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마음 먹고 모아 둔 월급과 적금을 깬 A씨가 부푼 꿈을 안고 찾아간 곳은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중고차 매매 시장. 중고차 전문 인터넷 사이트에서 본 가성비 좋은 중고차를 A씨는 무사히 구매할 수 있을까.
몇 년 전 구매한 중고차가 알고 보니 사고차였던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B씨. 다시는 중고차를 사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 B씨는 몇 년 후 새 차를 사게 됐다. 친절한 상담과 다양한 옵션 혜택을 준 딜러로부터 차량을 인도 받기로 한 B씨는 지난 악몽을 잊을 수 있을까.
정비사 연결 서비스 ‘카바조’를 창업한 유태량 대표 말에 따르면 A씨, B씨 모두 방심해선 안 된다. 둘 모두 눈 깜짝 하는 사이 ‘호갱’(어수룩해 이용하기 좋은 손님을 지칭하는 단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대로 A씨는 사고차나 침수차를 모르고 구매할 수도 있고, 딜러의 현란한 말솜씨로 생각보다 많은 비용을 지출할 우려가 있다. 허위매물이나 미끼매물로 인한 피해도 입을 수 있다.
새 차를 구매하는 B씨도 마찬가지다. 수입차의 경우 선적이나 이동 과정에서 발생한 긁힘으로 도색된 차량이 있고, 국산차의 경우도 수리된 사실을 감추는 경우가 있다. 믿기 힘들지만 이처럼 “새 차는 문제없겠지” 했다가 뒤통수 맞는 경우가 실제로 일어난다.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알았을 경우 보상 받기도 현실적으로 힘들다. 그래서 탄생한 서비스가 바로 정비사 연결 서비스 카바조다.
스타트업 지원 기관인 마루180에 입주하고 있는 카바조는 전문 정비사가 동행해 중고차나 신차 계약 시 차량 상태를 꼼꼼히 점검해주는 서비스다. 국산차는 8만8천원, 수입차는 13만2천원, 화물차는 16만5천원의 비용이 든다. 카바조는 이 비용의 70%를 정비사에게 주고 나머지를 갖는다.
“침수차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경찰을 찾아갔을 때 들은 말이 충격이었어요. 조심하지 그랬냐는 답변뿐이었죠. 가격을 시세와 달리 속인 경우도 구매자가 그 가격을 인정하고 구매한 거라 사기죄로 성립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카바조는 중고차의 경우 사용자가 차량 번호를 온라인에 입력하면 보험이력 조회와 매매 검색 등을 무료로 진행해 준다. 이를 통해 사용자가 구매하고 싶어 하는 차량을 1~2대까지 압축시켜준다. 그리고 사용자와 함께 정비사가 동행하거나, 또는 단독으로 1시간 가까이 차량을 집중 점검한다. 평가항목은 총 8개 부문, 약 130개 부품이다. 점검 항목은 리포트로 만들어 사용자에게 제공된다.
유태량 대표에 따르면 많은 구매자들이 딜러 앞에서 주눅이 든다. 딜러들이 구매자들의 기를 누르듯 강압적인 말투를 사용하고, 전문 용어들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이 탓에 여성 고객들은 대개 ‘아는 오빠’를 통해 중고차를 구매하게 된다. 그러나 남자라고 크게 다를 게 없다는 게 유태량 대표의 말이다.
“사실 딜러도 정비 상식을 잘 몰라요. 딜러도 모르고, 고객도 모르다 보니 딜러들 말에 속아 넘어가게 되는 거죠. 차를 싸게 사는 것 같다가도 최종 계약 단계에서 상사이전비, 인지세 등의 명목으로 필요 이상의 추가 비용을 내게 돼요. 카바조 같은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유죠.”
충격적인 사실은 위에도 언급했듯 중고차 살 때만 호갱이 되는 게 아니다. 새 차 살 때도 딜러들은 알면서도 수리 흔적을 고객에게 알리지 않는다. 수입차는 물론 국산차도 마찬가지란 것이 유 대표의 설명이다.
“저희 정비사분들이 신차도 보는데, H사 A 차량의 경우 신차인데도 트렁크가 교체돼 있었죠. 수입차는 선착장에 세워놓다가 문제가 생기면 센터에 들어가 도색해서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V사 차량이 그랬습니다. 또 B사의 차량은 조수석 프론트 펜더가 탈착됐다가 조립된 뒤 도색한 흔적을 발견했었습니다.”
유태량 대표가 카바조 서비스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사용자의 신뢰다. 객관성을 잃지 않기 위해 수익성이 높은 중고차 매매 서비스에 직접 뛰어들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딜러 인증 서비스도 가능하지만, 이 역시 딜러가 초심을 잃을 수 있어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입소문과 투자 유치 등으로 카바조 서비스가 자리 잡게 되면 오프라인 공간에 차량 관리도 받을 수 있고, 차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커뮤니티형 정비소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또 차량 구입부터 폐차까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반적으로 차량을 관리해주는 서비스도 구상 중이다.
“정비사들에게 상담도 받고, 본인이 구매한 부품도 갖고 오면 저렴한 비용에 교체해주는 오프라인 정비소를 만들고 싶어요. 또 자동차 동호회 사람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공간 역할도 하고, 필요하다면 점검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차량 관리 서비스도 기획 중입니다.”
관련기사
- 스물넷 청년들이 휴학 후 창업한 이유2017.08.13
- 그대 손을 사람 살리는 손으로 바꿔줍니다2017.08.13
- “투자유치 상위 스타트업 70%, 한국서 위법”2017.08.13
- 김상헌 네이버 고문 “스타트업 멘토 역할 기대 돼”2017.08.13
카바조가 입소문을 타면서 유사 서비스도 등장했다. 이용료도 카바조 보다 낮게 책정했다.
“저희 서비스가 주목을 받으면서 유사한 중고차 전문가 동행서비스가 나왔는데, 알아보니 정비사가 아닌 딜러들이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서비스더라고요. 저렴한 이유가 있더군요. 저희 카바조는 전문 정비사분들의 가치를 높이고 더 큰 수익의 기회를 드리면서, 고객분들에게 신뢰 받는 서비스로 승부할 생각입니다. 덕분에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후기들도 500개 정도가 달렸습니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점검 리포트 수준을 높여 대기업이 따라할 수 없는 서비스로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카바조 이용후기 동영상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