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정보책임자(CIO)들이 디지털 혁신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하지만, 목표를 물었을 때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명확한 목표를 정하는 것이다. 정확한 목적지가 없으면, 조직이 따라가지 않는다. 트랜스포메이션 자체가 목표라면 너무 멀게 느껴진다. 당장 더 급한 것이 있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변하려 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메리 메사글리오 가트너 CIO리서치팀 부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서 CIO의 역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CIO는 디지털 혁신의 목표를 2분안에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많은 CIO가 목표라 하면 세간에 화두되는 혁신, 생태계, 고객중심, 수퍼애자일, 민첩성, 하이밸류 같은 말을 하는데, 실제로 혁신을 통해 진정 이루고자 하는 것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목표가 확실해야 현업의 사람도 이해할 수 있고, 동기부여를 받는다”며 “CIO와 CEO, 여러 경영진이 모여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목표를 명확히 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메사글리오는 수년간 수많은 CIO를 만나본 경험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서 명확한 목표를 정한 경우가 매우 드물었다고 밝혔다. 목표 없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매몰돼 실패를 겪는 기업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는 명확한 목표 설정을 위해 ‘트랜스포메이션 테스트’란 과정을 선행하라고 조언했다. 2분 안에 누구에게나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목표를 경영진의 숙의를 통해 정하라는 설명이다. 그는 “명확히 답변하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100% 만족스럽지는 않아도 되며, 시작이 중요하다”며 “하지 않은 것보다 명확해지고,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더 정확히 목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산업 영역에서 디지털과 소프트웨어 기술이 핵심을 차지하는 변화가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기업은 미래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새로운 IT흐름 속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이에 기업의 CIO의 역할도 바뀌고 있다. CIO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여정의 함장을 맡아 전에 없는 성과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런 흐름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메리 메사글리오 부사장은 2018년을 맞아 CIO의 도전과제가 약간 변했다고 밝혔다.
메사글리오는 “최근 몇년간 CIO는 디지털 트랜스포네이션 주도란 과제를 맡아왔는데 올해들어 새로운 2가지의 과제를 맞이했다”며 “첫번째는 조직 내 디지털 혁신 피로감이 너무 크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디지털 혁신을 조금 더 큰 규모로 확신시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많은 CIO들이 디지털 혁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많은 이들이 호응해왔지만, 최근 사람들이 큰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면서, 변화의 효과에 불신을 갖기 시작했다”며 “CIO는 여러 혁신 프로젝트를 하며 소기의 성공을 거뒀지만, 이 성과를 기업 전체 규모 차원으로 확 끌어올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프트웨어나 방법론, 조직의 문화나 행동, 혁신적 기술이 있는데 ,이를 전체로 확대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조직의 혁신 피로감을 해소하는데도 어려움을 겪는다”고 덧붙였다.
CIO의 역할 뿐 아니라 기업 IT부서의 역할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IT 부서는 IT 태동기에 기업 내에서 장인정신을 갖고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했다면, IT 산업화 시기를 맞아 비즈니스 프로세스 표준화와 업무 자동화를 위한 범용 솔루션 도입 및 운영을 맡았다. 어디까지나 기업 비즈니스의 조연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디지털 혁신은 IT부서가 비즈니스 자체를 주도하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기업의 디지털 혁신이 CIO와 IT부서의 역할과 책임을 크게 늘렸지만, 성공을 위한 방정식은 아직 없다. 가트너는 디지털 혁신을 위한 방법론으로 ‘바이모달 IT’란 개념을 주장해왔다. IT부서의 전통적인 업무(모드1)와 디지털 혁신 프로젝트(모드2)가 병행돼야 한다는 개념이다.
메사글리오는 “바이모달 IT의 정의에 대해 시장에서 오해하는데, 바이모달이란 IT의 업무 방식을 일컫는다”며 “두가지 완전히 다른 업무방식이 존재하면서, 두 방식을 왔다 갔다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바이모달 IT에서 모드1은 예측 가능성 높은 분야에 최적화된 업무방식이다. 어느 분야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으며, 향후 어떻게 흘러갈지 확실히 예측할 수 있는 분야다. 모드2는 IT 분야에 새로운 유형으로, 탐험적이고 혁신적인 분야를 위한 업무다. 이는 현재 상황에서 알고 있는 게 많지 않은 것으로, 미래 계획을 수립하려 해도 아는게 많지 않아 계획을 세울 수 없는 분야다.
