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강원도 인제 내린천 휴게소 등을 오고 가는 총 누적 287.6km 거리 코스에서 제네시스 G70에 탑재된 HDA(고속도로 주행보조 시스템, 반자율주행 기능)를 집중적으로 써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네시스 G70 HDA는 피로감을 덜어주고 차량의 연비를 높여주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HDA는 아직 완전 자율주행 실현 단계는 아니다. 약 4시간 이상을 주행하면서 HDA의 개선점이 보이기도 했다.
이번 HDA 테스트 차량은 G70 3.3 터보가 아닌 2.0 터보 스포츠 패키지 사양 차량이다. 이 시승차는 19인치 휠, 브렘보 브레이크, HDA 시스템 포함 제네시스 액티브 세이프티 컨트롤 등이 적용됐다.
■손을 떼도 평균 3분 이상 스스로 주행
지난 9월 열린 제네시스 G70 미디어 시승회에 참가한 기자들이 나눈 대화의 핵심은 바로 HDA 기능이었다. 기존 EQ900, G80 등에 탑재된 HDA와 달리 스스로 주행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HDA는 기존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유지보조시스템(LKA) 시스템 조합과 달리, 고속도로 진입시에만 사용할 수 있다. 고속도로 제한 속도에 차량 정속 주행 장치 설정을 맞추면 완벽하게 작동이 가능한 개념이다.
당시 G70 미디어 시승회에 참석했던 기자는 생각보다 오랫동안 스스로 운전하는 G70의 능력에 깜짝 놀란 적이 있다. HDA 기능을 켜고 손과 발을 떼보니 약 3분간 운전자 개입 없이 알아서 주행을 했기 때문이다. 터널 내 커브 구간에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영상=제네시스 G70 미디어 시승회에서 살펴본 HDA 기능
그럼 2.0 터보 모델은 어떨까?
서울과 강원도 양양을 오고가는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미디어 시승회 때와 달리 야간에도 HDA 기능을 테스트해 볼 기회다. 참고로 이날 주행의 90% 이상은 HDA 기능 테스트 위주로 진행됐다. 끼어들기, 공사구간, 램프 출구 통과 등 여러 상황에는 수동 운전을 진행했다.
고속도로 구간이 점차 한산해지자, 두 손과 두 발 모두 스티어링 휠과 가속 페달 부근에서 떼 봤다. 시선은 돌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전방을 유지했다.
그러자 시승차량은 차선 중앙을 유지하면서 약 3분 30초간 스스로 주행했다. 이후에는 '핸들을 잡으세요'라는 메시지를 띄웠다. 전방 차량과의 거리가 가까워질 때 알아서 서행했고, 과속단속 카메라를 발견하고는 속도를 조금 조절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후 여러 번 해당 기능을 똑같이 실행해본 결과, '핸들을 잡으세요' 경고 문구가 약 4분~8분 후에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도로 표면이 좋지 못하는 경우 30초만에 경고 문구가 등장하기도 했다.
손을 뗴도 3분 이상 스스로 주행이 가능한 제네시스 G70 2.0 터보의 야간 주행모습은 아래 영상에서 무편집으로 볼 수 있다.
*영상=[무편집] 3분 30여초간 운전자 개입없이 스스로 운전하는 제네시스 G70 2.0 터보
■연비 13.1km/l 나와, 피로감 적게 들어
시승을 진행하면서 휴식을 위한 중간 목적지도 정했다. 경기도 가평 휴게소 양양방향이 1차 휴식지, 강원도 인제 내린천휴게소가 2차 휴식지, 3차 휴식지는 가평 휴게소 서울방향이다. 최종 목적지는 서울 잠실 한강공원으로 설정했다.
합정역을 지나 올림픽대로를 지날 땐 HDA를 쓸 수 없었다. 대신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속도를 80km/h로 맞추고 차간거리 설정을 1단계로 했다. 차간거리 설정은 최대 4단계까지 있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앞차와의 거리가 늘어나는 것을 뜻한다.
