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AI 면접’ 등 AI로 인한 새 풍속도가 거의 매일 언론에 소개된다. 당장 17일에도 국내 한 통신사가 ‘AI 아파트’를 다음달 세계 최초로 선보인다고 발표했고, 일본에서는 AI를 활용해 야구 티켓 가격을 매일 바꿔주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지금 이시간에도 AI는 계속 진화하며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AI는 이전 산업혁명과 달리 변호사, 의사, 기자 등 지식노동자 일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다. 'AI 포비아'와 'AI 기대'가 교차하고 있는 지금, AI는 어떤 가치를 갖고 있을까.
국내 최고 인공지능 전문가 중 한사람으로 꼽히는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장(KAIST 명예교수)이 이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한국포스트휴먼학회와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가 15일 서울 포스코P&S타워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다. 매월 한차례 열리는 이 세미나는 법, 철학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신기술에 따른 사회변화를 논의하는 자리다.
■ 김 원장 “자동차는 바퀴달린 인공지능”
김 원장은 AI가치에 앞서 AI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려줬다. 우선 지난해 큰 화제를 몰고 온 ‘알파고’로 논의를 시작했다. 알파고는 지난해 이세돌을 이긴데 이어 올해 세계 최고 바둑 고수인 중국 커제마저 꺽고 바둑계를 은퇴했다. 이보다 앞서 2011년에도 AI는 의미 있는 ‘사고’를 쳤다. IBM이 만든 AI가 ‘제퍼디’라는 미국 유명 퀴즈쇼에 출연, 인간 대표와 겨뤄 승리했다. 김 원장은 “인간만의 고유 능력이었던 지적 판단 영역까지 컴퓨터에 내준 순간”이라고 의미를 부였다.
이후 AI는 의료분야에서 맹활약, “의사를 능가하는 인공지능이 나오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실제 IBM이 개발한 AI ‘왓슨’은 의료 분야에서 여러 주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미국 종양학회에 따르면 왓슨은 전문의 초기 오진 비율(20%)보다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김 원장은 기술 분야 미국 유명 전문가인 비노드 코슬라(Vinod Khosla)가 2012년 1월 말한 “향후 80%의 의사를 알고리즘이 대체할 것”을 소개하기도 했다.
자동차도 ‘AI 태풍’에서 예외가 아니다. “자동차는 바퀴달린 인공지능”이라고 소개한 김 원장은 “자동차는 가솔린이 아니라 SW로 달린다”는 다임러벤츠 최고경영자(CEO) 말도 인용했다. 로봇어드바이저의 연간 평균 수익률이 73%로 실제 시장수익률(8%)의 8배나 되고, AI를 주식 트레이더 업무에 도입한 골드만삭스가 주식 트레이더 600명을 해고하고 2명만 남기는 등 AI에 따른 금융권 변화도 소개됐다.
AI가 창작한 그림과 지능정보기술연구원이 올 3월 인공지능을 활용해 그린 수묵화와 아마존이 추진하는 무인 유통점 '아마존 고‘, 주인을 알아보는 스마트 권총을 소개한 김 원장은 “간단한 컴퓨팅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추진하고 있는 재활용 로켓을 설명한 김 원장은 “보기에 멋져보이지만 핵심 기술은 SW”라며 “혁신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결국 SW기술이 중요하며 SW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역설했다.
■ 교통, 건강 등 8개 분야가 주목 받을 AI 응용 분야
4차산업혁명의 용어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을 의식 한 듯 “요즘의 혁명적 변화를 4차산업혁명 외에 디지털혁명, 산업혁명이라고도 부른다”고 설명한 김 원장은 “미래는 이미 와 있었다, 단지 우리가 그걸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특히 한국은 진짜 모르고 있었다”며 아쉬워했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이 인공지능이라고 밝힌 그는 산업혁명은 육체 노동을 자동화했지만 디지털 혁명은 정신, 지식노동자를 자동화한다면서 “반도체와 초고속네트워크 SW 및 인공지능 기술이 이 같은 혁명적 변화를 가능케 했다”고 진단했다.
인공지능은 단일 기술이 아니라 특정 작업에 적용되는 기술의 총합, 즉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의 집합이라고도 했다. 그는 향후 15년간 인공지능의 핵심 응용분야로 ▲교통 ▲홈 및 서비스 로봇 ▲의료 및 건강 ▲교육 ▲공공복지 ▲안전 및 보안 ▲노동 및 고용 ▲예술 및 공연 등 8개 분야를 꼽았다.
