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가 철강과 알루미늄에 이은 추가 조치로 중국산 전자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부품 업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미국에 수출되는 중국산 전자제품에 탑재되는 국산 반도체도 영향을 받을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특정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1~2주 내로 이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여기서 특정 수입품은 컴퓨터와 전자기기 등 최대 600억 달러(약 67조원) 규모의 제품들이 될 것이라고 WSJ은 내다봤다. 즉,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중국산 컴퓨터와 전자기기를 대상으로 25%의 관세를 부과해달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USTR은 중국산 컴퓨터, 전자기기 수입품을 전격 조사했다. 아직 결과는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2015년 조사 결과 기준으로 미국은 대중 무역에서 컴퓨터의 경우 1천531억 달러(약 171조원), 전자기기는 378억 달러(약 42조원) 가량 적자를 봤다.
주목할 만한 점은 중국산 수입품 관세 부과 조치로 한국 등 주변국들도 피해를 볼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무역제재로 한국의 '중간재' 수출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중국의 주요 대미 수출품인 휴대폰, 전자기기 등에 중간재로써 포함된 반도체의 대중(對中) 수출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전자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0.7% 규모다. 이는 바꿔 말해, 미국이 중국산 전자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GDP의 0.7%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뜻이다.
중국은 한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부품이나 완제품의 40% 가량을 다시 조립·가공해 다른 나라에 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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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 업계 한 관계자는 "중간재 무역에서 완제품 수출이 감소하면 중간재 수요도 자연히 줄어든다"며 "만약 중국 전자제품에 관세가 부과돼 대중 수출품에까지 영향이 미친다면 이는 한 마디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게 현실이다. 아직은 정부의 대책을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고, 업체들로선 또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면서 "미국 정부는 무역 제재가 중국 등 당사자 뿐만 아니라 주변국의 제조업에도 피해가 간다는 것을 견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