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수 포도트리 "달리보고 바꾸는 게 취미"

"열정으로 조직 리드...작가 중심 유통 구조 확립"

인터넷입력 :2017/11/13 18:41    수정: 2017/11/13 19:19

독자 수익 모델과 웹툰·웹소설을 국내 처음으로 한 플랫폼에서 유통한 기업. 포도트리의 성공에는 나름대로의 고민이 묻어 있다. 무작정 1위 사업자를 벤치마킹했다면 지금의 성공은 있을 수 없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그만큼의 노력이 따르기 마련이다. 포도트리에서는 그 노력이 '열정'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열정 없이 디테일, 아이디어, 인내, 협력, 비판도 없다"고 강조하는 이진수 포도트리 대표는 몇 년 내에 수조원대의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만으로도 스스로 열정을 갖는 데 부족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열정이라는 공통 가치를 구성원과 공유하며 조직을 키워왔기 때문에 지금의 성장이 있었다는 이 대표에게 경영 철학과 향후 사업 방향성을 물어봤다.

"리디자인(redesign)에 관심…플랫폼 사업에 열정 쏟는 이유"

이 대표는 애플 앱스토어가 한국에 상륙한 2009년, '콘텐츠' 회사를 만들겠다며 당시 마케팅 센터장으로 근무하던 NHN에 사표를 던졌다.

콘텐츠를 택한 이유가 있었다. 앱스토어라는 신규 시장에 가장 최적화된 형태의 콘텐츠 플랫폼을 만들고자 하는 열망 때문이었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문제집이나 교재 등이 답답하게 느껴졌어요. 남들이 원 자료를 가공한 결과물을 보는 게 싫었던거죠. 영어 단어장을 보면서 a부터 z까지 하루에 50페이지씩 직접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고쳐 새로 다 만들어본 적도 있어요. 카투사로 군복무를 할 때는 몇만 단어가 담긴 단어장을 엑셀로 직접 만들면서 10메가짜리 파일을 만들기도 했죠. '나라면 이렇게 만들었을텐데'라는 생각이 단어장을 새로 만들 때도, 직장에서 선배들의 기획서를 볼 때도 영향을 미쳤죠.그렇게 원안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보는 경우가 많았어요. 주변에 이런 취미가 있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대상이 무엇이든 '리디자인'하는 것에 저 스스로가 남들보다 열정적이었던 거죠."

웹툰과 웹소설을 택한 이유는 가장 모바일에 친화적으로 '리디자인'될 수 있는 콘텐츠 종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이 되려면 하나의 킬러 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그는 카카오를 파트너로 선택했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콘텐츠 리디자인을 위한 고민은 사업 이후 계속 이어졌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카카오페이지 수익 모델 '기다리면 무료'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배경이다.

"객관적인 벤처 CEO 되기 위해 끝장토론"

대표로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에 대해 이진수 대표는 '객관성을 찾는 것'이라고 답했다. 사업에 열정적인 창업자 입장에서 회사가 급성장하거나 위기에 처할 때에도 정확한 답을 내리기 위해 늘 객관적으로 움직이는 게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사실 벤처기업 대표 만큼 주관적인 대표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늘 객관성을 찾기 위한 노력이 중요합니다. 누군가의 의사결정을 바꿀 수 있는 권한을 지닌 사람으로서 회사가 어렵고 부정적인 환경 속에서도 무언가에 대해 추진력을 발휘해야 할 때도 있고, 모두가 당연하다고 말할 때 저는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모두가 좋게 평가한 서비스가 출시 이후 좋은 결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제가 추진한 사안이더라도 돌이켜야 해요.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구성원들의 관성을 돌이켜야 하는 건데, 그게 잘못된 관성이라는 것을 최종 결정을 내린 대표 스스로가 인정하기 어렵죠. 그래서 객관적인 시각을 갖고 본인이 맞다는 의지를 갖거나 잘못을 빠르게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이 대표가 찾은 해답은 토론이다. 사업을 운영하다 난제에 부딪치게 되면 조직 구성원과 결론을 낼 때까지 논의하는 이른바 '끝장토론'도 감수한다고 밝혔다.

"동영상 사업의 초안을 잡을 때 내부에서 면대면으로 회의 한 시간이 200시간은 넘었을 거에요. 기다리면 무료를 고안하고 운영할 때는 수천시간은 쓴 것 같아요. 제가 바쁠 때는 외부 출장 같은 일정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니라 내부 구성원과 토론을 많이 하느라 그렇습니다. 그렇게 끝없이 이어지는 토론 끝에 저희가 내린 결정에 객관성을 회복할 수 있게 된다고 봐요."

