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권한관리(DRM) 기반 문서보안 소프트웨어(SW) 회사 마크애니가 동남아시아와 중동 지역의 '디지털 훈풍'을 타고 수출 확대를 가속한다. 문서보안 기술을 전자정부 확산 수준별로 맞춤형 공급하고, 국내 시장에선 CCTV 영상보안 분야 경쟁력으로 활용하는 구상이다.
지난 1999년 설립된 마크애니는 DRM기술을 기반으로 공공기관 증명발급(위변조방지) 솔루션, 문서보안 솔루션, 멀티미디어 워터마킹 및 콘텐츠보호 솔루션 등을 개발, 공급해 왔다. 한국 전자정부 발전 흐름에 맞춰 보급된 증명발급 솔루션 '이페이지(e-page)세이퍼'와 문서보안 솔루션 '도큐먼트세이퍼'의 수요는 수년전 성숙됐다. 회사에 돌파구가 필요해졌다.
최종욱 마크애니 설립자 겸 대표를 지난 12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 문서보안 솔루션은 포화 상태지만 해외 시장 수요를 통해 마크애니의 성장 단초가 마련됐다는 얘길 들을 수 있었다. 더불어 그는 국내서 시들했던 DRM기술이 CCTV 영상보호 분야에서 새로운 수요를 찾아 확산될 여지가 크다는 기대도 내비쳤다.
■ "올해가 SW해외수출 원년"
최 대표는 올해 사업에 건 기대로 운을 뗐다. 이제 막 전자정부 구축에 돌입한, 한국대비 30% 정도 진행된 동남아시아와 중동 개발도상국가들 덕분에 우선 증명발급 SW제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한국에서 데이터로 (전자정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필요한 SW제품을 전부터 갖고 있었는데, 20년전엔 팔 데가 없었다가 이제야 (다른 나라에) 팔 수 있게 됐다. 한국에선 종이를 여전히 쓰긴 하는데 90% 이상 디지털화 했다. 지금 수준의 전자정부 구축과 서비스가 이뤄지기까지 오랜 기간과 시행착오를 거쳤다. 저개발국은 이 단계까지 오는데 20년 걸릴 거다. 지금 인도네시아는 과거 종이로 제작된 '지적도'를 컴퓨터에 담은지 얼마 안 됐고, 아직 완료되지도 않았다. 튀니지도, 전자정부 서비스가 아직 전국에서 안 된다. 방글라데시도, 스리랑카도, 수도권 일부에서만 서비스된다. 이제 디지털화가 시작 단계다. 종이 기반 문서를 디지털로 바꾸면서 이제 데이터가 생겼다."
이미 전자정부 구축이 한국 대비 70~80% 수준으로 진행된 나라에서도 기회를 찾았다. 증명발급같은 전자정부 서비스가 원활해지고 나면 필요한 게 문서보안 기술이라고 한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은 전자정부 구축과 서비스가 우리와 가까운 수준으로 진척됐다. 이 나라에서는 지금 한국 전자정부 서비스 초기단계처럼, 종이 서류로 작성하고 복사기로 찍어서 보관하거나 업무에 쓰던 걸 디지털로 바꾸고, 종이에 직인 찍던 걸 증명발급 시스템으로 바꿔 역시 디지털화한다. 한국에선 이걸 2000년대에 많이 공급했다. 이제 저런 곳에 제품을 어떻게 수출할까 생각해 봤는데, 보안제품 시장으로 생각해볼만하다. 저개발지역에서는 이제 막 인터넷 깔고, 웹 구축하고 하기때문에 보안이 불필요했지만, 저런 곳은 (행정망에) 애플리케이션이 깔리기 때문에 보호할 필요가 생긴다."
■ "DRM 시장, 죽었다가 살아나고 있다"
최 대표가 느닷없이 낙관론자가 된 건 아니다. 그간 전략적 실책의 반성이 있었다.
"그동안 동남아, 중동으로 이코노미(석) 타고 출장을 엄청나게 다녔다. 마일리지도 잔뜩 있다. 대한항공(KAL) 180만, 아시아나 50만, 아랍에미리트(UAE) 실버등급… KAL만 650번은 탄 거 같다. 그런데 과거에는 물건을 잘못 팔았다. 이제 (전자정부 구축, 디지털화) 30% 되는 지역에서 주로 DRM(문서보안) 제품을 팔러 다녔다. 그 땐 기본적으로 모든 나라에 필요하다 싶었다. 그리고 정부기관, 군, 총리실, 대통령궁(청사 집무실)… 말레이시아 대사, 아제르바이잔 부처 이런 데 직접 접촉했다. 실패였다. 중간에 우리 대신 사업을 맡을 현지 파트너가 있어야 했다. 지금은 나라마다 현지 파트너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한 네트워킹에 아소시오(ASOCIO, 아시아대양주정보산업기구)가 준 도움 많다."
