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시대에는 인간과 기술을 잘 아는 ‘21C 오디세우스형 인재’가 필요합니다. 또 교육혁신 도구로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한석수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장은 11일 밀레니엄서울힐튼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 250회 스마트 사회 지도자 포럼’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지디넷코리아가 후원하고 도산아카데미 스마트사회연구회(회장 곽덕훈)가 주관한 이 행사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교육, 어디로 가야 하나?’를 주제로 진행됐다.
한 원장은 교육부 대학정책실장 출신으로 한양대 행정학과와 미국 아이오와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교육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가 이끄는 KERIS는 1999년 4월 설립된 기관으로 교육 및 학술연구 정보화로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미션이다.
이날 한 원장은 4차산업혁명시대에 대응하는 교육 혁신 방향으로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 ▲분석자료 기반의 성장 중심 학습평가 도입 ▲무학년제 교육 제도 ▲융합 과 협력 기반의 개별화된 학습 경험을 제공하는 교수 학습 ▲학교의 지역 연계 강화 ▲교육혁신도구로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기술 융합 등 6가지를 제안했다.
예컨대 교육과정의 경우 필수 교과를 축소하고 선택 과목을 확대하는 한편 진로 맞춤형 고교 체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또 기술 융합은 SW교육 내실화와 지능형 학습분석 서비스 제공, 교육용 오픈마켓 구축 및 운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공자가 13년 유랑끝에 세상을 보는 새로운 안목을 가졌다는 ‘등태산소천하(登泰山小天下:태산에오르니 천하가 작게 보인다)’를 소개하며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휴먼-테크 리터리시를 갖춘 21세기 오디세우스형 인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오디세우스는 호메로스가 쓴 ‘오디세이아’의 주인공이다. ‘트로이 목마’로 유명하다. 트로이 전쟁후 20년간 온갖 고생과 유혹을 물리친 후 귀환, 왕위에 오른다. 암기 교육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한 문제해결 능력과 창의성, 협동심 등이 4차산업혁명시대에 요구되는 교육 덕목임을 강조한 것이다.
한 원장은 OECD가 주관한 ‘2015년 국제학업성취도 평가(PISA)’에 따른 우리나라 교육 현실도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읽기와 과학은 5위, 수학은 2위였다. 아직 피사(PISA) 결과만 보면 우리나라 초중등 교육이 괜찮다고 전제한 한 원장은 “하지만 최하위권 숫자가 늘어나고 학업 흥미도가 낮은 점 은 우려스럽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디지털기기 접근성, 디지털기기 활용 빈도, 디지털기기에 대한 태도, ICT 인프라 등에 대한 PISA의 ICT 친숙도 조사 결과를 소개하며 “이 수치로만 보면 한국은 ICT 강국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학교 디지털기기 접근성이 세계 22위, 학교내 디지털 기기 사용 빈도는 세계 30위에 그쳤다. 학생 수 대비 PC 비율도 세계 32위였다.
4차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하는 교육 혁신 사례도 다수 소개됐다. KERIS가 대구에서 운영하는 ‘미래교육체험관’이 대표적이다. 미래 교실을 보여주는 이 곳에는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는 장비와 시설들이 갖춰져 있다. KERIS는 다른 지자체에도 이런 시설을 설립하기 위해 교육부와 협의하고 있다.
구글 직원이었던 맥스 벤틸라가 2013년 설립한 민간학교인 ‘알트 스쿨’도 시선을 받았다. ‘알트 스쿨’은 아이들 개개인이 배우는 속도와 흥미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 설립됐다. 무학년제로 각종 첨단 장비를 활용해 맞춤형 교육을 한다.
또 애리조나 주립대가 69개 학과를 약 30개로 통폐합하고, 조지아 공대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수업을 하며, 스탠포드 및 일리노이 대학이 다양한 인문학 과목을 융합해 공동 전공을 신설한 것도 교육 혁신 사례로 소개됐다. 이중 애리조나 주립대의 혁신 사례는 ‘Designing The New American University’라는 책으로 나와 있는데 한 원장 등이 이를 공역, 오는 10월에 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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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원장은 대학이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가 학위라면서 미래도 지금처럼 대학 학위가 필요할까? 라고 물으며 “학위보다 역량이 중요하다”며 대학 강의를 온라인으로 무료 수강 할 수 있는 코세라와 에덱스, 유다시티 등을 설명했다. 피터 드러커가 1997년에 말한 “30년이 지나면 대학 캠퍼스가 필요없어 질 것”이란 말도 인용하며 물리적 강의실 없이 4년 내내 100% 온라인으로 수업하는 미네르바 스쿨을 좋은 예로 들었다.
한편 행사를 마무리하며 곽덕훈 스마트사회연구회장은 “미국이 20억 달러를 투자해 오픈형 기술교육 커리큘럼 600개를 만든다. 4차산업혁명시대는 세계가 하나로 움직이니 우리도 우리끼리만 뭘 하지 말고 오픈 형태로 해야한다. 최근 가장 뜨는 프랑스 학교인 에콜42처럼 프로젝트 기반의 공동체 학습이 필요하다”면서 “또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기술 발전보다 더 중요한 건 도산아카데미가 지향하는 정직, 도덕성 같은 정신분야다. 도덕성이 못따르면 사회가 파멸로 간다. 인성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