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사상 최대규모의 인수합병(M&A)에 제동이 걸렸다. 미국 행정부가 '국가 보안'을 이유로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를 저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 반도체업체 퀄컴에 대한 브로드컴의 인수를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 명령을 내렸다고 12일(현지시간) 미국 블룸버그통신 등이 일제히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가 미국의 국가안보를 손상시킬 수 있는 위협이 된다는 판단을 했고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믿을만한 증거도 있다"며 "브로드컴의 인수 제안과 동등한 다른 어떠한 인수 또는 합병 제안도 마찬가지로 금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 행정부가 직접 나서 브로드컴의 자국 기업 인수를 막아 기술의 해외 유출을 방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세계 최대의 통신칩 기업인 퀄컴은 5세대(5G) 이동통신 특허를 다량 소유하고 있다. 미국 행정부는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한다면 퀄컴이 보유한 5G 기술을 내주게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최근 미국 재무부 산하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퀄컴에 주주총회를 한 달가량 미루라고 명령한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퀄컴에 적대적 M&A를 시도 중인 브로드컴은 이달 열릴 예정이었던 퀄컴의 주총에서 총 11명으로 구성된 이사진 중 6명을 자사가 선임한 이사 후보로 교체할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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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정명령은 제조업을 넘어 IT기업간 M&A에서도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시 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이에 따라 향후 미국 기업들에 대한 해외 기업들의 M&A 시도가 트럼프의 '국가 보안'이라는 산을 넘어야 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퀄컴에 인수 의사를 타진해 온 브로드컴은 최근 월가 은행들로부터 1천억 달러(약 109조원) 가량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도체 업계 1위인 인텔까지 나서 브로드컴과 퀄컴의 합병을 막기 위해 직접 브로드컴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