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가를 강타한 성추문 불똥이 망중립성 공방에까지 튀었다.
대표적인 망중립성 옹호론자인 알 프랑켄 상원의원(미네소타)이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씨넷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프랑켄 의원은 이날 “의원직 사퇴는 하겠지만 내 목소리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시민으로서, 그리고 활동가로서 믿고 있는 일들을 옹호하는 일은 계속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등에도 출연했던 유명 희극인 출신인 프랑켄 의원은 최근 성 추문에 휘말렸다.
특히 여성 뉴스 앵커인 리앤 트위든이 지난 달 프랑켄 의원이 2006년 자신을 강제로 만지고 키스했다고 폭로하면서 궁지에 몰렸다.
자신은 결백하다고 버티던 프랑켄 의원은 동료인 민주당 의원들조차 사퇴를 촉구하자 결국 물러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 프랑켄 "구글-페북도 차별금지 의무 지켜야" 주장하기도
프랑켄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대표적인 망중립성 옹호론자로 꼽히던 인물. 이에 따라 그의 사퇴가 최근 미국 정가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망중립성 공방’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짓 파이가 이끌고 있는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오는 14일 망중립성 폐지를 위한 표결을 할 예정이다.
프랑켄 의원은 그 동안 합병을 통해 통신사들의 힘이 커지는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 왔다. 특히 그는 컴캐스트가 NBC유니버셜을 합병할 때는 경쟁 말살 등을 우려하면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프랑켄 의원은 의회 내에서도 강력한 망중립성 규정 도입에 찬성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망중립성 원칙에 대해 “우리 시대 언론 자유를 위한 가장 중요한 쟁점”이라고 묘사했다.
그는 또 FCC가 2010년 망중립성 원칙을 담은 ‘오픈 인터넷 규칙’을 처음 제정할 때도 비판을 쏟아냈다. 유료 급행 회선을 금지하지 않는 등 망중립성 원칙이 지나치게 약하다는 게 당시 비판 골자였다.
프랑켄 의원은 2011년엔 아예 강력한 망중립성 보호 규정을 담은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FCC가 망중립성 폐지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프랑켄 의원은 지난 7월 씨넷과 인터뷰에서 “인터넷은 (언론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1조의 진짜 기본”이라면서 “이런 보호조치를 제공한 것이 FCC인지 의회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언론 자유 원칙은 보호돼야만 한다는 게 중요한 문제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프랑켄 의원은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 뿐 아니라 구글, 페이스북 같은 인터넷 업체들도 차별 금지 같은 의무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프랑켄 없어도 망중립성 수호 문제 없다"
이처럼 프랑켄 의원은 망중립성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겐 강력한 원군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성추문으로 낙마하면서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망중립성을 옹호하는 진영에선 프랑켄 의원이 그 동안 기여해 온 점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프랑켄 의원이 없더라도 망중립성 수호를 위한 운동은 계속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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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언론(Free Press)의 맷 우드 정책 총괄은 씨넷과 인터뷰에서 “프랑켄 의원은 상원 내에서 대표적인 망중립성 수호자였다”면서도 “하지만 그가 (망중립성 수호에 나선) 유일한 인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 십 명의 의원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수 백 만명의 시민들이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권리를 수호하기 위해 일어섰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