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쏘울 전기차를 타는 사업가 이재만씨는 최근 경기도 하남시 내 모 아파트 단지 내에서 충전을 하려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한국전력에서 관리하는 충전기의 전원이 아예 들어오지 않아 충전을 하지 못하는 낭패를 겪었기 때문이다.
지디넷코리아에 해당 사연을 보낸 이씨는 "한국전력 콜센터에 직접 물어보니 관리실에 차단기를 올려달라고 얘기해보면 될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충전기 바로 앞에 위치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에 물어보니 해당 차단기가 들어간 분전함 키를 누가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충전기 문제가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차량을 이동할 수 밖에 없었다.
해당 아파트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는 왜 전원이 꺼진 상태일까. 직접 충전기가 설치된 아파트 단지를 25일 오전 직접 찾았다.
■전기차 충전공간 안내 표지판 없어
이재만씨가 제보를 통해 알린 충전 공간에는 완속충전기 3기, 급속충전기 1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이 충전기들은 한국전력에서 직접 설치를 진행했고, 아파트 단지 내 부속건물 앞 주차장에 마련됐다. 이 건물에는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와 어린이집이 들어서 있다.
해당 충전 공간은 우선 기초적인 운영 부분에서 문제가 있었다. 주차면에 충전 공간을 알리는 별도 표시가 없었고 안내 표지판도 마련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충전 공간 주변 주차면은 내연기관 차량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충전기 상태는 어떨까. 우선 충전기 화면과 충전함 주변에는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할 정도의 먼지가 가득 쌓였다. 이재만씨의 제보처럼 충전기의 전원은 꺼졌다.
■당황한 관리사무소 직원 "한전 직원과 통화 제대로 못해"
그렇다면 해당 충전기를 곧바로 작동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는걸까. 직접 한국전력 전기차 관련 콜센터와 아파트 단지 내 관리사무소 측에 전기차 운전자를 가장하고 문의를 해봤다.
한국전력 전기차 콜센터 직원은 "해당 아파트 단지 내 충전소에 대한 고장 접수를 받은바 없다"며 "직접 기사를 보내 충전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답변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전원이 꺼진 전기차 충전기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매뉴얼 조차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리사무소 여직원은 "최근에 아파트 단지 내 전기차 충전기 배전함 등을 관리하는 담당자가 교체됐다"며 "이 담당자는 전임 담당자로부터 제대로 인수인계를 받지 못해 현재 이에 대한 관리적인 노하우가 없다"고 말했다.
이 여직원은 단지 내 충전기 관련 문제를 담당하는 한국전력 직원과도 제대로 통화를 하지 못해 답답한 모습을 보였다. 여직원은 "한국전력 담당 직원이 어제는 조기에 퇴근을 했고, 오늘은 아예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답답해 했다.
관리사무소장도 손 쓸 방법이 없었다. 관리사무소장은 "해당 충전기가 외부가 아닌 아파트 단지 주민 전용"이라며 "외부 전기차 이용고객이라면 이 단지와 가까운 한국전력 사무실에서 충전하는 것을 권한다"라고 말했다.
■한국전력 "관리사무소측 요청으로 전원 차단된 상태"
한국전력 홍보실 관계자는 전원이 꺼진 아파트 단지 내 충전기 상태에 대해 "확인 결과, 해당 아파트 측에서 단지 내 전기차 이용 고객이 많아질 때까지 전력을 차단해달라고 요청한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올해 설치된 이 아파트 단지 내 충전기는 아직까지 제대로 서비스가 되지 못했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아직 전기차 관련 수요도 파악을 할 수 없는 상태라, 이 충전기가 언제 서비스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제보를 보낸 이재만씨는 "해당 충전기가 지하가 아닌 지상에 설치됐기 때문에 아파트 주민이 충전한다 하더라도 비나 눈이 오는 날씨에 제대로 충전할 수 있을지가 염려된다"고 전했다.
한국전력은 현재 전국 아파트 단지 내에 급속충전기 약 280기, 완속 약 720기를 설치했다. 아파트 단지 내 전기차 수요가 없어도 충전기를 설치했다는 것이 한국전력 홍보실 내 관계자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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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충전기가 제대로 활용되려면 전기차 보급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구체적인 대책과 완성차 업체의 공격적인 전기차 가격 대책 전략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디넷코리아는 지난 10일부터 '전기차 충전기 오류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주요 충전소를 직접 찾아가 운영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오랫동안 방치되거나,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는 충전기가 있으면 기자 메일(jaehwan.cho@zdnet.co.kr)로 제보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