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지난해 큰 폭으로 실적을 개선했다. 지난해 총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무려 1155%나 상승한 3천62억원으로 기록됐고, 4분기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호실적의 일등 공신은 바로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였다.
삼성전기는 31일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MLCC 수요 증가로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다"며 "초소형·고용량 하이엔드급 MLCC와 산업·전장용 MLCC의 수요가 나란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 MLCC 등에 업고 매출 '껑충'
MLCC는 금속판 사이에 전기를 유도하는 물질을 삽입해 필요에 따라 안정적으로 회로에 전력을 공급하는 콘덴서다. 이 부품은 스마트폰과 TV, PC 등에 필수적으로 탑재되며, 삼성전기가 업계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기 3개 사업부문 중 매출 성장이 도드라진 곳 역시 MLCC 공급을 담당하는 컴포넌트 솔루션 부문이었다.
컴포넌트 솔루션 사업부의 매출액은 직전 분기 대비 15% 증가한 6천967억원으로 기록됐다. 이어 기판 솔루션(4천345억원·9% 증가), 모듈솔루션(5천808억원·29% 감소) 순이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는 지난해 MLCC 공급 부족과 함께 고부가 MLCC가 확산된 덕"이라면서 "올해도 MLCC 공급 부족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기를 비롯한 MLCC 공급 업체들은 지난해 고객 수요에 대응키 위해 캐파(CAPA·생산능력)를 확대했지만, 각 사의 캐파 운영에 영향이 많았을 뿐더러 수급 상황도 꾸준히 타이트했다"며 "올해는 해외 거점의 생산성 향상을 통한 생산 효율 극대화와 적기 대응 가능한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전략 거래처 중심으로 공급 안정화…신규 고객사도 개척할 것"
삼성전기는 IT용 MLCC와 산업·전장용 MLCC의 올해 사업 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IT용 MLCC의 경우 세트의 고기능화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이에 따라 고부가 제품 비중을 늘려 수익성을 유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산업·전장용 MLCC는 자율주행과 5세대(G) 통신 중심으로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겠다고 삼성전기는 밝혔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올해 부품시장은 IT와 산업·전장용 모두 수익성이 증가할 전망"이라며 "특히 MLCC 수요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여 이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원달러 환율의 급속한 하락 등의 불확실성은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될 전망이다. 이에 삼성전기는 전략 거래처 중심의 안정적인 공급 기반을 구축하는 동시에 신규 거래선 개척 등 성장 모멘텀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차기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S9' 부품 공급에 대한 질문엔 "아직 출시 이전이라 언급하기 곤란하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삼성전기는 이 제품에 카메라모듈, 수동부품, 기판 등을 공급하고 있고 적기 생산에 대응해 당초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 3D센싱 모듈 개발 박차…PLP 사업 진행도 순조로워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시작돼 올해 스마트폰에 채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3D 센싱 모듈의 개발 현황에 대한 질문에 "지난해 4분기부터 3D센싱 모듈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왔다"면서 "올 3분기 중에 제품을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기는 다음달 9일 개막하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시연되는 5G 이동통신 시범 서비스에 통신 모듈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5G 주력 업체들과 협업해 조기에 사업 기회를 잡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모 증권사 연구원은 최근 언론 보도를 인용해 "지난해 말 삼성전자가 패널레벨패키징(PLP)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신사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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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 관계자는 "그런 보도가 있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당사의 PLP 사업은 잘 계획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의 협력 관계에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PLP는 삼성전기가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함께 지난해 하반기부터 양산을 시작한 패키징 기술이다. 이는 웨이퍼 위에 인쇄회로기판(PCB)을 사용하는 기존 패키징 후공정에서 벗어나, PCB 없이 패널 수준에서 패키징할 수 있는 기술로 알려졌다.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이 사업으로 본격적인 성장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