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스페인)=박수형 기자> 이모지 사용이 어색하고 서툰 아저씨 기자도 즐겁다. 관광지의 길거리 화가가 그려준 듯이 날 꼭 닮은 녀석이 스마트폰 화면 안에서 웃고 있다. 지인들에게 날 닮은 이모지를 주고 받는 즐거움도 기대된다.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몽주익에서 공개된 삼성전자 갤럭시S9의 ‘AR 이모지’ 이야기다.
AR 이모지는 갤럭시S9 발표 현장에서도 해외 언론의 주요 관심사다. 공개 행사가 종료된 직후 세계 각국의 기자들이 만져보는 기능은 단연 AR 이모지다.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세대를 겨냥했다는 AR 이모지는 무엇보다 거부감 없이 편리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카메라 앱을 켠 뒤 상단에 표시된 카메라 기능 중에 AR 이모지 글자를 터치한 뒤 셀프카메라를 찍기만 하면 된다.
사진을 찍은 뒤 AR 이모지를 만드는 것은 갤럭시S9의 몫이다. 표정을 조금만 바꾸어도 민첩하게 따라하는 그림을 유심히 바라보게 한다.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얼굴 특징을 순간적으로 파악한 뒤 특징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3D 입체감을 구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마치 실제로 여러 각도에서 본 것처럼 이모지가 만들어졌다.
한번의 촬영으로 18가지의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이모지 스티커가 만들어지는 부분도 갤럭시S9에서 손을 뗄 수 없게 한다. 얼굴 한번 살펴본 카메라가 한 사람의 표정을 다양하게 내놓는 점은 여전히 놀랍기만 하다. 누구나 자신이 이렇게 많은 표정을 가지고 있는지 놀라게 될 것이라고 확신도 하게 된다.
갤럭시S9이 스스로 얼굴 표정의 특징을 잡아냈다면, 꼭 닮은 이모지와 만화적인 요소까지 더한 이모지를 선택하는 것은 이용자 몫이다. 다양한 헤어 스타일과 색상, 안경, 의상을 바꾸는 것도 이용자가 개입해 고를 수 있는 부분이다.
아이폰의 애니모지처럼 한정된 스마트폰 이용자끼리 또는 특정 앱을 함께 설치한 친구가 아니더라도 카카오톡 같은 일반 메시징 앱에서 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신제품 발표 이전부터 삼성전자는 디즈니와 협약을 맺고, 디즈니 캐릭터의 이모지를 만들 수도 있게 했다. 역시 안써볼 수 없는 기능이다.
AR 이모지에 한창 빠져있는 동안 계속 쥐고 있던 갤럭시S9의 바디는 쓰고 있던 폰처럼 자연스럽게 손에 붙어있다. 엣지 디스플레이 스마트폰의 특성에 따라 좌우의 얇은 부분이 손가락 안쪽 마디에 클립처럼 붙어있다.
갤럭시S9 앞면은 매끈하게 빠져있다. 전작 갤럭시S8에서 도입한 인피니티 디스플레이는 여전히 눈이 시원한 화면을 보여준다. 상단과 하단의 베젤은 전면카메라를 제외하면 거꾸로 뒤집어도 모를 정도로 깔끔하다. 디자인의 변화가 크게 없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이전 디자인을 유지할만큼 평가가 좋았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뒷면은 더욱 깔끔하다. 손가락이 닿는 부분 중에 지문 인식 센서를 제외하곤 걸리는 부분이 없다. 이미지센서의 데이터 처리 능력을 높이기 위해 D램을 패키징 방식으로 더하고, 스마트폰 최대 밝기 조리개 값인 f/1.5 렌즈를 더했지만 카메라 모듈은 오히려 작아진 느낌이다.
돌출된 부분이 커지면 외부 충격에 스마트폰 전체가 약해질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내구성을 위해 카메라 모듈을 더 깊이 자리잡게 하고, 고릴라글래스 두께를 늘려 사용하고 알루미늄 테두리를 강화했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언팩 행사 내내 가장 큰 박수가 나왔던 AR 이모지와 잠시 써본 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외형 디자인이 기억에 많이 남지만, 역시 갤럭시S9의 백미는 카메라다. 괜히 신제품 발표 행사 초대장에 “카메라 재정의”라는 문구를 남긴 것이 아니다.
필름 카메라 시절에는 렌즈가 중요했지만 디지털 카메라 시대에는 이미지센서와 이미지처리엔진이 성능으로 비교되는 부분이 커지기 마련이다. 렌즈의 선택이 제한적인 스마트폰 카메라는 더욱 그렇다. 갤럭시S9의 카메라는 이같은 변화를 가장 잘 담아냈다.
1초에 960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거짓말처럼 들리지만, 슈퍼 슬로우 모션 기능을 써보면 곧장 이해가 된다. 물풍선이 터지는 순간을 자동으로 찍더니 시간의 역순으로 물방울이 풍선으로 다시 들어가는 모습을 천천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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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R 카메라에서 조리개값을 수동으로 바꾸듯이 f/1.5, f/2.4를 고른 뒤 과하게 빛이 노출된 사진을 찍게 한 재미에 이어, 얼마나 어두운 환경에서도 밝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 칠흑같이 어두운 환경인 것처럼 손으로 렌즈를 가리게 만든다. 단 1룩스의 조도에서도 촬영이 가능하다고 한다.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는 재미를 새삼 다시 느끼고 나니 외장 메모리로 최대 400GB 씩이나 저장공간을 늘릴 수 있게 했다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듀얼 스테레오 스피커도 흠칫 놀라게 한다. 갤럭시S9을 가로로 눕힌 뒤 저장돼 있는 음원을 재생시켜보니 해외 취재진으로 발디딜틈 없이 꽉 들어찬 공간에서도 돌비의 음장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소리 만큼은 글로 표현이 어려워, 국내 체험 행사가 시작되면 꼭 한번은 들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