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없이 휴대폰 위치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과연 허용될 수 있을까?”
미국 연방대법원이 디지털 시대 사생활 보호에 대한 중요한 재판을 앞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경찰이 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상태에서 휴대폰 위치 정보를 무단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내용의 법정의견을 15일(현지시간) 미국 연방대법원에 제출했다고 아스테크니카가 보도했다.
이들이 법정 의견서를 제출한 사건은 절도 사건 용의자 티모시 카펜터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이다.
티모시 카펜터는 디트로이트 지역에서 발생한 여섯 건의 절도 사건 용의자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티모시를 체포하기 위해 127일간의 휴대폰 위치 정보를 입수했다.
그러자 카펜터 측은 경찰이 영장 없이 휴대폰 위치 정보를 입수한 것은 불법 압수, 구금을 금지한 수정헌법 4조 위반이라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수정헌법 4조는 “신체,주거,서류,물건의 안전을 확보할 국민의 권리는 침해되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 디지털 시대에도 '제3자원칙'은 유효할까
휴대폰이나 앱의 위치 정보는 영장 없이도 경찰이 입수할 수 있다는 게 그 동안 미국 하급법원들의 판례였다.
이 때 적용된 게 ‘제3자 원칙’이었다. 개인 정보가 제3자의 손에 들어가는 순간 그 정보에 대해선 합리적인 사생활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게 이 원칙의 골자다. 따라서 수정헌법 4조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구글 등은 “(제3자 원칙에서) 콘텐츠와 비콘텐츠를 구분한 것은 디지털 기술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제3자에게 넘어간 정보라도 콘텐츠와 관련된 것일 경우엔 수색영장이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필요 없다는 게 ‘제3자 원칙’의 기본 골자다. 하급법원들은 단순한 위치 정보는 콘텐츠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경찰이 수색영장 없이 해당 통신사로부터 받아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이번 재판은 디지털 시대 압수수색과 관련해 중요한 판례가 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 연방대법원이 수정헌법 4조가 쟁점이 된 ‘카펜터 vs 미국 정부’ 사건의 상고를 허락했다는 자체부터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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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심이 열리기 위해선 연방대법원 판사 9명 중 4명이 찬성해야만 한다. 따라서 최소한 연방대법원 판사 4명은 기존 판례에 대해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휴대폰이나 앱의 위치 정보가 미국 수정헌법 4조의 보호대상이 되는 지 여부를 판가름할 대법원 상고심은 오는 11월 경에 열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