그러자 연비는 8.8km/l로 제네시스 G70 2.0 터보 19인치 휠 전륜구동 기준 공인 연비 8.5km/l를 뛰어넘었다. 이 수치는 차량 내 계기반 클러스터상에 표기되기 때문에 실제 연비와 약간의 오차가 생길 수 있다.
남양주를 지나면서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HDA 기능을 실행해 연비가 어떻게 올라가는지 살펴봤다.
서울 합정역에서 1차 휴식지인 가평휴게소 양양방향까지 72.1km 거리를 달려본 결과 클러스터 상 연비는 11.2km/l를 가리켰다. 고속 주행 공인 연비인 11.3km/l에 육박한 것이다.
2차 휴식지인 강원도 인제 내린천 휴게소에 도착하자 차량 연비는 12.0km/l로 표기됐다. 이후 3차 휴식지인 가평휴게소 서울 방향에서 확인한 연비는 12.8km/l였다.
부지런히 달려 서울 잠실 한강공원 주차장에 도착한 후, 연비를 살펴본 결과 287.6km 주행에 13.1km/l 연비가 나왔다. 충분히 정속주행을 한 효과가 높은 연비를 이끌어냈다는 생각이 나온다.
*영상=[제네시스 G70 2.0 터보 스포츠 패키지] 반자율주행 'HDA'로 연비 높여보기
■'강력한 경고음'이 필요한 HDA
4시간 이상 써본 HDA는 수입차와도 충분히 경쟁할 정도의 차선 중앙 유지 능력을 보였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도 지난 세대 차량에 비해 상당한 안정감을 나타냈다.
현대차그룹은 내년에 차선 변경까지 가능한 HDA 시스템을 양산 차량에 적용할 예정이다. 이제 카메라 기술이 상당히 많이 진척됐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현재 출시된 제네시스 G70 HDA 탑재 차량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통 운전자는 스티어링 휠을 직접 잡아야 하는 의무가 있다. 체험에 나선 기자도 사고 방지를 위해 스티어링 휠 소지 의무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제네시스 G70 HDA 시스템은 스티어링 휠을 잡아도 '핸들을 잡으세요' 메시지를 종종 띄웠다. 이런 현상은 체험 도중 약 5번 이상 발생됐다. 차량의 손 끝만 닿아도 인식이 되는 BMW 시스템과는 확연한 차이점을 보여준다. 자동 스티어링 휠 조향에 대한 국내 연구진들의 깊이있는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핸들을 잡으십시오'라는 경고도 세심한 배려가 필요해보인다. 이 경고는 청아한 컴퓨터음과 함께 등장한다. 고주파음을 썼던 지난 세대 차량과는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이 경고음은 음악을 크게 틀 때 잘 안들린다. 또 '핸들을 잡으세요' 안내메시지가 헤드업디스플레이 창에 뜨지 않는다. 운전자가 해당 경고를 무시할 경우, 차선유지보조시스템 설정이 일시적으로 해제되는데 만약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 운전자들이 뜻밖의 사고를 당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에 더 강력한 진동식 경고를 주거나 경고음을 바꾸는 것이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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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70 HDA 기능을 쓰려면 자체 ADAS 패키지 '제네시스 액티브 세이프티 컨트롤' 옵션 사양을 넣어야 한다. 이 사양은 G70의 가장 저렴한 트림부터 선택이 가능하며, 옵션가는 트림에 따라 약 160만원~220만원 정도다.
이 옵션가는 소비자 입장에서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제네시스는 앞으로 ADAS 패키지에 대한 부담감을 없애기 위해 G80 차량부터 순차적으로 이 기능을 기본 장착할 예정이지만, 이 결정으로 인해 차량 판매 원가가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있다. 좀 더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패키지 가격으로 구성되면 분명 HDA는 남녀노소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사양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