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활용한 자금조달 전면 금지

정부 “ICO 불가”...업계 “사기꾼만 걸러내야”

인터넷입력 :2017/09/29 17:05    수정: 2017/09/29 19:03

손경호 기자

블록체인을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하는데 필요한 사용권을 디지털 토큰 형태로 발행하고 이를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은 암호화폐로 구매할 수 있게 하는 ICO가 국내서 전면 금지된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ICO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과도하며 사기꾼만 잘 걸러낼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29일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주재한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TF에서 이 같은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합동TF는 "ICO를 앞세워 투자를 유도하는 유사수신 등 사기위험이 증가하고, 투기수요 증가로 인한 시장과열, 소비자 피해 확대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기술, 용어 등에 관계없이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 4일 열린 첫 합동TF에서는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은 암호화폐를 화폐가 아닌 가상통화로 규정했다. "가상통화는 가치가 수요, 공급에 따라 변동하며 정부, 금융기관 등이 가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 합동TF의 판단이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열린 가상통화 합동TF에서 ICO 전면 금지 방침이 재차 강조됐다.

최근 들어 ICO를 가장해 유사수신행위나 다단계 등 사기사건이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으로 ICO 전면 금지를 내세운 것이다.

실제로 고수익을 약속하며 사용 불가능한 가상통화를 판매하거나 후원수당을 지급하며 다단계 조직을 운영해 가상통화를 판매하는 행위가 적발되기도 했다.

XX코인 투자금 명목으로 212억원을 편취한 업자 등 4명이 사기죄와 유사수신행위법 위반으로 기소됐으며 대마 1.25kg을 70여회에 걸쳐 비트코인으로 판매한 업자 등 4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국이 ICO를 전면금지하고 있지만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증권 관련 법 테두리 내에서 제한적으로 ICO를 허용하는 중이다.

미국의 경우 증권거래위원회(SEC)가 ICO를 하려는 기업이 토큰을 발행하는 경우 이를 증권법 상 증권발행으로 보고 증권법으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 경우 완전히 금지된 것이 아니라 일정한 법 요건을 따르면 ICO를 허용해주는 방식을 취했다.

싱가포르 통화청, 홍콩 금융감독원도 SEC와 비슷한 방침을 발표했다.

이와 달리 중국은 인민은행을 중심으로 정부기관 합동으로 ICO를 불법 공모행위로 규정해 전면금지한 바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ICO를 전면금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인가에 대해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제시됐다.

한국블록체인협회(가칭)를 구성 중인 김진화씨는 "진정한 의미의 ICO는 한국의 자본시장법으로 규제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선불결제한 API 이용권을 미리 구매하는 것처럼 블록체인 기반 프로젝트에 대해 일종의 사용권을 얻는 것이니 일반적인 지분투자와는 개념이 다르다는 의견이다.

IT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블록체인 관련 리서치 그룹인 스미스앤크라운은 "대부분 ICO는 소프트웨어 프리세일 토큰을 판매하는 것"이라며 초기 후원자들에게 빠른 온라인 게임 접속권을 주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ICO는 규제로 인해 제약을 받지 않으면서도 빠르게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는 반면 ICO 자체에 대한 규칙이 없는 만큼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합동TF는 ICO 금지에 더해 소비자가 가상통화 취급업자에게 매매자금이나 가상통화를 빌려 매매하는 일명 '코인 마진거래'도 금지된다. 정부는 코인 마진거래가 사실상 금융업법 상 허용되지 않은 신용공여행위나 다름없어 투기를 조장하고, 소비자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는 "ICO를 빙자한 유사수신, 다단계 등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강력한 규제에 대해서는 찬성하나 가상통화 취급업자를 선별하지 않고 일반화해 준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이어 "ICO는 글로벌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개인의 ICO 참여를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없다"며 "무조건적인 ICO 금지는 오히려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협회는 이른 시일 내에 관련 업계 종사자들과 공동으로 현실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의견을 전달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