ASOCIO는 1984년 일본 도쿄에서 설립된 민간 ICT국제기구다. 한국 정보산업연합회, 일본, 싱가포르, 홍콩, 뉴질랜드 등 아태지역 24개국 ICT관련 협회와 기관이 회원사로 참여 중이다. 최 대표는 2018년 한 해 동안 활동할 ASOCIO 부회장으로 선출됐다. [☞관련기사]
사실 마크애니는 해외 진출뿐아니라 국내 시장서 CCTV 영상보호 제품 수요를 통한 전기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는 CCTV 영상관제 인프라에서 이상행위나 재해 발생 상황 등을 탐지하는 인공지능(AI) 기술로 하반기 신제품 출시를 계획 중이다.
"국내 문서보안DRM 시장은 2013년 포화됐다. 민간시장에서 300인 이상 사업자를 주고객층으로 뒀던 DRM에 정보유출방지(DLP)의 일종인 매체제어기능을 더한 제품이 '꽉 찼다.' (몇년간 상황이 나빴으나) 증명발급쪽에서는 정부의 액티브X 기반 기술을 넌액티브X 기반으로 바꾸는 사업이 나오면서 좀 나아졌다. 그리고 기존 콘텐츠보호 솔루션을 응용한 CCTV보안솔루션('콘텐츠세이퍼 포 CCTV') 쪽에서 선전하고 있다. 영상반출금지 보안솔루션 시장에서 70% 이상 차지하고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여기에 더해 CCTV 영상에서 이상행위를 탐지하는 AI기술도 개발 중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지능형CCTV 인증 절차 밟고 있고, 제품화해서 올해 8월쯤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
■ "연매출 200억…해외 매출 10% 비중 목표"
최 대표는 허수를 걷어낸 순실적으로 200억원 정도 연매출을 기대 중이다. 내년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서도 VR용 DRM 기술, 블록체인기술 등 여러가지 구상하고 개발중인 것도 있다고 '힌트'를 줬다. 다만 구체적인 방향이나 내용에선 말을 아꼈다.
"거품 빼고 올해 200억(원) 정도 목표하고 있다. 몇년 전부터 볼륨매출(실제 납품 솔루션 매출이 아닌, 발주된 프로젝트 총규모가 반영된 기대매출) 안 잡고 있다. 2월까지 잘 오고 있다. 해외서는 증명발급으로. 중동의 한 국가 정부에도 거의 수주 단계다. 해외 비중을 10% 정도로 기대한다. 국내선 CCTV 시장에서 잘 하고 있고, 지능형CCTV 출시하면 시장 확대 될 거다. DRM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콘텐츠보호용 DRM도, 전자책이나 음원 때 반짝하다 시들했지만 요즘 영화업계나 VR 쪽 수요가 좀 있다. 지금은 포화된 증명발급 시장도, 블록체인 기반으로 넘어가면서 다를 것 같다. 디지털 증명발급시 내용의 신뢰성 보증수단으로 블록체인만한 게 없다. 일단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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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묻자, 의외로 창업 20년차 기업가의 소회 대신 걱정을 들려줬다. AI 얘기였다. 지능형CCTV 개발 자랑이 아니라, 글로벌 AI트렌드에 국내 SW업계가 대응할 시기를 놓칠지 모른다는 지적이었다.
"피상적으로 '혁신' 얘기가 오가는데 기업은 꾸준히 신기술을 개발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 한국사회에서 그걸 보고 있는 것 같다. 모든 기술 영역으로 AI가 들어가고 있는데, 앞으로 우리나라 IT솔루션업계는 이 흐름에서 (생존하기) 굉장히 어려울 것 같다. 최근 중국에 몇 번 다녀왔다. 모든 분야에 AI가 들어가고 있었다. 자동차, 의료기기, 가전기기, 신호제어, 발전설비제어…. 한국은 이제 겨우 AI 전문회사 몇 곳이 있을 뿐이다. 중국이 AI분야에서 굉장히 앞서나가고 기존 솔루션 회사들은 그걸 못따라잡는 모습이다. 향후 5년내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중국 AI기술이 우리에게 수출되고, 그게 어쩔수 없는 실력차이가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