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대용량 데이터도 안전하게 기록·삭제 지원"

KT 데이터체인 EDMS 적용 사례 보니…

인터넷입력 :2017/12/19 19:37

손경호 기자

수많은 블록체인 기술이 상용화 보다는 테스트나 개념검증(PoC)을 진행하는 가운데 KT는 계열사인 비씨카드에 신용카드 전자서명 이미지를 기록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 상용화에 성공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R3컨소시엄, 하이퍼레저 프로젝트, 이더리움엔터프라이즈얼라이언스(EEA) 등 블록체인을 금융사나 일반 기업 환경에 도입하려고 시도하는 가운데 국내서는 이례적으로 상용화까지 이뤄진 사례로 주목된다.

KT는 통신 인프라를 운영하며 쌓아온 대규모, 대용량, 고속, 병렬 데이터 처리 기술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대용량 데이터까지도 위변조 걱정없이 기록하고, 심지어 삭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블록체인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KT의 경우 일반 기업들이 블록체인을 도입했을 때 바라는 기대 효과를 거두도록 하면서도 전통적인 블록체인에서는 제약이 있었던 대용량 데이터 기록, 데이터 삭제 등을 자체 기술로 구현해 테스트 수준을 넘어서 상용화까지 가능케 했다.

KT 컨버전스 연구소 김종철 팀장.

19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주최한 '제5회 블록체인 테크비즈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맡은 KT 컨버전스연구소 김종철 팀장은 "대부분 디지털 데이터를 기록, 관리할 수 있는 블록체인(데이터체인)을 개발했다"며 "이중 상용화된 것이 전자문서관리시스템(EDMS) 분야"라고 설명했다.

블록체인이 가진 핵심기술은 크게 3가지다. 공개키 암호화 기술, 블록체인 내 합의 알고리즘을 통해 참여자들 간에 신뢰를 확보한다. 또한 암호화폐 거래 기록 외에도 다양한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일종의 분산DB 역할도 한다. 이와 함께 블록체인 상에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암호화폐가 전달되도록 하는 스마트컨트랙트를 구현했다는 점이다.

김종철 팀장은 "이중 KT 데이터체인 EDMS는 분산DB에 중점을 둬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상용화한 대표적인 사례가 비씨카드다. 이 카드사가 의무적으로 저장·기록해 둬야하는 신용카드전자서명이미지(ESC)를 카드사 내부에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도입해 구현한 것이다.

ESC를 포함해 법적으로 기업들이 보관해야할 의무가 있는 로그관리, 콜센터 녹취, 영상보안, 국가기록물 등 전자문서들은 자체적으로 관리를 하거나 KISA가 운영 중인 공인전자문서센터에 기록을 맡긴다.

이러한 경우 대부분 웜스토리지 방식을 쓴다. 예전 CD-ROM처럼 한번 데이터를 기록하면 그 다음부터 쓰기는 안 되고 읽기만 가능하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상당히 많은 비용과 인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전자문서를 활용하더라도 관련 DB, 관리용 SW, 보안시스템 등에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더구나 스토리지에 대한 백업서버, 테이프 백업 등까지 추가로 필요하다. 심지어는 여전히 기업들이 전자문서 대신 오프라인 종이문서를 서고에 보관하는 방식을 쓰는 경우가 흔하다.

KT는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고가 HW나 SW가 없어도 이전 대비 기록 시간을 9분의1 수준으로 낮추면서도 필요한 스토리지 용량은 6분의1로 줄였다. 그만큼 시간과 비용절감 효과가 나는 셈이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만큼 각각 ESC는 서로 블록으로 뭉쳐 비씨카드가 관리하는 블록체인 내에 기록된다.

김종철 팀장은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 기술인) 데이터체인 EDMS는 트랜잭션 데이터를 그대로 기록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밝혔다.

일반적인 블록체인이 데이터를 암호화해 해시값만 기록하는데 그치는 것과 달리 대용량 데이터까지 원본 그대로 암호화해 기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설명이다.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경우 블록 당 1MB 정보만 저장할 수 있다.

때문에 저작권 보호나 기밀이 유지돼야하는 영상, 이미지나 설계도면 등을 포함한 대용량 데이터들까지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데이터체인을 모든 종류의 디지털 자산 관리시스템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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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특징은 데이터를 삭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블록체인은 한번 기록된 데이터는 삭제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KT는 자체적으로 고안한 기술을 활용해 프라이빗 블록체인 상에서 원본 데이터에 대한 수정이나 폐기가 필요할 경우 이를 삭제할 있도록 했다.

다만 아직까지 블록체인에 기록된 전자문서는 법적인 효력을 보장받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를 구축한 기업들은 분쟁이 생겼을 때를 대비해 자체적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해 데이터가 안전하게 기록돼 관리되고 있으며 원본이 맞다는 사실을 입증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