4차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SW에 대해 “컴퓨터프로그램+데이터+관련문서”라고 정의한 그는 “SW 본질은 지식과 경험을 코딩한 지식재산이자 자동화된 문제 해결책(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
인공지능의 가치에 대해서는 “여러가지”라면서 ‘지능적 자동화’를 1순위로 꼽았다. 전통적 자동화 자본재는 시간이 지나면 성능이 저하되지만 자동학습의 지능형 자동화는 지속적 성능 향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어 기존 인력을 대체하기 보다는 보완하는 등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 갈 것인가도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김 원장에 따르면 인공지능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미국의 경우 2035년 기준 8500조원, 한국은 2030년 기준 460조 원이다. 또 증기기관, 초기 로봇, 정보기술, 인공지능 등 4가지 기술 중 생산성 향상 효과가 인공지능이 가장 높다.
■ “변화에 잘 대응하면 기회...혁명적 변화 해야”
인공지능 개발 방법론으로 지식 기반형, 데이터 기반형, 경험 축적형 등 세가지를 든 그는 “지식 기반형은 사람의 지식을 기호의 조합으로 표현하며 언어 이해와 지식 표현 및 획득이 주요 이슈”라고 분석했다. 반면 인공 신경망과 딥러닝이 강조되는 데이터 기반형은 신호데이터에서 공통 성질을 추출하며 기계학습 알고리듬이 중요하다. 모의실험과 강화학습을 요구하는 경험 축적형은 불확실성한 모의실험과 훈련 알고리즘이 이슈로 거론된다.
김 원장은 지식기반 인공지능의 성공 사례로 80년대 등장한 룰 기반 전문가 시스템을 들었다. 룰 기반 전문가 시스템은 의사결정을 쉽게 설명, 사용자에게 신뢰감을 주는 장점이 있다. AI변호사와 AI의사, AI펀드매니저 등이 이 범주에 들어간다.
데이터기반형은 신경세포의 수학적 모형을 기초로 하는 것으로 단층 신경망(1950년~1980년), 2층 신경망(1980년~2010년), 고층 신경망(2010년 이후)으로 발전해왔다. 고층으로 갈수록 추상화한 정보 표현이 가능하고 고난도 문제를 풀 수 있지만 학습은 어렵다. 데이터기반 AI 성공 사례는 얼굴 인식이다. 김 원장은 “페이스북과 구글의 얼굴인식 SW는 인식률이 97% 이상이며 누구나 구할 수 있는 공개SW”라면서 “고양이를 모르던 컴퓨터가 고양이 사진을 주며 3일간 학습시켰더니 고양이를 판별했다”고 설명했다.
AI 때문에 “전문가 수난시대가 왔다”고 토로한 그는 세계 4억명 이상이 위험군에 있는 당뇨성 망막증 진단에도 AI가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AI가 스스로 전략을 짠다는 내용도 공개했다. ‘아타리 브레이크아웃 게임’이 주인공인데, 벽돌깨기 게임인 이 게임을 AI에게 600회 학습시켰더니 벽돌을 더 잘 깨는 전략을 AI가 스스로 고안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AI 성공 원동력으로 도메인 인사이트와 방법론, 컴퓨팅 파워, 빅데이터 파워 등을 들며 “방법론과 컴퓨팅 파워는 문제가 안되는데 데이터는 문제”라며 “우리나라는 데이터가 없어 걱정이다”고 우려했다.
AI 등 기술발전으로 근로시간 과 일자리 감소, 소득 양극화 같은 사회적 변화가 예상되는데 이에 대응한 SW친화적 문화 확산과 교육 변화를 강조한 김 원장은 “교육은 창의력 배양에 목표를 두고 비판적 사고력과 협동, 소통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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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인공지능의 한계도 지적했다. 인공지능은 일종의 블랙박스 시스템으로 왜 어떤 결정을 했는지와 또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구글이 흑인 여성을 고릴라로 잘못 인식한 것처럼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오고,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을 가르치기 어려운 것도 한계라고 지적했다.
AI가 감정을 가질 수 있는지와 안전성 및 도덕성, 또 발전을 규제해야 하는 가가 논란거리라고 소개한 김 원장은 “AI의 능력과 가치, 위험을 먼저 이해하고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면서 “이런 변화에 대응을 잘하면 기회가 되는데, 교육 등에서 변화에 대응하는 수준이 기존 것을 완전히 뒤엎는 혁명적인 것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원장 발표 이후 한국포스트휴먼학회 회원들은 바람직한 SW코딩 등 AI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놓고 김 원장과 열띤 질의 응답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