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강소(强小)기업'이 국가 경제 혁신의 주역이자 좋은 일자리 창출의 모범으로 주목되고 있습니다. 지디넷코리아는 강소기업의 성공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이들 기업에 대한 현장 탐방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㉒ 간편송금 넘어 금융필수앱 회사로 거듭난 '비바리퍼블리카'
누적 송금액 9조원. 앱 다운로드수 1천200만. 투자유치 875억원.
핀테크 스타트업 비바리퍼블리카가 2015년 2월 간편송금서비스 '토스(TOSS)'를 출시한 지 2년여만에 거둔 성과다. 그 사이 임직원수는 101명으로 늘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최근 KPMG 핀테크 및 H2 벤처스 선정 글로벌 2017 핀테크100에서 35위에 올랐다. P2P대출 원조격인 렌딩클럽, 암호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 무료 증권거래소를 내세운 로빈후드 보다 앞선 순위다.
토스는 이제 국내 핀테크 업계는 물론 금융권에서도 가장 많이 회자되는 성공적인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카카오톡 사용자를 등에 업은 카카오페이, 국내 대표 포털인 네이버 사용자를 기반으로 한 네이버페이에도 밀리지 않는다.
대체 이런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비결은 단순명료하다. "사용자가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겪는 지긋지긋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을 자신들의 존재 이유로 봤기 때문이다.
■ 핵심 기술과 제품 : 지긋지긋한 금융서비스 불편함 해결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겪는 지긋지긋한 문제들을 해결하겠다."
토스는 더이상 간편송금서비스라고 부르기 힘들게 됐다. 공인인증서 없어도 간편송금이 된다는 입소문을 타고 퍼지기 시작한 이 모바일앱은 그동안 확보한 가입자들을 기반으로 입출금계좌 통합조회, 신용등급 무료 조회/관리, CMA 연계 토스 주계좌플러스, 부동산 소액투자 서비스까지 내놨다.
이제는 어엿한 금융플랫폼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렇다고 기존 금융사처럼 모든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전통 금융사, 핀테크 기업들과 협업을 택했다. 토스앱에 들어오기만 하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들을 최대한 쉽고 편리하게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전략은 먹혀 들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고객들이 토스를 어떻게 사용하는 지 보고 직접 인터뷰도 하고 해서 작은 불편함까지 해결하는데 집중했죠. 그러다 보니 고객들이 뭔지는 모르겠는데 써보면 편하고 슬릭하게(매끄럽게) 넘어간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의 말이다. 사소한 부분에서까지 디테일을 챙기는 것이 토스가 그동안 빠른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저력의 원천이었다는 설명이다.
이를 상징하는 서비스 중 하나가 무료 신용정보조회다. 이 대표는 모 금융사 직원이 오히려 10년만에 자신의 신용등급을 토스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이 서비스는 그동안 각종 대출 등을 이용하면서도 자신의 신용등급이 어떤 이유로 변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했던 고객들을 겨냥한다. 신용등급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언제나 조회해 볼 수 있게 하자는 의도다.
현재는 100만여명이 토스앱에서 이 서비스를 사용 중이다. 자체 조사 결과 재방문자 2천56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94%가 '만족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국내 신용평가회사에서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는 있다. 하지만 1년에 서너번 정도만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던 탓에 한 달에 한번 꼴로 변할 수 있는 내 신용등급을 정확히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코리아크레딧뷰로(KCB)라는 신평사와 협업해 이 같은 서비스를 지원하는 중이다.
이보다 앞서 19개 은행에 대한 본인 계좌조회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이 대표는 "새로 가입한 사용자들 중 절반 이상이 무료 신용조회, 계좌조회를 이용 중이라 토스가 더이상 간편송금서비스라고만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토스는 여기에 더해 테라펀딩과 파트너십을 맺고 부동산 P2P대출에 대한 소액투자를 지원하고, 신한금융투자와 협업해 CMS와 연계한 토스 주계좌플러스, 편의점 및 서울 지하철 1~4호선, 부산/대구 지하철 역사 내 ATM에서 카드가 필요없는 출금을 지원한다.
충성도 높은 고객 덕에 토스와 제휴한 금융사도 성과를 거뒀다. CMA 연계 토스 주계좌플러스의 경우 출시 2개월만에 20만 계좌 개설을 유치했다. 지난해 은행권 전체 비대면 계좌 개설수가 15만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모든 은행이 달라붙어 1년이 걸릴 것을 2개월만에 해치운 것이다.
테라펀딩은 투자금 모집 금액 중 45% 이상이 토스앱을 통해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원래 소액대출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제공했던 이 기업은 간편송금을 위해 제휴를 맺은 19개 금융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몇몇 은행, 저축은행, 카드사 등의 대출상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결제쪽에서는 넥슨캐시, 배달의민족 등과 제휴를 맺었다.
이 대표는 "이전까지는 지출이 많았는데 최근 6개월여 간 수익을 내는데 집중하면서 내년에는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으로 본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그 동안 총 875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이 중에는 글로벌 결제전문 기업인 페이팔, 미국 스냅챗, 스포티파이 등 유망 IT기업에 투자한 베세머(Bessemer)라는 투자사도 들어가 있다.
