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에서 공개된 새 전략 스마트폰 'V30'에 호평이 쏟아지면서 LG전자가 수년 째 이어진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부의 장기 침체를 극복하고 재기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LG전자는 국제가전전시회(IFA 2017) 개막을 하루 앞둔 3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시내 '마리팀 호텔'에서 차기 전략폰 V30을 전격 공개했다.
LG전자 MC 사업본부는 지난 2분기까지 9분기 연속 적자의 늪에 빠졌다. 지난해 연간 1조2천591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이후 올해 1분기에는 영업손실을 2억원까지 줄였다. 그러나 2분기에 G6 글로벌 출시에 따른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면서 적자 규모가 다시 1천억원대로 확대됐다.
따라서 삼성전자와 애플이 주도하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재기의 모멘텀을 잡고 턴 어라운드를 위해서는 V30의 성공이 절실하다. 내년 초 출시될 상반기 플래그십 모델 'G7'의 안정적 성공을 위해서도 V30이 제 몫을 해주야만 한다.
V30은 멀티미디어에 강점을 둔 LG V시리즈의 신제품인 만큼 카메라와 오디오 성능을 중심으로 한층 진화했다. 특히 이 제품은 LG G플렉스 제품 이후 처음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풀비전 화면으로 몰입감을 더하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성능 모두 새 사용자 경험(UX)에 맞춰 최적화됐다는 평이다.
새롭게 추가된 멀티미디어 기능들도 눈길을 끈다. 고성능 카메라를 기반으로 일반 사용자들도 영상을 영화처럼 찍을 수 있는 '시네 비디오 모드'나 자유롭게 촬영 설정값을 조절하는 '전문가 모드'가 적용됐다. 또 전문가들이 선호하는 4가지 음색 중 취향대로 선택해 듣는 '사운드 프리셋'과 구글 어시스턴트 한국어 서비스를 최초로 지원해 UX도 한층 강화했다.
외신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최대 IT 전문미디어인 씨넷은 "V30은 날렵하고 매끄러운 디자인으로 올해 스마트폰 디자인의 큰 획을 그었다"고 전했다.
엔가젯은 "전문가 기능을 너무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며 "LG는 역대 최고의 제품을 통해 스마트폰 시장 경쟁구도에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전했다.
스마트폰 성능에 더해 LG전자의 기세도 달라졌다. 회사는 이전과는 달리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V30의 주목도를 높였다. LG전자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 S펜을 형상화한 연필을 반으로 부러뜨려 '똑 부러지게 보여줄게'라는 중의적 표현을 담은 티저 광고를 통해 8월 넷째주 2위인 삼성을 제치고 광고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V30의 출시일을 통해서도 자신감을 피력했다. V30은 오는 21일 국내에 공식 출시된다. 공교롭게도 이 날은 지난 주 뉴욕서 공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8'의 출시일이기도 하다. 출시 시점을 앞당겨 하반기 초 대기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눈치 싸움을 벌이는 대신 같은 날 출시하는 '맞불' 전략을 내세운 셈이다.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장 사장은 V30 공개 직후 국내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번 광고는 V30이 모든 고객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는 폰임을 강조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기존 혹은 갤럭시노트8 구매를 앞둔 삼성전자 진영의 소비자층에도 손을 내밀었다.
LG전자가 오랜기간 동안 침체에 빠진 모바일 사업을 포기하지 못하는 데는 이미 본격화되고 있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커넥티드 시장에서 스마트폰이 중심적인 허브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전자가 처음으로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독일에서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LG전자 가전은 유럽에서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또 유럽은 회사의 주력 시장인 북미와 함께 최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으로 꼽힌다.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인 'IFA 2017'과도 맞물려 있어 주목도를 높이면서도 프리미엄폰 V30을 안착시키는 데 유리하다.
다만 이 같은 LG전자의 생태계를 꾸리기 위해서는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일례로 스마트폰의 AI 음성인식 비서가 꼽힌다. V30은 최초로 한국어 구글 어시스턴트를 지원하며 사용 편의성을 한층 높였다. 다만 장기적으로 AI 솔루션의 내재화 여부가 미래 IoT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노트8과 V30의 가장 큰 차이점은 AI 음성인식이나 카메라 모듈 등에 적용된 소프트웨어 기술"이라며 "빅스비가 다국어 지원 등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당분간은 구글 비서로 메리트를 가져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빅데이터 확보를 통해 주도적으로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격차가 생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LG전자는 스마트폰의 기술적 성숙도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한층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기대감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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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지난해 7월 MC사업본부 본부장 직속으로 프리미엄 모델 사업을 총괄하는 프로그램매니지먼트오피서(PMO) 를 신설하고 소프트웨어 개발 정책과 구매 조직을 정비, 수익성 중심의 스마트폰 사업구조로의 변화를 꾀했다.
LG전자 관계자는 "3분기 MC사업본부 영업이익은 두고봐야 하는 상황이지만 V30 매출이 반영되는 시점부터는 긍정적인 실적이 기대된다"며 "MC 사업본부 조직 개편을 대대적으로 단행한 만큼 좋은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