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 아이폰X 출고가 좀 내려줄래요?

[이균성 칼럼]스마트폰 가격에 관하여

홈&모바일입력 :2017/11/02 14:24    수정: 2017/11/03 11:33

애플의 스마트폰 신제품 아이폰X 출고가가 163만원(256GB 기준)이라 한다. 이보다 사양이 낮은 64GB 제품은 142만원이다. 애플코리아가 발표한 가격이다. 이를 보고 입이 딱 벌어졌을 일부 정치인과 정책 당국자에게 이제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지금까지 기업을 압박하면 통신서비스 요금을 내리고 스마트폰 출고가를 깎아 가계통신비를 인하할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행동했기 때문이다.

자, 그래서 묻는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다시 국정감사라도 소집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불러 호통칠까. 대체 스마트폰이 뭐길래 더 큰 노트북PC보다 비싼 거냐고 따질 것인가. 기업가정신은 어디다 내팽개치고 폭리를 취하느냐고 훈계할까. 아니면 스마트폰 가격 상한제를 위한 법률이라도 제정할까. 애플을 상대로 실제로 이런 일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애플 '아이폰X'.(사진=애플)

그래서 다시 묻는다. 애플에 하지 못하는 일을 왜 삼성과 LG에는 강요하는가. 국내기업이어서? 그러니까 만만해서? 그게 아니라면 대체 왜? 아무리 애써 생각해봐도 그 이유를 알 길이 없다. 그런데 이러한 일은 스마트폰 분야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 업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구글과 페이스북에 대해선 그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으면서 네이버나 카카오에 대해서는 쥐 잡듯 한다.

그들의 정치와 정책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헷갈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들 제품과 서비스는 국경이 없는 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아이템이다. 가뜩이나, 트럼프의 미국, 시진핑의 중국, 극우세력이 부상하는 유럽 등이 극단적인 자국 우선주의로 나아가는 상황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전 부회장이 물러나는 순간까지 위기를 강조하고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이 생존을 걱정하고 있는 이유가 그것이다.

백번 양보해 소비자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 치자. 하지만 이 또한 올바른 방향은 아니다. 아주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상품과 서비스의 소매가격은 시장에 맡기는 게 순리다. 소비자 편익을 위한다면 시장의 공급자들이 품질과 가격에 관한 혁신 경쟁에 나설 수 있도록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게 최선의 정책이다. 권력으로 기업을 압박하는 ‘정책 갑질’은 결코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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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혁신은 사실 어려운 게 아니다. 더 좋은 제품을 더 싸게 파는 길로 나아가는 것이 혁신의 핵심이다. 그건 정부가 강요한다고 될 일도 아니고 강요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그거야말로 기업에겐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찾지 않는 제품에 비싼 가격을 매겨 일부러 자멸의 길로 갈 기업이 어디 있겠는가. 그건 기업이 알아서 할 일이고 소비자는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아이폰X 가격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이를 입증한다. 각종 기사의 댓글은 비아냥 일색이었다. 물론 사겠다는 사람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누구도 말리지 않는다. 그러니 정부가 이에 대해 싸네 비싸네 관여할 이유가 없다. 소비자가 선택하면 그만이다. 대수로운 일이 아니다. 그냥 사느냐 마느냐의 문제이지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갤럭시나 G 시리즈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