이 대표는 이들로부터 "(토스가) 글로벌 금융 역사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서비스이면서 사용자 만족도가 높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 미래비전 : 금융사-핀테크 기업과도 시너지 나는 금융플랫폼
"다른 경쟁사들이 우리가 뭐하는지 볼 때 우리는 고객이 겪는 불편함을 다 풀어주려고 합니다. 사용자들에게 뭔가 금융서비스를 이용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찾는 서비스가 되는게 목표이죠."
이 기업이 꿈꾸는 목표는 금융사나 다른 핀테크 기업들과 경쟁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최고의 파트너사가 되는 것을 지향한다. "고객은 물론 파트너사들이 수익을 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최고의 플랫폼이 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테라펀딩 외에 다른 P2P대출 기업과도 제휴하는 등 다른 금융사, 핀테크 기업들과도 시너지를 낼 방법을 모색하는 중이다.
토스는 국내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글로벌 시장도 내다본다. 단기적으로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이 목표다. 아직까지 국내 핀테크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낸 적이 없었던 만큼 앞으로 어떤 성과를 낼 지 주목된다.
이 대표는 "사용자들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겪는 문제를 푸는 것은 어디나 비슷하지만 동남아 시장의 경우 금융인프라는 뒤쳐졌음에도 불구하고 전 국민 중 75% 가량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모바일 금융 편의 서비스가 진출하기에 좋은 시장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기업은 베트남, 필리핀 협력 파트너 및 현지 은행들과 협업 방안을 검토 중이다.
■ 기업문화 : 아이디어 회의 하는데 굳이 PPT 5장이나?
비바리퍼블리카가 위치한 서울 역삼동 사무실 내 회의실 한 켠에는 아이디어 회의를 위해 남긴 메모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이 대표는 "창업하면서 5개 핵심가치와 15개 세부적인 원칙을 세웠다"며 그 중 하나가 "형식을 파괴한 실질에 집중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기업은 내부 아이디어 회의를 위해 담당자가 파워포인트로 슬라이드를 5장씩 만들고 있으면 "우리는 그렇게 일 안 한다"고 말해준다고 한다.
아이디어는 단순한 것인데 굳이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번거롭게 시간을 보내야 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정말 대박을 낼 수 있는 기회에 집중한다"며 "토스앱으로 할 수 있는 건 많지만 대부분 아이디어들 중 정말 큰 기회가 되는 것들에만 공을 들인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휴가나 비용지출 등을 완전 자율에 맡긴다는 사실이다. 쉽게 말하면 언제든 사내 전체메일로 휴가일정을 보내면 쉴 수 있고, 회사 비용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더해 현재 정규직을 대상으로 1억원까지 무이자 대출을 지원한다. 국내 주요 IT기업들도 3천만원~5천만원 선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이다.
■ 이승건 대표의 경영철학 : 완전한 자율권과 책임감 준다
"역량이 검증된 인물을 데려오는 대신 완전한 자율권과 책임감을 준다."
이승건 대표가 내세우는 대표적인 경영철학이다.
회사와 함께할 임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비바리퍼블리카는 경력직이라고 하더라도 3개월 간 수습기간을 둔다. 그 사이에 이러한 방침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책임감 면에서 부족하거나 잘 맞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빠르게 피드백을 주고 퇴사를 권유한다.
대신 함께 일하기로 결정을 내린 직원에 대해서는 불필요한 불신뢰 프로세스를 없앴다. 휴가신청서를 따로 내거나 비용지출내역에 대해 결재를 맡아야하는 등 과정을 없앤 것이다.
이 대표는 "회사의 목표가 중요하고, 회사가 망하면 안 되니깐 살아남아야한다는 의식을 공유하고 있는데 굳이 식대를 1만원~2만원으로 정할 필요가 없고, 휴가도 자기 리듬에 맞춰서 쓰고 쉬도록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도 회사 일이 급한데 갑자기 쉬거나 하는 직원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당신은 일만 고민하면 되고 나머지 당신의 삶의 다른 문제들을 다 해결해 줄게"라는 메시지를 임직원들에게 보낸다. 무이자 대출 등을 지원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능력면에서 검증된 임직원들에게 자율과 책임을 주다 보니 오히려 너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나오기도 한다. 미국 애플 본사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까지 근무했다가 이 회사에 합류한 직원은 동료들이 너무 열심히 일한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 대표는 2007년 서울대 치의학과를 졸업하고, 2008년부터 삼성의료원 전공의로 근무했었다.
치과의사라는 이력을 뒤로 하고 창업전선에 뛰어든 것은 기술혁신으로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그는 2012년 중소기업청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이듬해인 2013년 비바리퍼블리카를 창업했다.
"치과의사로 보내는 시간 동안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어서 뿌듯함도 있었지만 마음 한 켠에 늘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며 "돈을 잘 버는 일을 하기보다는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어 나가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기술 혁신이 답이라 생각해 바로 창업을 결심하고 소집 해제 다음 날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창업의 길로 뛰어들었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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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경력까지 고려하면 올해까지 햇수로만 창업 7년째를 맞았다. 그 사이 진행했다가 실패한 사업 아이템만 8개가 넘는다. 프로젝트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시행착오를 겪으며 한 때 임직원 4명~5명으로 버티던 시절도 있었다.
그 사이 2015년 서비스하기 시작한 토스가 대박을 냈다. 그는 이런 경험이 바탕이 돼 완전한 자율권과 책임감을 주는 것이 구성원들의 참여도를 높이면서도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돕고 효율성도 높이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