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규제를 받지 않는 해외 위치정보 기반 서비스 사업자와 국내 사업자가 대등히 경쟁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문용식 공유사회네트워크 이사장이 제1차 규제·제도 개선 해커톤에서 마련된 위치정보 규제 개선안을 두고 한 발언이다.
4차산업혁명위원회(위원장 장병규, 이하 4차위)는 27일 KT 광화문 지사에서 지난 21일부터 이틀간 열린 제1차 규제·제도 개선 해커톤에서 마련된 규제 개선 초안을 발표했다.
규제·제도 개선 해커톤은 이해 관계자들이 1박2일간 끝장 토론을 거쳐 규제 개선의 초안을 만들어내는 프로젝트다. 이번 해커톤에서는 핀테크, 위치정보 보호, 혁신 의료기기 등 3가지가 의제로 선정됐다.
이를 통해 핀테크 분야에서는 핀테크-금융업 간의 민간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하고, 금융업계의 API 정보 제공 등에 대해 추가 논의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 위치정보 보호와 관련해 위치정보의 법적 정의를 '개인의 위치정보'로 한정하고, 위치정보 기반 서비스 사업자가 개인 위치정보를 수집할 시 사전 동의를 구하던 것을 사전 고지 방식으로 대신하기로 하고, 정보 유출 시 사후 책임을 강화하기로 했다.
혁신의료기기에서는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한 기기 허가 패스트트랙 등 규제 완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관련기사)
한편 내달로 연기된 승차 공유 의제에 대해 4차위는 주요 이해 관계자들의 사회적 합의를 천천히 이뤄나갈 예정이며, 택시업자들이 기술 변화를 수용해주길 바란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전했다.
■"핀테크·위치정보·의료기기 규제, 글로벌 경쟁 맞춰 완화"
각 토론의 진행을 맡은 좌장들은 이날 이번 해커톤에서 논의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핀테크 분야 토론에서 좌장을 맡은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 변호사는 "이번 해커톤에서 주요 화두가 된 것은 정보 유출 시 책임 소재 문제"라며 "향후 금융 정보 공유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핀테크 업체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전달받은 개인 금융정보가 유출될 경우 어느 쪽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를 신중히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참여자들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유럽에서는 금융 소비자 동의 하에 금융기관으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핀테크 기업에 대한 여러 자격 요건을 뒀고, 이 제도를 내달 15일부터 적용할 예정"이라며 "유럽에서의 성과와 개선점을 살펴보고 이를 반영해 관련 제도를 국내에서도 수립하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위치정보 보호 분야 토론에서 좌장을 맡은 문용식 공유사회네트워크 이사장은 "이번 해커톤에서 이룬 합의 중 중요한 사안은 위치정보에 대한 법적 정의를 대폭 축소한 것"이라며 "사물위치정보와 비식별 위치정보를 서비스에 활용하는 사업자의 신고·허가 의무가 줄어들어 미래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 될 위치정보 서비스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용식 이사장에 따르면 특정 사업자의 경우 이용자 위치 정보 수집에 사전 동의를 구하던 것을 사전 고지 방식으로 대체하도록 하면서 글로벌 서비스와의 역차별 요소도 일부 해소될 전망이다. 문 이사장은 "위치정보를 활용한 앱을 제공하는 해외 사업자는 그간 국내 규제 기관의 별도 허가 없이 이용자 동의만 받으면 서비스를 제공해왔다"며 "이번 결정을 통해 대표적인 역차별로 거론됐던 위치정보 서비스 분야도 글로벌 경쟁을 위한 발판 마련을 시작한 셈"이라고 언급했다.
또 이번 해커톤 참여자들이 해커톤과 별개로 내달 만나 규제 개선을 위한 세부 내용을 논의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혁신의료기기 분야 토론에서 좌장을 맡은 박종오 마이크로의료로봇센터장은 "첨단의료기기들이 초기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덜한 체외 진단 기기와 의료 기기에 설치되는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며 "소프트웨어의 경우 업데이트를 실시할 때마다 따로 허가를 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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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과거 식품의약안전처에서 안전성을 확인하는데 4년 정도 걸려 의료기기 개발 업체의 불만이 컸다"며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축소할지는 결정하지 못했지만, 해커톤 참여자 모두가 이 검사 기간을 줄이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해커톤에서 논의하기로 했지만 연기된 승차 공유 의제와 관련해 4차위 관계자는 "해커톤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과정이고,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며 천천히 나아가고자 한다"면서도 "택시업계에서 전향적인 태도로 기술 발전에 따른 변화를 수용해줬으면 한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