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품은 SK하이닉스…"안심은 일러"

웨스턴디지털 변수…中에 안 가는 건 긍정적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7/09/20 18:12    수정: 2017/09/20 18:20

일본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을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연합'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SK하이닉스가 도시바를 인수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전망이 나왔다.

도시바는 20일 이사회를 열고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를 한미일연합 컨소시엄에 매각키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액은 자그마치 약 2조4천억 엔(약 25조 원).

같은 날, 업계는 도시바의 이 같은 결정을 기쁨 반, 우려 반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중국계 업체에 도시바 메모리 기술이 넘어가지 않는 것에 환영하면서도, 각국의 독점금지법 심사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의 방해 공작이 염려되는 까닭이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를 인수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전망이 나왔다.

■ "반독점심사·WD 소송 결과…최대 변수될 것"

도시바가 이날 이사회를 통해 한미일연합의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최종 확정지으면서, 인수 절차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웨스턴디지털이라는 변수가 존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도시바가 이사회를 통해 한미일연합에 인수하겠다고 승인하더라도, 웨스턴디지털 측과 벌이고 있는 소송 결과가 다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최종 계약 이후 각국의 반독점심사가 길어질 전망도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웨스턴디지털이 도시바에 또 다른 파격 제안을 할 가능성도 무시 못한다"며 "도시바메모리 매각은 도시바 이사회보다 일본 정부와 채권단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반전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각국의 반독점심사 또한 SK하이닉스가 넘어야 할 큰 산이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이번 인수전서 아쉽게 밀려난 미국과 중국 측 심사다. 이들 국가는 도시바의 동종업체인 SK하이닉스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전망이다.

통상 반독점심사에 6개월 정도 소요되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중국과 미국에서 1년 넘게 계류될 가능성도 높다.

도시바는 20일 이사회를 열고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를 한미일연합 컨소시엄에 매각한다고 최종 발표했다.

투자 대비 실익 없을 가능성도 높다

이런 가운데, SK하이닉스가 한미일연합에 속한 기업들과 공동으로 도시바를 인수한다고 해도 투자한 금액 이상의 소득은 얻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약 2천억 엔(약 2조300억원)을 컨소시엄에 전환사채(CB) 형태로 투자한다.

그러나 일본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도시바는 도시바메모리의 지분구조를 베인캐피탈 49.9%, 도시바 40%, 일본 기업 10.1% 수준으로 설정했다. SK하이닉스에 할당된 지분율은 없거나 최대 15%에 그친다.

만약 SK하이닉스가 운 좋게 15%의 지분율을 가져가더라도, 향후 의결권 확보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도시바 낸드플래시 메모리. (사진=TOSHIBA)

업계 "도시바 인수, 中 등 후발주자 진입 막는 것…일단은 긍정적"

이 같이 도시바 인수전을 둘러싼 우려 속에서도 일단은 긍정적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업계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실리 경영과 박정호 SKT 사장의 추진력이 통했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해외기업으로의 매각을 반대하는 일본 내 여론을 최대한 고려해 도시바의 마음을 돌렸다"며 "이는 웨스턴디지털처럼 경영권 확보만을 보지 않고 상생, 시너지 전략을 펼친 최 회장의 경영 감각이 효과를 발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의 도시바메모리 공동 인수로 중국 등 후발주자의 맹공을 한동안 막을 수 있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관련기사

글로벌 낸드플래시 점유율 4위인 SK하이닉스는 당장 1위로 올라서는 것보다 '뉴 플레이어'들의 진입을 막는 것이 더 우선돼야 한다는 시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만약 중국계 업체가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할 경우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물량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높았다"며 "이는 아직 더 위로 올라가야할 위치에 있는 SK하이닉스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