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중되는 규제 리스크…통신사 실적 우려 커져

3분기 실적발표 컨콜…"불확실성 우려" 한목소리

방송/통신입력 :2017/11/03 08:29    수정: 2017/11/03 08:30

“최근 규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투자자 불안이 가중되는 점을 공감한다”

2일 이혁주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는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진행하면서 투자자의 질문에 앞서 이같이 말했다.

하루 앞서 분기 잠정 실적발표를 마친 KT 역시 규제리스크와 관련한 논의가 줄을 이었다. 투자자들의 주된 관심사는 회사의 성장 여력과 배당이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대통령의 공약을 이어받아 통신비 부담 절감 대책이란 이름으로 관련 정책을 펴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공약 이행은 민간 회사인 통신사들의 몫으로 떠넘겨진 상황이다.

통신 업종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인 탓에 정부 정책에 따라 회사의 경영 방향이 뒤집히기 일쑤다. 그럼에도 가시화된 규제 영향이 실적에 미치기 시작했지만 투자자나 통신사나 뾰족한 수를 못 찾는 모습이다.

■ 선택약정할인으로 통신사는 매출 압박, 소비자는 다시 고가요금제

실제 이동통신업계의 3분기 실적발표에서 가장 두드러진 통신비 정책 영향은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에 따른 영향이다. 정부는 지난 9월15일부터 선택약정할인율을 기존 20%에서 25%로 상향시켰다.

KT는 “선택약정할인 가입자가 증가하면서 매출 성장에 압박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지원금 절감에 따른 마케팅 비용 축소, 리텐션 효과 정도에 순익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선택약정할인은 기본적으로 서비스 요금을 인하하는 방식으로 통신사 입장에서는 매출이 줄어든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회사는 영업이익 감소보다 매출 감소를 꺼린다. 성장동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결국 통신사가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다른 비용을 축소시키는 방식밖에 없다. 통신사는 기간 인프라 사업을 하는 동시에 수익 사업 대부분이 일반 소비자 대상이다.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회사가 비용을 줄인다는 것은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몫을 줄이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통신비 부담 절감이라는 정부의 의도가 실제 시장에서는 엇박자를 내는 모습도 보인다.

LG유플러스는 “9월15일부터 시행된 선택약정할인 25% 상향 조정 이후에는 선택약정할인 유입비중은 확대되고 있으나, 5만9천900원 이상의 데이터스페셜요금제 가입 비중 또한 꾸준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할인율 상승에 따른 수익감소 영향을 일정 부분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비싼 요금제일수록 선택약정할인 제도로 주어지는 혜택이 큰 만큼 소비자들이 속도 제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로 쏠리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 추가 규제정책 우려, 새 성장동력 투자계획도 깜깜

3분기 실적발표를 마치면서 통신사들은 향후 4분기 실적 정리와 함께 내년도 투자계획을 포함한 경영계획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가계통신비 정책 시행에 따른 수익성 전망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당장은 마케팅 비용 절감, 구조적 비용 혁신 등의 일시적 방안으로 규제 영향을 최소로 줄이는 방법 밖에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보편요금제와 같은 추가적인 통신비 인하 정책에 투자자와 통신사의 이목이 쏠려있다. 보편요금제는 SK텔레콤의 통신 서비스 요금을 법으로 정하고 일정 기간마다 정부가 요금 수준을 설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KT는 보편요금제에 대해 “시장에서 결정되는 요금 수준을 법률로 직접 규제하는 방식은 해외서 유례를 찾기 어렵고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면밀함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보편요금제 도입은 MNO 뿐만 아니라 알뜰폰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가고 기업의 요금설정 자율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있는 만큼 입법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규제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보편요금제 선에서 그치지 않는다.

한 투자자는 무선 통신에 가해지는 요금 인하 압박이 유선 통신 사업으로 옮겨올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무선 통신에서 데이터 이용이 높은 부분도 정부가 문제를 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이어졌다.

LG유플러스는 이에 “유선은 무선과 다르기 때문에 규제 방향이 똑같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업셀링 문제는 무선 데이터 사용량 증가에 따른 질적 성장 영향이기 때문에 규제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우려를 종식시키기에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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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리스크에 따른 경영악화가 이어지더라도 국가의 통신 인프라를 책임지는 통신업계는 투자를 게을리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합리적인 규제를 기대한다는 표현이 투자자 대상 회의에서 계속 나왔다.

이혁주 LG유플러스 부사장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정부의 여러 규제 정책에 대해서는 글로벌 유수의 통신사들이 5G를 포함해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시점에서 국내 통신사업자들이 미래 준비에 주력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