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주요 언론을 포함한 다양한 매체들이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 이들 매체는 새롭게 출현하고 있는 첨단 기술들을 소개하면서,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 줄 미래세상을 조심스럽게 예견하고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전조로 보이는 현상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일치된 의견을 보이고 있지만, 4차 산업혁명의 정의에 대해서는 아직도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전문가들이 벌이고 있는 토론과 논쟁은 대개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인지 아니면 3차 산업혁명 시대의 연장선에 놓여 있는 것인지, 인공지능 시대에 일자리가 사라질 것인지 아니면 유지될 것인지, 더 나아가 미래세상이 인류에게 디스토피아가 될 것인지 유토피아가 될 것인지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논의의 옳고 그름을 떠나 새롭게 출범한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의 위원회까지 만들어 국가적 차원에서 대비하고 있으니 4차 산업혁명이 시대의 메가트렌드인 것만은 분명하다.
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위기일까? 기회일까? 사실 인간이 만든 기술 자체는 가치중립적이다. 예컨대 핵을 활용한 기술은 가공할 만한 전쟁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에너지를 생산하고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 기술로 활용되기도 한다.
따라서 기술은 그 자체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인류에게 위기가 되기도 하고 기회가 되기도 한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현상에 대한 현재와 미래를 논의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용어에 대한 본질적 관점에서의 명확한 정의(定義)다.
정의를 올바로 내릴 수 있어야 목표와 대상이 분명해지고 대응책을 포함한 전략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명확하고 올바른 정의는 우리에게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지혜의 눈을 준다. 어떤 정의가 가치를 갖기 위해서는 현상보다 본질적 속성을 품고 있어야 한다.
산업혁명의 본질은 무엇일까? 산업혁명을 이해하려면 먼저 산업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산업은 인간 생활에 필요한 가치를 생산하는 일을 말한다. 가치는 인간의 욕망이 추구하는 효용이고, 이는 기술을 통해 빚어진다.
따라서 산업혁명은 인간의 욕망과 기술이 빚어낸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욕망과 기술의 본질은 무엇일까? 현재는 과거의 결과다. 따라서 우리의 본질에 대한 답도 과거의 시간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 모두는 과거 진화의 역사에 따라 생물로 잉태되어 사회적 동물인 영장류를 거쳐 지적인 인간으로 태어났다. 그 여정에서 자연은 우리의 유전자에 본능과 본성 그리고 지적인 능력을 새겨 넣었다. 우리는 그 본질적 속성을 바탕으로 동물적 생존과 사회적 성장 그리고 인지적 완성을 추구하는 존재가 되었다.
우리는 일생 동안 잠시도 추구를 멈추지 않는다. 그것이 본질적 속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루에도 쉼 없이 먹고, 자고, 쉬고, 관심을 갖고, 성취하고, 인정을 원하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소비한다.
우리는 생각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욕망을 추구하기 때문에 존재한다. 사회 현상 역시 개인의 욕망이 상호 작용하여 일어나는 집단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경제는 본질적으로 욕망의 유통 현상이고, 문화는 욕망의 표현 현상이다.
또 정치는 욕망의 조율을 위해 존재하며 산업은 욕망의 실현을 위해 일어난다. 욕망이 곧 우리의 본질적 정체성이자 사회 현상을 빚는 숨은 손인 것이다.
우리의 육체적, 인지적 기능도 욕망을 위해 종사한다. 육체적 기능은 욕망을 구현하고, 인지적 기능은 욕망을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인간의 기능은 육체적 동력의 발현, 기능의 수행, 인지적 정보의 획득, 획득한 정보의 처리 등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대부분의 기술은 이러한 육체적, 인지적 기능을 효율적으로 대체하기 위해 모색되고 개발된다. 결국 기술의 가치는 인간이 가진 기능을 모방하여 욕망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행동을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산업은 경제의 기반이고 경제의 본질은 가치의 수요와 공급이다.
또 욕망은 수요의 주체이며, 기술은 욕망이 원하는 효용을 생산하는 수단이다. 따라서 산업혁명의 본질은 욕망을 충족하기 위한 인간의 육체적 인지적 기능을 대체하는 기술의 혁신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정리하면 산업혁명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킬 목적으로 인간의 능력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의 발명을 통해 일어난다. 그러므로 산업혁명이란 인간의 욕망이 특정 혁신적 기술에 의해 촉발되어 산업을 포함한 경제, 문화, 정치 등 사회 전반에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일련의 사회 변혁적 현상이라 정의할 수 있다.
18세기 이후에 일어난 1차 산업혁명은 생존과 번식 같은 동물적 생존의 욕망과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한 동력 기계의 기술이 출현하면서 시작됐다.
