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 헬스케어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노키아 임원이 성장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언급한 데다 사업 재검토까지 들어가면서 지속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애플, 구글, 아마존, 삼성전자 등 다른 거대 정보기술(IT)들이 앞다퉈 헬스케어 사업을 키우는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 노키아는 일반 소비자 시장이 아닌 헬스케어 관련 기업 시장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미국 IT매체 더버지가 20일(현지시간) 입수해 보도한 내부 자료에 따르면 노키아의 캐서린 뷰벡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직원들에게 “디지털 헬스사업은 성장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지만 현재 해당 사업이 노키아만큼 의미 있게 성장할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내용의 사내 편지를 썼다.
뷰벡 CSO는 “회사는 최선의 결정을 위해 디지털 헬스사업에 대한 전략적 검토를 하고 있다”며 “빠른 실패는 실패가 아니라 빨리 배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키아는 지난 15일 헬스케어 사업에 대한 전략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검토가 변화를 가져오거나 가져오지 않을 수도 있다며 추가 발표는 적절한 시기에 하겠다고 밝혔다.
뷰벡 CSO의 사내 편지와 노키아 입장엔 헬스케어 사업 중단 내용은 없지만 사업 규모 축소나 방향 전환 여지는 상당한 것으로 해석된다.
노키아는 2016년 사물인터넷(IoT) 기반 헬스 분야 프랑스 스타트업 위딩스(Withings)를 1억9천만 달러(약 2046억원)에 인수하며 헬스케어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그러나 최근 여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위딩스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서 버그와 취약성이 발견된 데다 위딩스를 비싸게 사들였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노키아는 지난해 10월 재무 보고서를 통해 위딩스 인수 금액으로 1억6천400만 달러(약 1765억원)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더버지는 휴대폰 외의 전자제품 시장에서 노키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노키아는 지난해 10월에도 수익성이 악화된 가상현실(VR) 사업을 축소한 바 있다. VR카메라 오조(OZO) 후속모델 개발을 중단하고 VR사업부 임직원 300여명을 감원했다.
노키아가 헬스케어 사업을 축소한다면 다른 IT공룡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는 셈이다. 애플과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관련 스타트업 투자를 확대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 등 헬스케어 사업을 키우는 데 매진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11월 헬스케어 스타트업 아메리칸웰과 함께 자사 스마트워치인 애플워치를 이용해 사용자 심장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구글은 현재 자사 스마트워치를 제공받은 1만명의 생체 데이터를 수집 중이다. 앞서 지난해 8월엔 스마트폰으로 여러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 시노시스 헬스를 인수했다.
아마존은 ‘1492’라 불리는 헬스케어 사업 관련 비밀 실험팀을 운영 중이며 지난해 3월 혈액으로 암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 그레일에 5억 달러(약 5381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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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는 헬스케어 사업 중심을 소비자에서 기업 간 거래시장(B2B)으로 전환하는 것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뷰벡 CSO는 사내 편지에서 “이번 전략적 검토 후 노키아는 통신과 산업 자동화 분야에서 B2B와 라이선스 사업 방향에 집중할 것”이라며 “디지털 헬스사업 역시 소비자 제품 관점이 아니라 사물인터넷과 개인용 연결 솔루션과 플랫폼, 소프트웨어 분야에 집중하겠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