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메모리 인수전에서 '한미일연합'의 선봉장 역할을 맡은 베인캐피털과 애플이 드디어 손을 맞잡는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애플이 도시바메모리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에 30억 달러(약 3조4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만약 협상이 성사되면 애플은 지난 2014년 비츠 일렉트로닉스(Beats Electronics) 인수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의 거래를 진행하게 된다.
업계에선 그동안 애플의 도시바 인수전 참여를 둘러싸고 소문만이 무성했다.
앞서 지난 6월 23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애플이 한미일 연합 합류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이후다.
요미우리는 "애플은 아이폰 등 자사 제품에 메모리 플래시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며 "애플이 도시바메모리에 출자할 경우 반도체 조달 면에서 효율적일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판단의 근거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 블룸버그통신의 보도로 애플의 한미일연합 합류가 기정사실화되는 모양새다.
블룸버그 통신은 협상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으로부터 이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웨스턴디지털(WD)의 도시바 인수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취해왔다"며 "사업의 전략적 중요성을 이유로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에 합류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신문은 "도시바는 애플이 이같은 결정을 내림에 따라 베인캐피털 측과 반도체 사업 매각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애플이 도시바 인수전서 '킹 메이커(King maker)'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애플은 현재 아이폰 및 아이패드 양산 과정에서 도시바의 플래시 메모리에 상당부분 의존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현지시간) 공개된 '아이폰X(아이폰 텐이라고 읽음)'에 탑재된 낸드 플래시 중 30%는 도시바 제품이다. 그 외는 WD와 SK하이닉스 등으로부터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회사는 스마트폰 경쟁업체인 삼성을 의식해 계속해서 도시바로부터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받길 원하고 있다.
한편, 베인캐피털은 한미일연합 컨소시엄을 확장하려는 목적으로 애플 이외에도 관련 기업들에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컨소시엄에 메모리 반도체 관련 기업들을 늘려 도시바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획이다.
베인캐피털은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목표로 다음달 말까지 미국 저장장치 업체 시게이트(Seagate) 등을 한미일연합에 합류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게이트는 지난 해 SK하이닉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한 이후 낸드 플래시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시게이트와 SK하이닉스가 도시바를 함께 인수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는 설명이다.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둘러싸고 도시바와 소송을 진행 중인 WD는 향후 더 강경한 자세를 취해 도시바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WD는 도시바가 13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 베인캐피털과 매각 협상을 하겠다는 각서를 체결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나간 직후 공식 성명서를 내며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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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D 측 관계자는 "도시바에 크게 실망했다"면서 "도시바가 우리의 동의 없이 베인캐피털(한미일연합)과 거래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WD는 "우리는 합작회사로서의 이익과 권리를 반드시 보호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도시바메모리 매각 금지) 소송을 계속해서 진행하겠다"고 도시바에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