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는 문화다. 글로벌에서 통하는 SW를 만드려면 세계 사용자의 대중성을 담아야 한다."
다쏘시스템 솔리드웍스 본사 세계 현지화(인터네셔널 로컬라이제이션) 담당 나선화 전무는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CAD 사용자 컨퍼런스 '솔리드웍스 월드 2018'에서 글로벌 진출을 고민하는 한국 SW기업들에게 이같이 조언했다.
한국 SW 기업들의 최대 과제는 해외진출이다. 국내 SW시장이 세계의 2% 수준으로 작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글로벌 진출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한국 SW기업들이 해외 시장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글로벌에서 통하는 소프트웨어(SW)를 만들 수 있을까?"란 질문에 답을 찾는 일이 간절한 상황이다.
솔리드웍스는 세계적으로 560만 명이 사용하는 CAD 솔루션으로 13개 언어를 지원하고 80개 국 이상에서 사용하고 있다.
나 전무는 2000년 5월부터 솔리드웍스 사용자경험(UX) 디자이너로 입사해 17년간 일하면서 현재는 연구개발(R&D) 조직 산하 UX팀을 이끌고 있다. 솔리드웍스가 어떻게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고 있는지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그에게 솔리드웍스의 글로벌 시장 대응 방법과 글로벌 진출을 시도하는 국내 SW기업을 위한 조언을 들어봤다.
■"솔리드웍스는 처음부터 글로벌화 준비한 제품"
나선화 전무는 "솔리드웍스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제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솔리드웍스는 1993년 설립돼 1995년 첫 제품이 나왔는데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 중국어 등 주요 언어를 출시 초기부터 모두 지원했다. 2000년 한국어 현지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 전무도 솔리드웍스에 입사하게 됐다.
나 전무는"대부분의 SW회사가 보통 작게 시작하기 때문에 글로벌화를 계획하지 않는다. 보통 영어버전을 만들고 그 다음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다국어 버전을 만드는 식이지만 그렇게 시작하면 벌써 늦게 된다"며 "솔리드웍스는 그런 부분에서 독보적"이라고 설명했다.
솔리드웍스는 글로벌화를 위한 조직 구성도 체계적으로 갖추고 있다.
UX팀은 디자이너, 현지화 SW엔지니어, 프로덕트 매니저(PM) 등 약 20여 명으로 구성됐다. UX만 담당하는 조직으론 상당히 큰 규모다.
디자이너들은 그래픽 디자이너, 아이콘 디자이너, 레이아웃 디자이너, 메뉴 디자이너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PM은 외주 번역업체와 패키지를 주고 받는 일을 한다. 현지화 SW엔지니어는 코드를 디자인할 때 현지화가 가능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다국어 버전이 완성된 제품은 빌드로 만들어서 품질보증(QA)팀에 보내 검증받는다.
이 과정에서 현지화를 위한 SW엔지니어를 별도로 두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나 전무는 "UI와 코드를 디자인할 때부터 현지화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영어로 만든 버튼을 독일어로 바꿨을 때 길이가 3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 나중에 독일어로 SW를 만들어보면 글자가 안 보인다. (버튼이 어떤 의미인지 몰라) 사용자가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면 완전히 실패한 디자인이다. 이런 경우를 미리 고려해서 자동으로 다국어 번역을 실행하고 가장 긴 길이에 맞춰 버튼 크기를 잡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SW에서 문화는 진짜 중요한 요인"
한국 SW기업을 위한 글로벌화 전략에 대해선 "SW에서 문화는 정말 중요한 요인"이라며 "목표하는 시장에 맞춰 컨셉을 잡아야 한다"고 나선화 전무는 조언했다.
"SW가 겨냥하는 사용자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다"며 "전세계라면 인터네셔널 컨셉으로 가야하고 아시아 시장이라면 아시아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나 전무는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SW가 서양 문화권 사용자까지 아우르는 힘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세계 시장을 목표로 한다면 "글로벌 대중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데 "한국, 일본, 중국 모두 독특한 감성이 SW 어딘가에 묻어 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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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전무는 "일본 SW를 보면 어딘가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있고 색상도 알록달록하다. 한국 SW도 디자인이 좀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이렇게 아시아 SW들이 너무 특이하면 미국 사람들은 안 살 것 같은 느낌이 대번에 든다. 인터네셔널 컨셉에선 실패한 디자인이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통하는 디자인에 대해선 "디자인 원칙이 있다"며 "색상톤이나 폰트부터 팝업을 어느 위치에 띄우냐까지 정의되어 있고 또 최신 디자인 컨셉이 항상 업데이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UX/UI관련 월드 컨퍼런스를 많이 다녀봐야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