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협회가 네이버, 다음, 직방, 다방 등 부동산 플랫폼에 매물 정보 제공을 중단하기로 결의해 현실 가능성과 이용자 피해에 관심이 쏠린다.
부동산 플랫폼 업계는 공인중개사들이 담합해 실제로 매물을 대거 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판단이지만, 현실화될 경우 무엇보다 이용자 피해가 클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협회는 더 이상 대형 중개 사업자들에게 공인중개사들이 끌려 다니지 않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는 입장과 함께, 자체 중개 플랫폼의 경쟁력과 인지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 부동산 매물 정보 '한방'으로 일원화..."중개 플랫폼 횡포 못 참아"
1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지난 12일 전국 단위 지부장 회의를 통해 부동산 플랫폼에 매물 정보 제공을 2월부터 중단하기로 결의했다.
대신 협회가 운영 중인 부동산 중개 앱 ‘한방’을 통해 온라인 매물 검색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저기 올리던 매물 정보를 한방으로 일원화하겠다는 뜻이다.
이들은 네이버, 다음, 직방, 다방 같은 플랫폼 사업자에게 공인중개사들이 더 이상 끌려 다닐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협회가 운영하는 플랫폼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전국 개업 공인중개사는 10만1천여 명이며, 이 가운데 약 9만5천명이 공인중개사협회 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방 앱은 부동산 중개 앱 시장에서 7~8위 순위를 기록 중이며, 월 6천원 회비만 내면 별도의 매물 등록비가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협회의 부동산 플랫폼 셧다운 사태는 지난해 11월 네이버가 ‘우수 활동 중개사’ 제도를 도입, ‘현장 확인 매물’을 많이 올리는 중개업자를 우대해주기로 한 것이 하나의 발단이 됐다.
네이버는 허위, 미끼 매물을 줄이기 위해 우수 활동 중개사 제도를 도입했다는 취지지만, 공인중개사들은 매물 등록비를 올려 받으려는 네이버의 술책이란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었다. 사전에 충분한 안내 없이 네이버가 시행한 것에 대한 불만도 크다.
또 KB국민은행이 ‘리브온’이라는 서비스를 선보인데 이어, HDC현대산업개발이 부동산 포털인 부동산114를 인수하는 등 날로 경쟁 환경이 대기업들에게 쏠리면서 공인중개사 시장이 불리해진다는 판단도 협회 담합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협회 관계자는 “그 동안 공인중개사들이 여러 플랫폼에 광고하던 것을 회원제인 한방으로 집중화시켜 부동산 정보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지난 12일 전국 단위의 회의를 통해 부동산 중개 플랫폼 셧다운을 결의했고, 18일 전국 지부장 회의를 열어 세부 시스템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개별 공인중개사들이 얼마나 셧다운에 참여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미 시행 중인 지역들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전국의 조직망을 활용해 한방에 올라온 허위매물 등의 문제를 개선해 나가고, 대대적인 광고를 통해 한방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 또한 높여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이용자 불편 초래...공인중개사 동참 여부 부정적
그러나 부동산 중개 업계는 협회의 이번 결정이 현실화되기 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실 가능성 자체를 낮게 보고 있다.
일단 온라인과 모바일로 부동산 매매 서비스를 이용해 온 이용자들의 불편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네이버, 직방과 같은 이미 익숙한 서비스를 두고, 협회가 운영하는 한방 서비스로 이용자들을 유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또 사용자 관점이 아닌, 공인중개사 위주의 앱 화면 구성과 디자인, 정보 부족 등의 문제는 한방이 갖고 있는 한계다. 이용자들을 끌어 올 유인 요소가 적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특히 업계는 그 동안 부동산 중개 플랫폼을 이용해 거래 상승효과를 누려온 공인중개사들이 협회가 주도하는 보이콧 요구에 동참할 가능성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시적인 동참이야 가능하겠지만, 과거와 마찬가지로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중개 플랫폼에 매물을 올릴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높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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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플랫폼 관계자는 “협회가 모든 중개 플랫폼에서 매물을 빼고 한방에 모으겠다고 하지만, 과거에도 매물 변동이 사실상 거의 없었다”면서 “무엇보다 이용자를 편하게 하는 방식이 아닌 우리끼리 하겠다는 접근은 잘못된 방식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부동산 플랫폼 관계자는 “경쟁원칙 관점에서 보면 이번 공인중개사협회의 결의는 잘못됐고 현실 가능성이 없다”며 “한방 앱 자체가 사용자 관점이 아닌 공인중개사 관점에서 디자인 됐기 때문에 중개 플랫폼에 매물 정보를 다 빼더라도 사용자들이 한방 앱을 선택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