2차 산업혁명은 안전과 편리를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이 조작이 용이한 전기에너지 생산 기술을 만나 분업화와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일어났고, 3차 산업혁명은 사회적 연결을 통해 성장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이 우리의 인지적 기능을 대체하는 컴퓨터와 인터넷 같은 기술을 만나 정보화와 자동화를 실현하면서 일어났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은 인정받고 존중받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지적 처리 능력을 대체할 기술과 상호 작용해 일어나는 현상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가올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같은 기술이 인간의 인지적 처리 기능을 대체하면서 사회 전반에 지능혁명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핵심기술 역시 지능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지향하는 인공지능과 관련된 기술들이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및 IoE(Internet of Everything, 만물인터넷), 수집된 데이터를 축적하고 저장하는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전략적 해석과 최적 방안을 결정하는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이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인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본질적 이해는 산업, 경제, 문화, 정치, 교육 등 사회 전반에 대한 통찰과 혜안을 제공해준다. 본질적 속성을 통해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활성화될 것인지 유추할 수 있다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결과를 합리적으로 예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안고 있다. 다가올 미래를 부정하고 두려워한다고 해서 시간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긍정적 기대를 가지고 보다 진취적으로 미래의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미래의 경제는 혁신적 기술에 의한 생산 혁명을 통해 사회적 부가 오히려 증대할 것이다. 문화는 더욱 다양화되고 개인에게는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더 확대되고, 사회 구성원간의 연결과 소통을 통해 사회적 신뢰가 한층 강화되며, 투명성과 공정성, 안전성의 증가로 정치권력의 역할은 점차 축소될 것이다.
교육 역시 온라인 기반의 환경과 맞춤형 교육방식, 창의와 인성 중심으로 대전환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많은 사람들의 우려대로 단순 노동과 일부 지식산업 관련 일자리는 사라지거나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복합 노동, 경험 산업, 개성 산업, 행복 산업 등과 관련된 새로운 일자리들 또한 급격하게 창출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구현할 미래의 모습은 인공지능 기술에 의한 초지능(超知能)을 바탕으로 초생산(超生産), 초연결(超連結), 초통합(超統合)의 세상이 될 것이다. AI와 로봇과 같은 혁신적 기술들로 인해 생산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비용은 거의 들지 않는 초생산 시대가 열리게 된다.
웹 플랫폼 환경이 일반화되면서 가상의 공간에서 수많은 가치가 새롭게 생산되고 거래되는 연결혁명이 가속화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래는 급격히 소프트웨어 중심 사회로 접어들 것이다. 블록체인과 같은 공유 보안기술을 통해 경제적 신뢰와 사회적 신뢰가 더욱 공고히 되고, 소프트웨어에 기반 한 사회 연결망이 강화되면서 초연결은 초신뢰로, 다시 초통합의 시대로 나아갈 것이다.
초통합 세상의 초기에는 정보 독점에 따른 폐해를 극복하면서 신뢰에 기반 한 공유 경제가 활성화되고, 개인의 개성이 존중 받는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기존의 사회 체계를 대체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기존의 산업혁명이 인간의 기능을 모방한 혁신적 기술에 바탕을 두었다면, 새로운 변화는 인간의 기능을 초월하는 방향으로 기술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인류는 육신과 생명, 즉 시공을 극복하는 대혁신의 장정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이 혁신은 인류가 물질과 생명 현상의 본질을 해독해 인간과 세상에 대한 관계의 본질을 완전히 이해할 때 이루어질 것이다. 본질 기반의 대혁신은 인류로 하여금 수명의 한계를 극복하고 나, 너, 우리의 구분을 사라지게 하고 생물과 무생물, 존재와 비존재의 구분이 사라진 초통합의 세상을 열게 될 것이다.
세상의 본질은 관계다. 원자는 양성자, 중성자, 전자의 관계로, 분자는 원자와 원자의 관계로, 생명 현상은 염기와 염기의 관계로 이해할 수 있다. 르네상스 이후 기지개를 켠 과학 문명은 우리에게 세상의 본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력을 선물했다.
그 시력을 통해 인류는 미지의 저편에 있던 생명과 우주의 본질까지 근접해가고 있다. 본질이 지닌 가치는 근원의 이치로 다양한 현상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해를 통해 인류는 본질 기반의 세상을 열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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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도 이러한 본질 기반 세상의 전조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비는 본질에서 답을 찾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경영학자 피터드러커는‘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미래는 일찍이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대변혁의 시대가 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변하지 않는 원칙으로 모든 변화에 대응한다는 ‘이불변(以不變) 응만변(應萬變)’의 정신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는 것이 국가와 기업 그리고 개인 모두에게 필요한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