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입는 로봇, 전세계 장애인 희망되다

공경철 교수 "걷기 도우미…안경처럼 일상화"

컴퓨팅입력 :2018/02/07 14:28    수정: 2018/02/07 18:55

[로스엔젤레스(미국)=임유경기자] "신체 장애나 노화로 걷는 일을 어려워하는 사람이 없어지길 바란다. 입는 로봇이 안경처럼 일상적인 제품으로 생각되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공경철 서강대 교수(기계공학과) 겸 SG로보틱스 대표는 6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된 솔리드웍스 월드 2018 기조연설자로 무대에 올라 자신이 입는 로봇을 개발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날 기조연설을 듣기 위해 모인 약 6천 여명의 참가자들은 뜨거운 박수로 공 교수의 도전을 응원했다.

공경철 교수팀은 두 가지 종류의 입는 로봇을 개발했다. 하반신이 완전히 마비된 환자를 걷게 해주는 '워크온슈트'와 근력이 부족한 노인들이 적은 힘으로 보다 수월하게 걸을 수 있게 해주는 '엔젤렉스'가 있다.

공경철 서강대 교수 겸 SG로보틱스 대표

공 교수팀은 '워크온슈트'로 먼저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16년 장애인을 위한 웨어러블 로봇 경진대회 '사이배슬론(Cybathlon)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여줬고, 3위로 입상하며 세계 미디어의 관심이 집중됐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 다시 걸을 수 있게 도와주는 워크온슈트는 이번 행사에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줬다.

발표가 끝난 후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공 교수를 찾아왔다고 한다. 아이가 하지 마비로 태어났다는 경우도 있고 아들이 총기사고로 하지를 못쓰게 된 경우도 있었다. 공 교수는 "이 분들이 엉엉 울면서 찾아왔다"며 "(기대에 대한) 부담도 있지만 보람도 큰 발표였다"고 말했다.

'기대'와 '부담'은 SG로보틱스가 짧은 시간안에 뛰어난 성능의 입는 로봇을 만든 배경이기도 하다. 공 교수는 "모든 학생과 직원들이 상당히 과로하고 있는데, 실제 일이 많기도 하지만 보람에 취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장애인이나 노인을 직접 만나보고 로봇에 문제점이 나오면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는 큰 중압감을 느끼는데 이런 부담이 확실한 동기가 된다"는 설명이다.

공 교수는 이날 워크온슈트의 발전된 형태도 공개했다. 차세대 버전엔 증강현실(AR) 글래스를 결합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LG전자에서 전략투자로 30억원을 받았다.

현재는 조작버튼을 통해 착용자의 의도를 입는 로봇에 전달하는데, 이를 AR 글래스 애플리케이션으로 바꾸면 사용자의 시야를 보다 잘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여기서 나온 데이터를 활용해 인공지능(AI)을 접목하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공경철 서강대 교수 겸 SG로보틱스 대표

완전 마비 환자용 로봇 개발 업체는 많다. 이스라엘 '리워크', 미국 엑소바이오 등이 이미 상용제품을 출시하며 앞서가고 있다. 반면,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위한 입는 로봇은 SG로보틱스의 '엔젤렉스'가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공 교수는 15년 이상 입는 로봇을 연구해 오고 있는데, 주로 엔젤렉스와 관련된 기술에 몰두해 왔다고 한다.

오랜 기간 연구를 통해 하드웨어(HW) 제작은 이미 완성단계에 가까워졌다. 입는 사람에 따라 로봇을 맞춤 제작하는 속도도 상당히 빨라졌다. 사용자의 몸을 3D 스캔하고, 스캔 데이터를 CAD 프로그램인 솔리드웍스로 불러와 재설계한 후 3D프린터로 출력하는 일이 5시간 안에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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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교수는 HW를 오픈 플랫폼으로 만들고 다른 연구팀과 집단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렇게 하면 다른 팀은 HW를 개발하며 시행착오를 겪지 않을 수 있고 우리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어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기대했다.

공 교수는 마지막으로 "우리나라도의 로봇 기술은 절대 뒤처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너무 각개전투하고 있다"며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국가와 국가의 경쟁이 될 텐데 국내 연구진들이 똘똘 뭉쳐서 국가대항전에서 우승할 수 있는 결집력을 얻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