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할인율 소급적용 갈등 해결될까

통신사 부담 전가식 추가 논의 난항

방송/통신입력 :2017/08/20 20:38    수정: 2017/08/21 08:52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신규 가입자만 대상으로 25%의 상향된 선택약정할인율을 적용키로 하면서 소비자와 시민단체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다.

기존 20% 약정할인 가입자도 25%의 할인율을 일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반발 내용의 주된 골자다.

반면 정부는 현재 법테두리 안에서 강제할 조항이 없다며 20% 할인율 가입자를 신규 가입자로 전환 유도하고 이때 발생하는 위약금은 경감하는 방안을 협의로 풀겠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소급적용이 가능한 것처럼 정책 의지를 내비쳤던 과기정통부를 두고 시민단체의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두 방안 사이의 중재안을 이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25%의 할인율 시행도 불확실한 가운데, 소급적용으로 선회하거나 재가입시 위약금 경감으로 유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 소급적용 불가능, 다시 통신사로 책임 돌리는 정부

과기정통부는 “기존 20% 요금할인 가입자가 25% 요금할인을 받으려면 개별적으로 통신사에 신청해 재약정을 해야하며 기존 약정의 해지에 따른 위약금도 발생할 수 있다”며 “기존 가입자들의 요금할인율 조정, 위약금 부담 경감 등의 조치는 통신사들의 자율에 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통신사들의 자율’이라면서 시행 이전에 정부가 통신사와 추가 논의를 통해 위약금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유도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또 ‘요금할인율 조정’이라는 카드를 커내놓기도 했다. 이는 수면 밖에서 그동안 논의되지 않았던 내용이다.

정부가 이처럼 “현행법 상 기존 가입자에 대해 요금할인율을 상향하도록 통신사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면서도 각종 대안을 꺼내는 것은 일부 이용자에만 치우친 통시비 부담 경감 정책이란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가 각종 수단을 먼저 공개하면서 통신사와 추가 논의를 취하자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25% 할인율 도입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통신사가 정부의 일방적인 압박을 받지 않는다면 기존 가입자 재약정시 위약금 경감이나 단계적 요금할인율 적용 방식을 논의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소급적용은 왜 빠졌을까

기존 20% 요금할인 가입자에 상향된 25%의 할인율을 적용하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라는 지적이 많았다.

20%의 요금할인을 선택한 가입자는 당시 지원금 상황과 요금할인액을 비교한 뒤 이용자 선택에 따라 요금할인을 받고 있다. 반면 지원금을 선택한 가입자는 정부가 명시한 9월15일 이후부터 25%로 상향 적용되는지 알 수 없었다.

즉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이라는 단통법 법조항에 따라 도입된 선택약정할인이 입법 취지인 이용자 차별 금지를 오히려 유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통신사는 이같은 가입자들과 계약고지위반 문제로 얽힐 수도 있다.

새로운 법이 시행되기 전의 상황을 새 법으로 다스리는 법률불소급의 문제도 있다. 과기정통부 역시 입법소급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행정처분 공문에 담을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형법 체계로 비유하자면 법률불소급은 과거에는 범죄 행위가 아니었지만, 새 법 시행 이후 범죄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모두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지난 2015년 12%에서 20%로 약정할인율을 상향 조정할 당시 소급적용을 한 점이 문제로 남을 수 있다. 때문에 과기정통부의 결정이 당시 미래창조과학부를 현행법을 벗어난 행정절차로 본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기정통부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결정 이후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을 논의할 때 분명히 소급적용 의지가 있었다”면서 “25% 할인율 도입을 준비하면서 법리검토도 충분히 거쳤을 것인데 행정처분에 행정소송으로 이어졌을 때 패소 가능성이 높은 소급적용은 아예 언급하지 않고, 추가 논의로 해결할 수 있는 쪽으로 풀어보자는 식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 소급적용 갈등 해결할 묘수 있나

참여연대와 녹색소비자연대 등의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행정처분 공문 발송에 앞서 “반드시 소급적용은 이루어져야 한다”며 뜻을 모았다.

하지만 현행법 상 강제할 수 없다는 정부의 발표 이후 시민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있다. 일부 신규 가입자만 통신비 인하 대책 대상으로 둘 수 없다는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이에 대해 “매월 60만~70만명 수준의 기존 20% 요금할인 가입자가 약정이 만료되며 이 경우 위약금 부담 없이 25% 할인율로 재약정이 가능하다”며 “통신사들과의 추가적인 협의를 통해서 기존 가입자들의 약정 해지 및 재약정에 따르는 위약금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반박했다.

정부의 의지대로 통신사와 조율 내용이 일찍 공개된다면 이같은 반발은 잠재울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와 통신사의 조율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예상이 우세하다.

약정요금할인 가입자가 비중이 높은 SK텔레콤 밴드데이터퍼펙트 요금제(월정액 6만5천890원, 데이터 무과금)의 경우 2년 약정을 맺은 가입자가 가입 9개월 이후부터 위약금이 10만원을 넘어선다.

SK텔레콤은 2년간의 약정 기간 동안 수익이 보장된 만큼 매달 1만3천200원의 요금을 할인해주고, 위약금 산정율에 따라 그 기간을 못채울 경우 위약금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통신사 입장에서 예상된 기간의 수익을 고려해 요금을 매달 이미 할인했기 때문에 위약금을 경감할 수 있지 않냐는 과기정통부의 의견을 따르기 어렵다. 소급적용처럼 정부가 현행법 뿐만 아니라 개인과 기업의 재산권을 보장하는 헌법 아래에서 강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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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달리 소급적용 갈등 여부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기류도 관측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사들은 현재 통신비 인하 정국을 원만하게 넘어가길 원하지만, 일부의 경우 행정소송 외에 카드가 없다는 생각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소급적용은 25% 할인율 도입 이후에 논의할 사안에 지나지 않는다”며 “과기정통부가 이같은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면 통신사 CEO가 아니라 통신사 주주를 만나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순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