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해야 겠다. ICO를 허용하라. 우리나라가 살 길은 테스트베드다. 모든 신기술이 자유롭게 뛰놀수 있는 장을 만드는 거다. 어느날 블록체인이 홀연히 나타났다. 플랫폼 파괴 기술이다. 현재 인터넷을 장악하고 있는 아마존, 구글, 애플 같은 플랫폼 기업들을 한방에 날릴 수 있는 혁명적 기술이다. 이런 기술을 우리가 리드하려면 규제 마인드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총생산(GDP)은 얼마였을까? 1조 5천297억 달러다. 세계 11위 수준이다.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아마존, 애플을 '쓰리A'라 한다. 이들 '쓰리A'의 시가 총액과 우리나라의 GDP 중 어느 쪽이 규모가 더 클까. 답은쓰리A다. 이들 3사의 시가 총액을 합치면 2조 달러가 넘는다. 5천만 우리 국민과 기업, 정부가 지난 1년간 창출한 부가가치보다 미국 3개 IT회사의 가치가 훨씬 더 큰 것이다.
'쓰리A'의 위력은 최근 발표한 실적에도 입증됐다. 알파벳은 연간 매출이 1천100억 달러를 기록,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 클럽'에 가입했다. 아마존은 사상 처음으로 분기 수익이 10억 달러를 넘었다. 애플 역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과 순익을 보였다.
10년전만해도 글로벌 시가 총액 5대 기업에는 IT기업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작년에는 쓰리A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미국 IT기업이 1~5위를 싹쓸이 했다. 이 기업들은 모두 플랫폼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플랫폼을 장악, 세계인을 사로잡았다. 이들의 독야청청은 얼마나 갈까. 열흘 붉은 꽃 없다고, 플랫폼 기업을 훅 가게할 블록체인 기술이 등장해 주목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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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우리나라를 방문한 저명한 미래학자 돈 탭스콧은 "한강의 기적을 만든 한국이 블록체인으로 제2의 인터넷 혁명 성지가 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블록체인 혁명' 저자이기도 하다. 블록체인은 판을 바꾸는 게임체인저다. 누가 먼저 어떻게 올라타는냐에 따라 '뉴 구글' '뉴 아마존'이 될 수 있다. 우리가 블록체인 기술을 육성해야 하는 이유다.
블록체인은 암호화폐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단팥없는 단팥빵을 만들수는 있다. 하지만 단팥 없는 단팥빵은 의미가 없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그런 관계다. 빗나간 암호화폐 광풍으로 우리는 지난 해 9월 ICO(Initial Coin Offering)를 금지했다. ICO는 인터넷에 백서(White paper)라는 사업계획서를 발표, 필요한 자금을 투자 받는 새로운 방식이다. 주식시장의 상장(IPO)보다 더 리스크하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투자 받기에는 훨씬 좋다.
세계 최초 ICO는 2013년 7월 이뤄졌고, 지난해 8월 현재 최소 400여 ICO가 이뤄졌다. 미국을 비롯해 호주, 유럽, 싱가포르, 홍콩 등 대부분 국가가 ICO를 허용하고 있다. 스위스는 아예 가상화폐 밸리도 추진중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중국 과 함께 ICO를 금지하고 있는 세계 두 국가 중 하나다.
얼마전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혁신 토론회에서 "신기술은 기존과 다른 혁명적 접근으로 규제를 혁파하라"고 말했다. 이에 딱 맞는게 ICO 허용이다. 그동안 '규제 샌드박스'니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니 하는 말을 신물나게 들었다. 정부는 이젠 그만 변죽만 울리지 말고 ICO 허용으로 대통령이 말한 혁명적 접근의 규제 완화를 보여달라.
우리나라는 샌드위치 신세다. 중국과 일본, 선진국에 끼여 있다. 이 샌드위치를 딛고 소득 4만~5만 달러 국가로 가는 길이 '신기술 테스트베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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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가 어떻게 천년을 이어갔나. 로마는 문화적으로 보면 그리스보다 열등했다. 신체적으로는 게르만족보다 왜소했다. 나라 크기는 페러시아보다 훨씬 작았다. 그럼에도 200년의 평화(팍스 로마나)를 포함해 천년을 유지했다.
개방성과 포용성 때문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기술 개방성과 포용성을 갖춘 테스트베드 국가로 나가야 한다. 블록체인이든 암호화폐든 신기술이 마음껏 뛰놀게 해야 한다. 일부 부작용 때문에 전면 금지 같은 교각살우의 우를 범해선 안된다. ICO를 허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