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의 NXP반도체 인수합병(M&A)을 승인하는 한편, 근거리무선통신(NFC) 특허를 매각하라는 등의 시정 조치를 함께 내렸다.
공정위는 퀄컴의 NXP 인수를 심사한 결과, 근거리무선통신(NFC) 표준필수특허를 매각하거나 특허권 행사를 금지하는 내용의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조건으로 M&A를 승인한다고 18일 밝혔다.
이날 공정위가 퀄컴에 부과한 시정조치 내용은 ▲NXP가 보유한 NFC 표준필수특허와 시스템 특허 매각 ▲NXP가 보유한 기타 NFC 특허권 행사를 금지 및 무상 라이선스 제공 ▲퀄컴이 보유한 NFC 특허 공평·합리·비차별(FRAND) 조건으로 제공 ▲NFC 칩 판매와 라이선스 제공 연계 금지 ▲경쟁사의 베이스밴드 칩셋·NFC 칩·보안요소 칩에 대한 상호호환성 저해 금지 ▲NXP의 보안요소칩 인증기술(MIFARE)에 대한 라이선스 제공 거절 금지 등이다.
■ "NFC 경쟁제한 행위 발생할 수도" 경고
공정위는 NXP가 시장지배력을 가진 NFC·MIFARE과 관련해 경쟁제한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퀄컴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이나 롱텀에볼루션(LTE) 등 이동통신에 사용하는 칩셋 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을 보유하고 있어 사업이 중첩되진 않는다. 다만, 각 기술이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한꺼번에 탑재된다는 점에서 향후 경쟁사업자가 배제되고 진입장벽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특히 퀄컴은 자신이 보유한 모든 특허를 패키지 방식으로 한꺼번에 라이선스를 주고 있으므로, NXP가 보유한 NFC·보안요소칩과 관련한 '특허 우산'을 구축해 로열티를 인상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 공정위는 퀄컴이 NXP 인수로 부품 간 상호호환성 보장에 필요한 정보·기술지원 제공을 거절하거나, 상호호환성이 저해되는 방식으로 설계를 변경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현재는 별개인 LTE 칩세트와 NFC 칩을 기술발전으로 하나로 통합하면서 퀄컴의 시장지배력이 더욱 강화되고, 이어 모바일 기기 시장 혁신 감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 "퀄컴, NFC 특허 매각하면 NXP 인수 허용"
공정위는 NXP가 보유한 NFC 표준필수특허와 시스템 특허를 제3자에게 매각하도록 시정 조치했다. 기타 NFC 특허는 인수를 허용하지만, 특허권 행사를 금지하고 다른 특허와 분리해 독립적으로 무상 라이선스를 제공하도록 한 것이다.공정위는 퀄컴이 보유한 NFC 표준필수특허는 칩 판매와 라이선스를 연계하지 않도록 하고, 경쟁사에 공평·합리·비차별(FRAND) 조건으로 제공토록 했다. 또 상호호환성 보장에 필요한 정보와 기술지원을 제공하고, 상호호환성을 저해하는 방식으로 설계 변경도 금지했다.공정위는 또 퀄컴이 경쟁사나 구매자가 요청할 때 현재 존재하는 라이선스 조건과 동일한 조건으로 보안요소칩 인증기술(MIFARE)을 제공하라고 했다.한편, 퀄컴 측은 공정위의 시정조치를 이행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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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퀄컴은 2016년 10월 NXP를 반도체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인 470억 달러(약 50조2천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자동차와 보안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NXP를 인수해 스마트카와 사물인터넷(IoT) 분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목표였다.
퀄컴과 NXP의 국내 매출액은 각각 약4조5천525억원, 4천303억원에 달한다. 공정거래법상 국내에서 매출 200억 이상을 거두는 외국계 기업 간의 합병은 공정위 신고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