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은주기자의 IT세상] 문제 많은 SW통계

데스크 칼럼입력 :2017/09/29 08:47    수정: 2017/10/12 23:31

‘톰소여의 모험’ 등을 쓴 미국 유명 작가 마크 트웨인(Mark Twain)은 촌철살인 언어로 유명하다. ‘친절은 최고의 언어’ 같은 말이 그의 입에서 나왔다.

그가 한 말 중 통계에 관한 것도 있다. “세상에는 3가지 종류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lie)과 새빨간 거짓말(Damned Lie), 그리고 통계(Statistics)다”. 통계의 위험성과 조작성을 적나라하게 풍자한 말이다.

어제 김용수 과기정통부 2차관 주재로 한글과컴퓨터 판교 본사에서 처음 열린 ‘ICT 4차 공감 1차 회의’에서 소프트웨어(SW) 통계가 도마에 올랐다. 과기정통부 담당자가 우리나라 SW시장 규모가 12조8000억 원(2016년 기준)이라고 하자 모 대학 교수가 “너무 작은 것 같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 교수는 “삼성전자의 태반이 SW고, 삼성전자는 SW회사라고 한다. 삼성 매출을 우리나라 SW시장 규모에 합쳐야 한다”면서 “규모가 12조원 밖에 안되는데 어떻게 중요하다며 예산 배정을 해달라고 할 수 있겠냐”고 덧붙였다.

삼성은 세계 최고 제조회사다. 삼성이 SW회사라는 건 논란의 소지가 있다. 사람마다 달리 생각 할 수 있다. 그런데 삼성 매출을 그대로 국내 SW시장 규모에 더하자는 건 너무 나간 생각이다. 삼성 매출은 반도체와 가전 등 전통적인 하드웨어 분야 매출이 많다. SW와 관련이 높은 스마트폰도 부품 분야가 매출 비중이 크다.

과기정통부가 추산하는 12~13조원의 국내 SW시장 규모는 공공 분야가 4조원, 금융 분야가 4조원, 민간 분야가 약 4조원을 차지한다. 20조 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되는 임베디드SW는 빠져 있다. 임베디드도 엄연히 SW의 한 영역이다. 이를 넣으면 국내 SW시장 규모는 훨씬 커진다. SW수출액도 문제다. 기관마다 다르다. SW정책연구소가 밝힌 지난해 우리나라 패키지 SW 수출액은 34억5900만달러(약 4조 1500억 원)다.

이틀전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글로벌 상용SW백서 발표회’에서 발표한 GCS(Global Creative SW)사업자들의 2016년 12월 기준 누적 SW 수출액은 205억 원이다.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SW기업은 거의 대부분 GCS 사업자다. 2016년말 현재 총 41곳이다. 그런데 이들의 3년 누적 수출액이 205억 원에 불과하다. SW정책연구소 집계와 차이가 많이 난다.

SW수출을 집계하는 방식도 기관마다 다르고 주먹구구식 성격이 짙다. SW정책연구소는 100여 곳 되는 SW 수출업체에 자료를 요청, 이를 취합한다. 업체들이 얼마나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지 알 길이 없다.

취합된 자료도 산업 현황을 호도할 소지가 있다. 전체 수출액만 공개하는 탓이다. SW 수출액 중 대부분은 상위 10개 업체가 달성한 것이고, 이중 1위 업체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런데 이 1위 업체가 거둔 수출액이 진짜로 패키지SW를 수출해 올린 게 아니다. 해외에 있는 계열사에서 거둔 매출이다. 이를 수출액으로 계산, 당국에 알려준다. 통상 우리가 아는 수출과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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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을 집계하는 당국도 애로가 없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SW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 스펙트럼(범위)이 넓다보니 사람마다, 기관마다 중구난방이다. 과기정통부가 말하는 것처럼 SW분류 자체가 없다. 우리나라 통계를 총괄하는 통계청 역시 SW를 따로 조사하지 않는다. 여기에 SW의 큰 축을 담당하는 임베디드 SW는 과기정통부 소관이 아니다. 산업부가 담당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국내에서 나오는 SW 통계는 100% 신뢰하기 힘들다. 국내 개발자가 몇 명인지도 기관마다 다르다. 잘못된 통계는 현실을 왜곡한다. 왜곡된 현실을 바탕으로 한 정책은 시행 안하는게 낫다. 하루빨리 SW통계를 정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