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컬럼] 도전적인 양자정보통신 연구 원년, 2018년을 기대하며

이상홍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 센터장

방송/통신입력 :2017/11/30 17:26    수정: 2017/12/01 09:22

이상홍 IITP센터장

1927년 브뤼셀 솔베이 회의에서 아인슈타인은 당시 양자역학의 기초였던 확률적 해석에 반대하면서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God does not play dice)”라는 말을 남겼다.

1970년대 이후 많은 물리학자들이 전자, 원자, 이온과 같은 미시세계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AT&T의 피터 쇼어(Peter Shor)가 1994년에 양자 연산 알고리즘을 제시하면서 컴퓨팅 연산에 적용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2002년 제네바대학의 니콜라스 지생(Nicolas Gisin) 교수는 세계 최초로 상용 양자암호 시스템을 개발했다.

아인슈타인의 불만에서 출발한 양자물리학은 이제 꿈의 컴퓨터, 깨지지 않는 방패로 불리고 있으며, 세계는 양자정보통신을 차세대 핵심 전략기술로 인식하고 본격적인 기술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은 이미 2016년에 양자암호통신 실험위성인 묵자를 발사했고, 일본도 2017년 7월에 통신위성을 통한 양자암호 전송실험을 성공했다고 한다. MIT 과학기술 전문지인 ‘테크놀로지 리뷰’도 올해를 장식할 10대 혁신기술 중 하나로 실용적인 양자컴퓨터(Practical Quantum Computers)를 선정한 걸 보면 양자기술의 활용이 멀지 않은 듯하다.

이상홍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 센터장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ICT를 활용한 산업의 지능화로 요약된다. 수많은 정보를 지능적으로 처리함으로써 산업의 효율이 크게 높일 수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 성공하기 위해선 정보의 신뢰가 담보돼야만 한다. 기존의 정보보호 방식은 해킹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양자물리학적 특성을 활용한 양자정보통신 기술이 적용한다면 해킹과 도감청이 불가능해 신뢰 기반의 통신이 가능해 지므로 진정한 4차 산업혁명이 실현될 것으로 보여 진다.

그렇다면 양자정보통신이 일자리는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양자정보통신 연구개발은 공학적 기술발전 뿐 아니라 물리학, 수학, 광학 등 기초학문과 기존의 정보통신 산업이 화학적으로 융합된 기술이다. 양자암호통신과 양자소자부품 그리고 양자컴퓨터가 연계된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짐으로써 전에 없었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국회 및 국내외 대다수 전문가들은 양자정보통신 기술의 가능성과 파급효과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얇은 연구자층과 그간의 소극적 지원으로 국제경쟁력이 있는 결과를 낼 수 없다는 일부의 우려도 있다. 어쩌면 이런 우려 때문에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정부 R&D는 큰 실패위험성으로 민간이 투자하기 주저하는 기술개발 분야에 대해 선행연구를 하고,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갖고 투자해야 한다. 가장 좋은 예로 기술력과 연구자가 부족하고 성공 가능성을 자신할 수 없었지만 과감한 투자로 성공시킨 ‘CDMA’ 연구개발이 있다. 만일 그때 주저하며 기회를 놓쳤다면 오늘날의 정보통신 강국은 없었을 것이다.

양자정보통신 기술개발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는 지난해부터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마지막 결정만 남은 상황이다.

‘High Risk High Return’ 분야지만, 출발이 늦어질수록 우리의 기술영역은 좁아지고, 기술격차는 커질 것이다. 정보통신과 물리학이 소통하면서 보다 과감하며 속도감 있는 연구를 시작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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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정보통신은 CDMA보다 훨씬 기술적,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분야임이 자명한데, 더 이상 머뭇거리거나 망설일 이유가 없다. 아인슈타인의 확률 주사위가 아니라 루비콘강을 건너 로마를 차지한 카이샤르의 확신과 결단의 주사위를 던져야 할 때다.

새 정부의 과학기술 르네상스를 이룩하고, 4차 산업혁명의 신속한 대응을 위해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신속한 양자정보통신 R&D 정책이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다가오는 2018년이 대한민국의 양자정보통신 기술개발 원년이 될 수 있기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