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사장단 인사와 조직개편의 분수령이 될 삼성전자 이사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삼성 그룹 안팎에서는 권오현 부회장의 퇴임과 맞물려 이뤄질 이번 인사가 대규모 세대교체를 이루는 사장단 인사로 이어질 지 주목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1일 이사회를 열고 권 부회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DS 부문장과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으로는 김기남 반도체총괄 사장이 유력하다.
이사회에서는 또 의장을 맡고 있는 권 부회장의 후임과 사장단 인사안에 대한 보고와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사장단 인사 시기는 내달 초가 유력하다. 권 부회장은 지난 13일 퇴임 메시지를 통해 '이사회에 후임자를 추천할 계획'이라고 밝힌 데 이어, 19일에는 '후임 인사는 이사회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 이사회서 인사 윤곽...DS부문장·삼성디스플레이 대표 결정될 듯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3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한다. 이어 다음 날인 1일엔 수원에서 48주년 창립기념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업계는 늦어도 31일까지는 인사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부문장 인사의 경우 이사회 승인을 거쳐야 하는 사안은 아니다"면서 "그러나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대표 선임 등 굵직한 사안을 논의할 기구가 삼성전자 내부에 딱히 없기 때문에 이사회를 통해 인사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통상 12월 초에 그룹 차원에서 인사를 실시했다. 사장단 인사 이후 자연스럽게 각 계열사별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이 함께 진행됐다. 그러나 이번 인사의 경우 불가피하게 조속히 진행되는 모습이다. 올 초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으면서 직무를 대신해 온 권 부회장이 퇴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공백이 커질 우려 때문이다.
특히 삼성이 지난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제대로 된 인사를 하지 못한만큼 대규모 인사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권 부회장의 퇴진이 '세대교체'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경력의 인물이 지명될 수도 있고, 현재 쓰리-톱(3-TOP) 체제인 디바이스솔루션(DS), 소비자가전(CE), IT·모바일(IM) 부문 등 조직 전반이 재편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더 나아가 이날 이사회를 통해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후임이 결정될 수도 있다. 현재 권 부회장이 맡고 있는 이사회 의장 임기는 내년 3월 말까지다. 권 부회장이 용퇴를 선언한 만큼 순조로운 인수 인계를 위해 이사회 의장 인선을 조기에 마무리지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예상과 달리 이번 인사가 대규모로 이뤄지기 보다는 '원포인트 인사'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권 부회장의 사퇴 선언 이후 세대교체 등 온갖 추측성 보도가 쏟아지면서 성급한 발표가 삼성 내부적으로 득이될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인사와 조직개편을 앞두고 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내부적으로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31일 어느 정도 최소한의 윤곽이 드러나면 다음달 중으로 조직개편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 DS부문장에 김기남 사장 유력…전동수·진교영 등도 거론
삼성전자 이사회는 우선 권 부회장의 용퇴로 공석에 놓인 DS부문장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인사와 조직개편 흐름은 자연스럽게 계열사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권 부회장은 삼성전자 DS부문장인 동시에 대표이사직과 삼성디스플레이 대표를 겸했다. 이 때문에 업계는 신임 DS부문장 역시 DS부문 대표이사를 겸직할 것으로 본다.
현재 DS부문 이외에도 삼성전자의 소비자가전(CE), IT모바일(IM) 부문장들 역시 각 부문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어서다.
권 부회장을 대신할 새로운 DS부문장엔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 전동수 의료기기사업부장(사장) 겸 삼성메디슨 대표, 진교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부사장) 등 다수의 인물들이 거론된다.
김 사장과 전 사장이 각각 1958년생인 점과 진 부사장이 1962년생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은 52년생인 권 부회장이 주목하는 세대교체에도 적합하다는 평가다.
특히 삼성전자 내부에선 신임 DS부문장으로 김기남 사장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4년 2월 반도체총괄에 오른 김 사장은 1986년 삼성전자 반도체 D램 PA팀 팀장으로 입사한 후 삼성종합기술원 원장과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등을 거쳤다. 반도체 등 관련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역량을 갖췄다는 점에서 권 부회장이 맡던 DS부문장 후임으로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또 김 사장이 직무체계상 권 부회장의 직속 라인인 점 역시 그가 유력한 후임자로 점쳐지는 이유다. 김 사장은 권 부회장과 함께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의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기도 했다.
또 다른 후보로는 전동수 사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CE부문 의료기기사업부장과 삼성메디슨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는 전 사장은 삼성전자에 반도체 연구원으로 입사해 메모리반도체 사업부장까지 거친 '반도체맨'이다. 특히 3D낸드플래시 기술 개발에 큰 공을 세우면서 전 사장이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 사업인 반도체의 성장 발판을 닦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부사장급이지만 부문장 하마평에 오른 진교영 부사장도 주목을 받고 있다. 진 부사장 역시 1997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 입사해 반도체 한 우물만 파 온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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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진 부사장은 26일 신임 DS부문장으로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위에 선배님들도 많이 계시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답한 바 있다.
한편, 권 부회장이 겸직해 온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직엔 박동건 상근고문과 이동훈 부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