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기술 전문 자회사 네이버랩스가 선보인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시스템 ‘어웨이’가 운전자의 차량 내 경험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기존의 차량용 내비게이션과 스마트폰이 주는 경험과는 또 다른 혁신과 편리함을 어웨이가 줄 수 있을까.
이런 궁금증과 호기심을 갖고 어웨이가 설치된 ‘그린카’에 탑승해 기자 셋이서 직접 어웨이를 체험해 보기로 했다.
출발지는 청담역 인근, 도착지는 하남 스타필드로 정하고 약 20km에 달하는 거리를 어웨이와 함께 달렸다. 장소 설정엔 별 뜻은 없었다. 그냥 “멀지 않고 '핫'한 곳으로 가보자” 였다.
■ “24:9 비율, 8.8인치 화면…신선한데?”
그린카 아반떼 차량에 탑승해 만나본 어웨이는 차량 대시보드 위에 거치돼 있었다.
스마트폰의 세로 화면이나 16:9 비율에 익숙해져 있던 탓에 어웨이의 24:9 화면(8.8인치) 비율은 다소 낯설었지만, 보다 넓은 화면을 통해 여러 정보와 서비스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선하게 다가왔다.
어웨이를 접하고 떠오른 생각은 화면은 크고 넓은데 간결한 사용자 환경이 인상적이란 점, 그리고 생각보다 제공되는 서비스들이 아직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시동을 걸면 자동으로 켜지는 어웨이를 이리저리 만져본 결과 현재 어웨이 기능은 크게 ▲길안내(네이버 내비게이션) ▲음악(네이버뮤직) ▲팟캐스트(오디오클립) ▲스포츠(네이버 스포츠) ▲차량정보 등으로 요약된다.
출발 전 간략한 기능을 살펴본 뒤, 나머지는 직접 달리면서 사용해 보기로 하고 목적지를 향해 가속 페달을 밟았다.
■ “내 말 잘 알아듣는 어웨이…똑똑한데?”
어웨이는 네이버가 최근 공개한 인공지능(AI) 스피커 ‘웨이브’처럼 “샐리야, 음악 틀어줘”와 같이 사용자가 부르면 이를 인식하고 답을 찾는 방식이 아니다.
화면에 위치한 마이크 버튼을 눌러 목적지를 말하면 이를 인식해 알맞은 목적지를 찾아준다. 여기까지는 SK텔레콤 ‘T맵’도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는 수준이지만, 어웨이는 자연어를 제법 잘 알아듣는다.
기존 내비게이션 앱은 “광화문역”과 같이 정확한 목적지만을 알아듣지만, 어웨이는 “광화문으로 가줄래”와 같이 사용자가 대화하듯 명령하면 문맥을 파악해 최적의 장소를 찾아준다.
또 네이버가 가진 방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수요미식회 맛집 찾아줘”와 같은 명령도 알아듣고 사용자 위치를 기반으로 알맞은 음식점도 알려준다.
어웨이 내비게이션은 차량에 내장된 아틀란 내비게이션이나 스마트폰 티맵 앱에 비해 뭔가 심심하다 싶을 만큼 간결해 보인다. 보통 일반 내비게이션에 나타나는 속도 표시도 평소에는 나타나지 않고, 과속 주의 구간에서만 제한속도와 현재 속도가 뜬다.
어웨이는 또 운전자가 좌회전을 해야 되면 왼쪽 화면이 더 넓게 나타나고, 좌회전 표시와 거리 등이 적힌 작은 박스창이 깜빡거린다. 운전자가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도록 방해되는 요소는 최대한 줄이되, 알림 표시는 자연스럽게 눈에 잘 띄도록 고안한 결과다.
다소 아쉬운 점도 발견됐다. 도로 상태를 파악해 도착지까지 걸리는 예상 소요 시간에서 T맵보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듯 보였다.
하남 스타필드에 도착한 뒤, 다시 차량을 빌렸던 청담역 인근으로 돌아오는 길에 스마트폰으로 T맵을 실행시킨 뒤 어웨이의 내비게이션과, 차량에 기본 탑재된 아틀란과 비교해 봤다.
그 결과 T맵은 올림픽대교 강동 쪽에서 잠실로 넘어올 무렵 잠실역 쪽으로 빠지는 길을 추천했고, 아틀란은 종합운동장 쪽으로 빠질 것을 추천했다. 어웨이는 양쪽 길을 번갈아 제시했다. 도착 예상 시간은 어웨이와 아틀란이 T맵보다 훨씬 적은 시간을 제시했다.
선택의 기로에서 어웨이 체험기인 만큼 어웨이 길안내를 따르기로 결정, 종합운동장 방향으로 빠지기로 하고 계속 올림픽대로를 탔다.
