표파트너는 “록헬스는 연간 800개 팀을 검토하고 그중 1%에만 투자한다”며 “중요한 것은 검토 기업 전체 숫자다. DHP는 50여개가 되지 않는다. 국내 생태계 자체를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DHP는 국내는 물론 해외 헬스케어 스타트업도 발굴하며 전문성을 갖추고 국내 생태계 조성에도 기여하도록 투자 자문 기업 수와 투자 건수를 지속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중소벤처기업부에 등록하고 2019년 상반기 주관사 선정도 목표로 하고 있다.
최 대표파트너는 “우리를 찾아오는 기업이 많길 바란다”며 “2016년 10팀, 지난해 22팀, 올해 현재까지 12팀을 자문했다. 총 투자 건수는 7건이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 투자 목표는 30억원 정도”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프로그램 ‘크리에이티브스퀘어’, 서울바이오허브 등도 유망한 스타트업 발굴 의지를 적극 보였다. 서울바이오허브는 서울시가 개관하고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위탁 운영 중인 바이오 창업지원 시설이다.
보험사들은 빅데이터, 머신러닝, 블록체인 등 신기술을 이용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보험사업에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관심을 드러냈다. 이번 써밋에 참석한 몇몇 스타트업은 이미 보험사들과 협업을 논의 중이거나 접촉을 받았다.
삼성전자 크리에이티브스퀘어 관계자는 “삼성전자도 헬스케어를 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다”며 “단말기 제조사다 보니 주로 모바일 쪽에서 시너지를 찾고 있다. 예를 들어 모바일로 확보한 데이터를 분석해 이용자 인사이트를 추출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 한국 의료업계 선진 대응 늦어…헬스케어로 혁신해야
써밋에서 발표를 맡은 스타트업 2곳은 사업모델, 전략을 소개하고 수익모델 아이디어도 공유했다. 해당 기업들은 모두 DHP로부터 투자를 받았거나 투자 유치가 진행 중이다.
영유아 체온관리 애플리케이션(앱) ‘열나요’를 개발한 신재원 모바일닥터 대표는 “목표 가입자 수가 200만명인데 곧 20%인 40만명을 채울 것 같다. 유효 타깃 성공률이 높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앱으로 확보한 데이터를 활용해 유행 질환 확산과 예측 모델을 개발 중이다. 독감 진단 키트가 비싼데 데이터만 입력하면 독감 판정도 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보험사랑 협력해 수익 내는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모바일닥터가 최초일 것”이라며 “앞으로 데이터 비즈니스도 할 예정이다. 백신 효과, 부작용 모니터링도 할 수 있으면 제약사, 질병관리기관하고도 협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혈당 관리 앱 ‘닥터다이어리’를 개발한 송제윤 닥터다이어리 대표는 “이용자가 꾸준히 당수치를 기록하면 월별 보고서가 만들어진다. 집에서 출력할 수 있고 병원으로 가져가는 이용자들도 많다. 거꾸로 마케팅이 되는 셈”이라며 “환자들 요구로 이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병원도 있고 닥터다이어리로 당뇨보험 문의도 많이 온다. 당뇨보험 관련해서 보험사와 협력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뇨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닥다몰도 운영 중인데 지난 2월 광고매출까지 합친 전체 매출이 8500만원 정도다. 다음달 매출 목표는 1억원”이라고 자신했다.
가상현실(VR) 기반 초정밀 수술 훈련 시뮬레이터 솔루션 개발사 서지컬마인드의 김일 대표는 “레지던트들은 수술 경력 쌓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환자들이 거부하는 데다 시간, 비용이 많이 든다”며 “게임 분야서 쌓은 기술력으로 리얼 타임, 초정밀, 촉감 등을 갖춘 완벽한 수술 재현 솔루션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써밋 참석자들은 국내 헬스케어 생태계 조성과 함께 의료업계와 관련 분야에 혁신이 필요하다는 데도 공감대를 보였다.
관련기사
- 레몬헬스케어, 강남세브란스에 헬스케어 플랫폼 구축2018.03.22
- KT, AI스피커로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한다2018.03.22
- 아마존, 헬스케어 비밀팀에 전 美 FDA 책임자 고용2018.03.22
- 월드 랠리서 만난 현대차 vs 토요타…"여기선 빠른 제조사가 1위"2024.11.22
신 대표는 “우리나라 의료업계는 선진적 준비나 대응이 해외보다 늦은 편이다. 올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나갔을 때도 해외 병원이나 유아용품 기업들은 건강 데이터에 매우 관심을 보였지만 국내 기업들은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DHP 관계자는 “구글, 인텔, IBM 등은 블록체인, 클라우드 등 기술을 가지고 의료업계에 접근하고 있다. 우리도 속도를 내야한다”며 “국내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이 업계를 혁신시키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