이진수 포도트리 대표.

■ VOD도 '기다리면 무료' 도입…시장 문제 해결될 것"

이 대표는 내달 초 베타 서비스 출시를 앞둔 VOD 서비스도 웹툰·웹소설 사업과 마찬가지로 이용자의 콘텐츠 구매 경험을 얼마나 손쉽게 이끌어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역설했다.

"유료 콘텐츠 비즈니스의 핵심은, 어떻게 사용자가 유료와 무료의 경계를 인식하지 못하게 하냐에 달려 있습니다. 사용자가 '유료'라고 인지하는 순간 그 사업은 망했다고 봐야 해요. 게임 앱 시장에 19.99달러짜리 게임이 주류였다면 시장 규모 자체가 지금 수준까지 성장하지 못했을 겁니다."

이용자의 구매 경험을 이끌어내기 위해, 카카오페이지 VOD 서비스는 '퍼스앤플레이(Pause and Play)'이라는 이름의 수익 모델(BM)을 달고 서비스될 예정이다. 웹툰·웹소설에 적용됐던 '기다리면 무료'가 바탕이 됐다. 전체 영상을 5~10분 내외로 분절해 이용권 하나로 분절된 영상 하나를 볼 수 있는 방식이다.

PNP 도입을 통해 그간 업계에서 이용자에게 판매하던 VOD 1개의 최소 단가 약 1천500원을 1/6 수준으로 낮춰 금전적 장벽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 이용권 구매 외에 광고 시청이나, 운영자가 이용자에게 이용권을 선물하는 방식, 타인에게 이용권을 선물하면 이용권 1개를 지급받는 방식 등 다양한 접근 방법을 제공해 이용자들이 VOD 시장 참여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PNP 도입이 구작 VOD의 활성화와 시장의 폭발적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VOD 사업에서 특이한 점은, 이용자들이 구작에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는 거에요. 옛날 영화나 드라마를 잘 찾아보지 않기도 하고, 구작에 단가를 붙여 10만개를 내놔도 성공할 수 없는 게 VOD 사업입니다. 즉 그런 콘텐츠를 갖고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다른 형태의 과금 방식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오죠. 그게 기다리면 무료가 아닐까 싶습니다. 기다리면 무료는 웹툰·웹소설 시장을 수십 배로 키웠어요. 영상도 같은 방식을 도입하게 되는 건데, 초기에는 일부 영상 사업자들이 저희와 협업하게 될겁니다. 그 중 매출이 폭발적으로 성공한 사례가 나오면 하나 둘씩 저희와 협업하려는 사업자가 늘어나기 시작할거에요."

■"성장이 중요…헌신하는 직원들에 보답하기 위해"

이 대표가 포도트리를 경영하면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우상향'이다. 회사의 성장뿐 아니라, 직원들의 성장과 업무 경험 확대에 있어서도 사업 지표가 우상향을 그리는 것이 필수라는 생각에서다.

"회사 차린 지 4~5년쯤 됐을 때, 인재문화팀 직원들이 저를 인터뷰한 적이 있어요.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회사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들어왔는데, '빡세게' 일하는 회사라고 답했더니 다들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었죠. 그런데 저는 그렇지 않게 될까봐 정말로 제일 걱정이 돼요. 이제 좀 성장했다고 절실함과 에너지를 조금씩 잃어가다 보면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동력을 잃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던 상황에서 제공하던 인센티브나 복지, 연봉 향상 등이 줄어들게 되고, 직원들이 열정을 가질 수 있는 동기 부여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죠."

같은 맥락에서 이 대표는 스스로에 대해 가장 많이 성과를 강조하는 대표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성원의 행복이나 주도적인 성장, 선진적인 사내 문화 등을 이루기 위해 결국 나아가야 하는 방향은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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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트리가 지금까지 세상에 기여한 부분을 묻자 이 대표는 현재 그런 자부심을 가질 만한 단계는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지금껏 회사를 경영하면서 느낀 소회를 담아 답을 이어나갔다.

"포도트리는 IT 영역에서 건강한 가치관과 문화를 갖고 업계 시장의 파이를 키워왔고, 그 자체로 사회적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기업은 단순히 고용 창출을 많이 이뤄내는 기업이 아닌, 성장하는 벤처 기업이 필요해요. 포도트리는 작가들이 훨씬 많은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콘텐츠를 유통하고 마케팅해왔습니다. 초창기부터 모바일 콘텐츠를 개선하고 전체 시장의 성장에 기여한 기업 중 하나인 점을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진수 포도트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