금요일 낮 시간 불어난 차들로 도로는 꽉 막혔고 어웨이가 추천한 경로를 따랐는데도 도착 예상 시간은 점점 늘어났다. 결과적으로 T맵이 처음 예상한 시간과 가장 가깝게 목적지에 도착했다.
■ “음악, 오디오 콘텐츠도 듣고…유용한데?”
네이버랩스 어웨이의 또 다른 강점인 음악은 기기 본체와 차량 내 AUX 단자의 연결을 통해 차량 스피커를 통해 나왔다. 음질이나 소리도 비교적 깔끔했다. 내비게이션 소리는 어웨이 본체에서, 음악은 차량 내 스피커로 나오는 구조다.
음악은 그린카와 네이버가 제휴돼 있어 무료로 마음껏 들을 수 있었다. 최신 인기곡부터, 각 상황과 장르에 따라 네이버 측이 추천 방식으로 묶어 놓은 다양한 곡들이 준비돼 있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곡을 어웨이 본체에서 바로 찾아들을 순 없었다. 스마트폰 네이버 뮤직 플레이리스트에 등록해 둔 곡을 연동해 들을 수 있는데, 추후에는 어웨이를 통한 키보드 또는 음성 검색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네이버가 출시한 오디오 서비스 ‘오디오클립’도 사용할 수 있는데, 앱에서 제공하는 모든 채널이 나오진 않았지만 영어회화 등 출퇴근 길 들으면 도움이 될 콘텐츠들이 눈에 띄었다.
아울러 어웨이의 강점은 차량 사용법이 사진 설명과 함게 꽤 자세히 돼 있다는 점이다. 렌터카 등 공유차량의 경우 차종에 따라 사용법이 조금씩 다른 만큼, 초보 운전자들에게는 이 같은 기능이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에코 드라이빙’ 기능이 있어 주행 기록에 따른 내 운전 점수를 확인하는 기능도 유용해 보였다. 급감속이나 급가속, 과속 등에 있어 내 운전 습관을 점검해 볼 수 있는 기능이기 때문이다. 이는 T맵이 ‘운전습관’이라는 메뉴를 통해 제공하는 기능과도 유사하다.
이 밖에 어웨이는 주행요금을 모의정산 해보거나, 반납 연장 등을 바로 할 수 있어 필요한 만큼 공유차량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데 도움을 준다.
화면 밝기는 가장 밝게 한 상태에서 야외에서 봤을 때 아이폰7보다 약간 어둡고 시야각이 좁은 듯 보였다. 기기 자체가 대시 보드에 거치돼 있다 보니 햇살이 강할 때는 약간 흐릿해 보였고, 기기를 만져보니 제법 뜨거웠다.
오후 2시 반쯤 청담역 인근에서 출발해 하남 스타필드를 찍고, 다시 돌아온 시간은 오후 4시 반쯤이다(스타필드에서 약 20분 정차). 갈 때는 막힘없이 금세 갔지만, 돌아오는 길은 꽤 지루했다.
다행히 어웨이 써보는 재미에 지루함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다. 세 개의 내비게이션을 비교해보는 것도 나름 흥미진진한 실험이었다.
■ “개방형 플랫폼으로 진화…기대되는데?”
제품 구매할 때 많은 이들이 보통 가성비를 따진다.
하지만 어웨이는 현재 가격 정보도 없고, 일반 판매와 관련된 구체적인 정보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사용성 평가에 제약과 어려움이 따른다.
다만 그린카와 같은 공유차량에 쓰일 경우 내가 선택한 차량의 정보도 얻을 수 있고, 네이버 계정을 연동시켜 목적지 설정이나 음악 감상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는 점에서 어웨이는 확실히 매력적이다.
타사의 공유차량과 그린카를 놓고 비교할 때 어웨이가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같은 가격이라면 어웨이 덕분에 그린카가 훨씬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 분명해 보인다.
반면 어웨이가 정식 시판된다면 이를 별도 구매해 설치해 쓰게 될까에 대한 질문을 누군가 한다면 이에 대한 답은 곤란하다.
앞서 언급한대로 가격 정보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반 판매용은 그린카 버전과는 또 달라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나중에 차량에 기본 탑재되거나, 네이버 AI 플랫폼인 ‘클로바’가 적용될 경우 어웨이는 더 막강한 기능과 강점을 지닐 것으로 보인다.
또 후방 카메라나 블랙박스 등과 연동된다면 더 유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넓고 시원한 화면에 더 많은 것들이 구현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네이버의 강점인 검색 서비스뿐 아니라 다양한 AI 서비스들이 어웨이 안으로 들어온다면 훨씬 더 매력적인 제품으로 업그레이드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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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웨이가 개방형 플랫폼을 지향하는 만큼, 운전을 더 편하고 즐겁게 해주는 타사 서비스들도 어웨이 플랫폼 안으로 들어오지 않을까.
지금의 어웨이보다, 앞으로의 어웨이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