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시대, 실내 위치정보 알면 달라지는 것들

구자형 로플랫 대표가 보는 모바일 세상

인터넷입력 :2017/02/22 17:36

손경호 기자

스마트폰 시대에 위성항법장치(GPS)는 이미 필수가 됐다. 이 기능 덕에 스마트폰만 있으면 디지털 지도 상에서 내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모르는 길을 찾아가거나 교통상황을 반영해 빠른 길을 알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식신으로 맛집을 찾거나 카카오택시, 배달의민족으로 음식을 주문할 때도 GPS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 유용한 기술이 한계에 부딪치는 곳이 하나 있다. 바로 건물 안에 있을 때다. GPS만으로 대형 쇼핑몰에서 스마트폰 사용자가 어떤 매장에 들어갔다 나왔는지, 어디서 오랫동안 머룰렀는지 등을 알기는 역부족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곳에 촘촘히 설치된 무선인터넷 액세스포인트(AP)를 활용한다는 아이디어를 상용화한 기술 스타트업이 있다. 위치기반기술 스타트업 로플랫이 주인공이다.

로플랫은 네이버가 운영하는 기술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D2 스타트업 팩토리에 입주했던 1호 기업으로 지금은 독립해 나왔다.

구자형 로플랫 대표.

지난 17일 구자형 로플랫 대표를 만나 스마트폰 시대, 실내 위치정보를 알게 됐을 때 달라지는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 "실내 위치, 정확도 보다 어떤 장소인지가 더 중요"

그의 설명에 따르면 로플랫은 위치기반 기술에 대한 발상을 전환했다. 이전까지는 대부분 연구자들이 사용자 위치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기술연구에 공을 들여왔다. 반면 이 회사는 어떤 사람이 어느 건물이나 상점 안에 들어갔다가 나갔는지를 확인하는데 집중해 실내 위치인식솔루션을 고안했다.

위치를 5m, 3m, 2m 단위까지 정밀하게 측정하는 것보다는 그 사람이 어떤 매장을 오고 갔는지, 몇 층에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 더 상업적인 활용도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2001년부터 LG전자 MC연구소에서 휴대폰 개발 관련 업무를 했던 구자형 대표는 이후 실내 위치 인식 시스템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가 내놓은 기술논문을 보면서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실내에서는 사람들이 위치한 공간이 어떤 곳이냐가 더 중요하다고 봤다. 그러나 모바일 지도서비스를 보면 아직도 "강남역 지하상가나 삼성동 코엑스,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 몇 곳 정도만 실내 지도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는 것이 구 대표의 설명이다.

로플랫은 실내에서 사람들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건물 안팎에 곳곳에 설치된 무선AP에 주목했다. 우리가 잘 아는 와이파이 신호를 잡기 위해 무선신호를 쏘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이 기기다.

로플랫이 실내 위치를 알 수 있게 되는 원리는 이렇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와이파이 기능을 켠 상태에서 특정한 건물이나 상점에 있으면 주변에 촘촘한 그물망처럼 퍼져있는 무선AP로부터 오는 신호들이 잡히게 된다. 무선AP마다 맥주소(MAC)라고 하는 고유의 값을 일종의 ID처럼 갖고 있다. 이들이 스마트폰에 전달하는 신호세기는 저마다 다르다. 이러한 신호세기들을 종합적으로 계산해 스마트폰 사용자의 위치에 무슨 건물이나 상점이 있는지 혹은 몇층에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직접 사람이 주요 건물들에서 매장마다 혹은 각 층 별로 어떻게 다른 와이파이 신호들이 잡히는지를 파악해놔야한다. 와이파이 신호로 실내 지도를 그리듯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구 대표에 따르면 아르바이트생들이 서울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매장마다 전용앱으로 주변 무선AP로부터 전송된 신호의 세기와 함께 그 위치에 무슨 상점들이 있는지를 파악한다. 이를 통해 현재는 9만개 주요 매장에 대한 정보들을 수집했다.

그는 "자체적으로 정보를 수집해 놓은 공간에 어떤 사람이 있을 경우, 실내 특정 상점에서 가로 세로 10m 크기 안에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를 95% 정확도로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플랫은 사전에 특정 장소 주변 와이파이 신호세기들을 측정해 위치정보를 만든다. 때문에 GPS가 작동하지 않는 실내에서도 사용자들이 어떤 매장을 오가는지, 몇 층에 있는지 등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다만 매장 밖에서는 위치를 오인식할 확률이 15%~20% 정도다. 매장 밖 3m 떨어진 곳을 외부인데 안에 있는 것처럼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맞춤형 설문조사서 타깃 마케팅까지

로플랫은 이런 기술을 어디에 활용하려는 것일까?

구 대표는 먼저 설문조사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모바일 설문조사업체인 오픈서베이는 로플랫과 협업해 매장방문기록을 활용한 설문 서비스 '오픈서베이 플레이스'를 지난해 10월 출시했다.

예를 들어 편의점 방문 대상을 설문조사를 하고 싶다면 이전까지는 패널들 중 무작위로 질문을 해서 편의점에 갔는지 물어보는 방식을 썼다. 그러나 로플랫을 활용하면 편의점에 간 사람들 중 설문에 필요한 대상들에게만 정확하게 설문지를 보낼 수 있다.

이 방식은 또한 오픈서베이는 최근 문을 연 대형몰 스타필드 하남에도 적용돼 소비자들이 어느 곳에 머무는지 등 동선을 파악하는 용도로도 쓰이고 있다. 이를 통해 이전보다 적절한 위치에 매장이나 각종 상품들을 배치하는데 필요한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

쉐어앳이라는 O2O 음식점 정보 및 결제서비스는 사용자가 위치한 곳이 잘못 인식돼 엉뚱한 곳에 결제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로플랫을 활용했다.

미아방지밴드를 제공 중인 리니어블은 백화점과 같이 실내에서 아이들의 위치를 정확히 구분해내기 위해 로플랫 솔루션을 적용했다. 구 대표는 "이전에는 큰 백화점에서 GPS만으로 아이 위치를 찾을 경우 몇 층 어느 코너에 있는지까지 알려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정보가 기업들이 사용자들을 타깃 마케팅하는 용도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람들이 특정 건물이나 상점에 얼마나 오갔는지, 이들이 어떤 물건에 관심이 있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면 그에 따라 맞춤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포스퀘어가 시도했던 방식으로 지금은 구글, 페이스북 등도 마케팅을 고도화할 목적으로 사람들이 어떤 곳을 방문했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 프라버시보호 우려? "개인정보 수집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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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러 사용자들의 실내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만큼 프라이버시 보호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크다. 이 문제에 대해 구 대표는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일은 없다"고 강조한다.

로플랫은 서로 다른 스마트폰을 구별하기 위한 정보는 갖고 있지만 그 스마트폰이 누구의 것인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지는 않는다. 또한 로플랫과 협업 중인 회사들은 기본적으로 사용자들에 대한 위치정보제공동의를 받는다. 또한 "개인정보와는 직접 연결되지 않도록 위치정보보호법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구 대표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