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조재환 기자)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윤부근 삼성전자CE부문 대표이사 사장 간담회의 분위기는 여느 때보다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월 구속 이후 최근 1심에서 징역 5년의 유죄를 선고 받으면서 내부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는 것이 윤 사장의 말이다.
윤부근 사장은 이날 웨스틴 그랜드 베를린 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선단장 없는 배를 타는 정도로 현재 참담한 심정"이라며 "이같은 원인으로 우리가 미래 사업을 이끌어야 할 중요 요소 중 하나인 M&A(인수 합병) 과정이 현재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최근에 인공지능 영역 확대를 위해 한 때 관련회사와 M&A 막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 구속 등의 악재가 생기자, 이같은 M&A가 최종 무산된 것으로 이날 윤 사장의 발언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윤 사장은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지 어렵고 두려운 상황이다. 개인적으로 무섭다"며 "선단장 부재로 인한 미래 투자에 여러 애로사항 있다. 배가 가라 앉는 것은 순식간이다. 잠을 잘 못잘 지경"이라고 삼성전자 현 내부 사정에 대해 어떻게 소개해야 하는지 난감함을 전했다.
윤부근 사장은 최근 옥중에 있는 이재용 부회장을 직접 면회했다고 밝혔다.
윤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과 여러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며 "이재용 부회장이 1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긴 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윤부근 사장 뿐만 아니라 권오현 부회장(DS), 신종균 사장(IM) 등이 회사 내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이 부회장의 장기 부재가 향후 회사 운영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만(자동차 전장)을 비롯해 비브랩스(인공지능), 스마트싱스(스마트홈), 조이언트(클라우드서비스), 데이코(럭셔리가전), 유니키(IoT), 8i(가상현실) 등 글로벌 혁신기업의 인수와 투자를 활발히 단행했다. 하지만 작년 11월 하만을 9조원에 인수한 이후 국정 농단 사태로 올해 현재까지 신규 투자 계획이나 대형 M&A 건은 전무한 상태다.
윤부근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 관련 질문이 나올 때마다 "목이 메일려고 한다"고 답답한 심정을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나타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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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삼성전자로서는 신제품 개발에 더 이상 소홀히 할 수 없다. 최근 이슈화되는 인공지능 트렌드에 맞춘 새로운 'AI 스피커' 공개가 이 중 핵심이다.
윤 사장은 "AI 스피커는 하만의 오디오 기술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및 CE 부문 기술이 접목돼 아마 내년쯤에 나올 것으로 생각된다"며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