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매출을 모른다고 밝힌 구글이 세금 회피 문제를 제기 한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 발언에 모순되는 반박 입장을 내놔 의구심을 낳고 있다.
매출을 모르는 상태에서 세금을 제대로 낸다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인데, 업계는 구글이 실제로 세금을 제대로 납부한다면 매출부터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구글은 국내에서 고용 창출에 기여하는 바가 적고, 구글닷컴에도 어뷰징 문제가 있다는 이해진 전 의장의 지적에도 반박했는데, 핵심을 비켜간 답변만 내놨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은 지난 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확인 국정감사에서 “구글은 한국에서 엄청난 돈을 버는데 얼마를 버는지도 모르고, 트래픽 비용도 안 내고, 세금도 안내고 고용도 안 된다”며 국내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를 제기했다.
상임위원들이 네이버의 검색 및 광고 시장 독과점 문제 등을 집중 지적하자 역차별 환경에서 생존경쟁을 벌이는 네이버에 대한 과도한 공격에 억울함을 호소한 것이다.
이 전 의장은 전날 열린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확감에서도 “구글은 검색 점유율 90%, 페이스북은 SNS에서 거의 100%”라면서 네이버 국내 점유율을 글로벌 기준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 같은 이해진 전 의장 발언에 대해 구글코리아는 2일 “특정기업이 세금을 안 낸다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여러 발언은 주무부처 및 해당 기업의 신뢰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면서 공식 입장을 공개했다.
■ 존리 구글코리아 "한국 매출 모른다"...그런데 세금은 잘 낸다?
먼저 구글은 세금을 안 낸다는 이해진 전 의장 말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한국에서 세금을 납부하고 있으며, 국내 세법과 조세조약을 준수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구글코리아의 반박은 존리 대표가 지난 달 30일 과방위 국감 때 한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당시 존리 대표는 한국에서 기록한 매출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결국 구글코리아 주장대로라면 소득도 모르는 상태에서 제대로 된 세금을 낸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구글코리아는 한국에서 납부하고 있는 세금 내역과 규모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하고 있다.
구글은 또 수년 간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는 방식으로 법인세 납부를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해 구글의 조세회피 방법을 차단하기 위해 법인세법 내 근거 규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정책 보고서를 발간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구글 앱 마켓인 플레이스토어의 총 매출 3조1천903억원을 기록해, 이 중 30%의 수수료를 챙긴 구글은 앱마켓에서만 9천570억원의 순매출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또 동영상 시장에서도 유튜브는 2016년 6월 기준으로 43%의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최대 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짐작된다.
즉 구글은 소득에 따른 세금이 아닌, 국내에서 지불해야 할 최소한의 세금을 내면서 이를 가리켜 “세금을 내고 있다”는 답변으로 빠져 나가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추가적으로 구글코리아 측은 "국감에서 국가별 매출을 따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존리 대표의 발언을 추산하지 않는다로 잘못 통역해서 생긴 문제"라면서 "한국 구글이 매출을 추산하지 않는다거나 이를 모르는 게 아니라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자료에 나온 수치는 매출이 아닌 거래액이기 때문에 실제 구글코리아가 버는 돈과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 수조 매출에 고용은 고작 몇 백 수준?
구글은 또 고용이 없다는 이해진 전 의장의 국감 발언도 비판하고 나섰다.
현재 구글코리아에 수백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고, 국내 기업과 협업해 성장 및 해외 진출을 돕는 영업/마케팅 직원들이 있다는 논리다. 또 ‘구글 캠퍼스 서울’ 팀에서도 국내 스타트업 성장을 지원하는 조직이 있다는 것을 두고 한국의 고용 증대에 기여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구글코리아의 반박은 이해진 전 의장의 발언을 직역하면서 생긴 오류로 해석된다. 이 전 의장의 말을 의역하면 “구글코리아가 국내에서 일으키는 고용 인력 수준이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해 미미하다”로 읽힌다.
특히 구글코리아는 지난 2006년 한국에 R&D 센터를 설립, 2~3년간 1천만 달러 이상을 투자해 연구인력을 최대 150명 까지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공개한 이행 계획에 대한 결과는 아직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 어뷰징 문제 일으키고도 구글은 깨끗하다고?
끝으로 구글코리아는 “구글도 그런 문제(어뷰징)가 많이 나올 것이다. 국내에서는 구글의 검색 점유율이 낮아 구글코리아가 상대적으로 깨끗해 보일 뿐”이라는 이해진 전 의장의 발언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구글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구글은 검색 결과의 객관성과 공정성 및 투명성에 대해 매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구글 검색 결과는 100% 알고리듬 순위에 기반하고 있으며, 금전적 또는 정치적 압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 부분 역시 이해진 전 의장의 말을 오역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 전 의장은 ‘google.co.kr’은 검색 점유율이 낮기 때문에 외부에서 어뷰징과 같은 공격이 많지 않아 상대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말을 했다.
다만 네이버는 검색 점유율이 국내에서 높기 때문에 실시간 검색 순위나 노출 순위를 조작하려는 시도와 공격들이 많이 이뤄져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들이 커 보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구글 역시 ‘google.com’에서는 상단에 노출되려는 시도들이 해외에서 많이 이뤄지고 있고, 이를 기술적으로 막는 노력들이 시도되고 있다.
실제로 구글은 올 4월 가짜뉴스를 차단하고 품질 높은 검색 결과를 제공하기 위해 검색 엔진을 수정했다. 당시 구글은 몇 달 간 문제가 있는 검색 결과를 제공해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12월에는 “홀로코스트가 실재했는가”라고 검색했을 시 최상단에 인종 차별 주의자 웹사이트를 띄워 비판을 받기도 했다.
부연하면 이해진 전 의장은 구글도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검색 상단 노출을 노린 여러 가지 어뷰징이 일어나고 있고, 이 같은 시도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구글 검색 점유율이 국내에서 낮기 때문이란 점을 꼬집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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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구글코리아는 이 같은 지적에 원론적으로 회사가 지향하는 검색의 공정성과 투명성만을 답변으로 내놨다.
서울과기대 김현경 교수는 "구글코리아의 입장은 황당하다. 구글과 같은 국외사업자들의 조세 회피는 국내사업자들의 사업의욕과 노동의욕을 심각하게 떨어뜨린다"면서 "세금을 내고 있다면 이번 기회에 당당하게 공개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