“고객이 무얼 원하고, 기술과 솔루션이 어떻게 발전할지, 설계를 어떻게 할 지 모르는 분야가 많아지고 있어 모드2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어느 분야에 대해 지금 모르는 것을 분석하면 알게 된다고 보고 모드1으로 접근하려는 착각을 하고 있다”면서 “아무리 분석 해도 알 수 있는 게 아닌 분야는 일단 실행하는 탐험이 중요하다. 전체 기업 입장에서 트레이닝 센터로 보면 좋은데, 새 아이디어나 기술, 새 문화, 소프트웨어 방법론 같은 걸 테스트 해보고 제대로 잘 되면, 모드2를 모드1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모드1과 모드2 의 업무 방식은 다르지만, 기업 안에서 서로 변환되거나 연계된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모달IT를 위해 많은 기업이 IT부서와 디지털혁신 조직을 별도로 운영한다. 그러나 별개의 조직들이 자칫 충돌하는 경향을 보이기 쉽다. 그는 이에 대해 조직들을 유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매사글리오는 “바이모달 IT를 제대로 실행하면 어떤 식으로든 조직적 변화가 반드시 필요해진다”며 “별도 팀 가져가는게 일반적이긴 한데 모드1과 모드2가 어느정도 거리를 가지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두 조직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적대관계로 흘러갈 수 있다”며 “모드1은 모드2에게 디지털 훌리건이라며 믿지 못하겠으니 IT시스템에 접근하지 말라고 하고, 모드2는 모드1에게 너무 전통적이고, 곧 퇴직할 존재들로 여겨 적대적으로 진영이 갈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이모달 IT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두 팀간 프랙티스나 스킬이 서로 오갈 수 있도록 탄력적이어야 한다”며 “초반에 조직을 나누지 않으면 모드2 정착이 어려우니 두 조직을 완전히 분리하지만, 나중에 점차 두 조직이 가까워 지면서 유기적으로 협업하고, 업무를 변환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디지털 혁신에서 조직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혁신의 경험이 리더를 넘어 조직 전반에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매사글리오는 “디지털 혁신을 시작하면 조직의 모든 부분이 다 변한다. 대부분 많은 회사서 새 CIO를 임명하는 경우 많은데, 이렇게 임명된 CIO들은 디지털 혁신의 가장 큰 장애로 조직 문화를 말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어느 CIO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일환으로 민첩성 올리는 사업을 추진하려 하는데, 그의 전 회사에서 몇개월 걸렸고, 경험해봤으니 절반의 시간 안에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며 “본인은 경험에 따라 추진하지만, 그의 밑에서 실행하는 사람은 트랜스포메이션 경험이 없을 수 있으므로 사실 말이 안되는 얘기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부모가 어렸을 때 사춘기를 겪어봤으므로 그 자식은 더 짧은 시간 안에 사춘기를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며 “자기만의 고민과 경험을 거쳐 성장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간과해서 혁신을 향한 작업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안정을 추구하는 전통적인 IT인력과 혁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을 혼합할 것을 조언했다. 그는 “기존의 IT부서에서 일한 사람은 조직 전반과 관련 기술을 잘 아는 사람이고, 새로운 사람들은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을 잘 하는 혁신에 맞는 사람”이라며 “고객이나 엔드유저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을 찾을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IT부서에게 성과는 안정성 추구다. 그러나 디지털 혁신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IT부서에 성과에 따른 보상을 줘야 한다. 이에 메사글리오 부사장은 금전적 보상을 해결책으로 보지 마라고 강조했다.
“과거 IT부서의 성과는 효율 개선이나 비용 절감 같은 것이었고, 이익창출 기여도란 숫자로 평가받았다.이제는 업무 효율 중심에서 전체 혁신에 대한 기여도, 고투마켓 속도, 브랜드 인지도 향상, 고객 경험 향상 등으로 평가의 초점이 옮겨갔다”면서 " 이에 따른 보상으로 금전적 보상도 중요하지만, 여러 조사에서 금전적인 보상이 창의성을 말살시킨다는 결과가 발견되고 있다. 창의성에 금전적인 보상을 주면, 편법을 활용해서 보상 받으려 고민하고, 창의성을 높이는데 고민을 덜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므로 내재적인 동기부여가 더 중요하다”며 “조직 내 인정, 동료가 인정해주는 분위기, 혁신을 하면서 새로운 경험과 역량을 확보해 몸값을 높이는 것,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했다는 자긍심 같은 게 중요한 보상”이라고 덧붙였다.
메사글리오 부사장은 이런 가운데 IT부서에서 ‘디지털 윤리’를 고민할 시점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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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비즈니스는 물리와 가상의 결합으로, IT가 물리적 세계 전 분야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지금 디지털 기술로 뭘 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무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명확히 질문하고 답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고객 데이터를 엄청나게 수집하게 되는데, 이를 갖고 무얼 하고, 하지 말아야 할지 이사회나 경영진, IT팀이 심도 있게 논의하지 못하고 있다”며 “어떤 윤리적 선택을 할 지 코드에 녹여야 하는데, 그 역할에 대해 IT의 역할이 미미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