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8일부터 은행 외에 국내 핀테크 기업들도 소액해외송금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으나 실제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엄격해진 국제법을 따라야한다는 어려움이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핀테크 기업들은 기존 은행과 마찬가지로 해외송금에 글로벌 스탠다드로 통하는 자금세탁방지(AML), 테러자금조달금지(CFT) 등 국제법을 준수해야한다.
새로운 비즈니스에 공을 들이는 국내 핀테크 기업들은 최초 한 번은 돈을 보내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번거로운 비대면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야하고, 관련 정보를 금융당국에 제공해야하는 등 넘어야할 산들이 남아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역량이 국제법을 지키기 위한 체계를 갖추는데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5일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서울 역삼동 HJ컨벤션센터에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금융정보분석원, 한국은행 등 금융당국과 핀테크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새로 시행되는 소액해외송금업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핀테크기업, 해외송금 비즈니스 하려면…
기재부는 외국환거래법을 개정해 오는 18일부터 정식 시행한다. 이에 따라 은행이 아닌 핀테크 기업도 소액해외송금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기존 법, 제도 안에서 핀테크 기업들이 풀어야하는 문제들이 여전히 많다는 점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소액해외송금업자들은 특정금융정보법 제5조의2에 따라 고객확인, 의심거래보고, 전신송금 시 정보제공 등 의무를 가진다.
먼저 고객확인은 고객의 이름, 주소, 연락처 등 기본 정보와 함께 실제로 해당 계좌를 소유한 사람이 맞는지와 함께 금융거래 목적, 자금을 어디서 조달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이밖에도 100만 혹은 미화로 1천달러가 넘는 자금을 송금할 때에는 송금인, 수취인의 성명, 계좌번호 등을 송금받는 금융회사에 제공해야한다.
두 가지 경우는 소액해외송금업자가 내용을 기록해 제출하면 되기 때문에 크게 어려운 작업은 아니다.
■넘어야 할 큰 산 '국제법'
보다 큰 어려움은 AML, CFT 등 국제법이 규정한 불법 자금의 해외 송금을 막기 위한 강력한 규정을 준수해야한다는 점이다.
소액해외송금 서비스를 하는 핀테크 기업들은 앞으로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국내외로 송금된 돈이 자금세탁이나 테러자금을 조달하려는 근거로 사용됐는지를 판단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제공해야한다. 이는 글로벌 표준이다.
금융정보분석원 기획행정실 김효신 사무관은 "10년 전과 비교해 AML/CFT와 관련해 해야할 일이 굉장히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먼저 핀테크 기업들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정한 국제기준에 따라 내부통제제도를 마련해야한다. 임원급 보고책임자를 지정하고, 정기적으로 직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진행해야하며, 독립기관을 통해 감사를 진행하며 FIU에 보고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한다.
테러단체나 범법자 등에 대해서는 요주의 리스트로 저위험군은 3년마다, 고위험군은 1년마다 확인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여기에는 의심거래보고제도(STR), 고액현금거래 보고제도(CTR)도 포함된다. STR은 의심되는 거래를 보고하는 것을 말하며 CTR은 금융기관이 소액해외송금서비스를 제공할 때 같은 사용자가 하루 동안 2천만원 이상 현금거래를 한 경우 별도로 보고하는 체계를 갖춰야한다.
이러한 전반적인 과정에 대해 "법만 잘 지킨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잘 지키고 있다는 것까지 입증해야한다"고 김 사무관은 강조했다.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최초 한번 비대면 실명확인 거쳐야
그동안 핀테크 기업들이 소액해외송금업을 하기 위해 금융당국에 보다 명쾌한 해석을 요청했던 것은 해외송금 때마다 돈을 보낸 사람, 받는 사람이 모두 실명확인절차를 거처야하냐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돈을 거래할 때마다 번거로운 확인절차를 진행해야한다는 불편함이 있는 탓이다.
금융위원회 은행과 이수암 사무관은 "기본적으로 핀테크 기업들 역시 은행계좌를 통해서만 해외송금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때문에 최초 한 번만 비대면 실명확인 절차를 진행하면 이후 같은 계좌를 활용한 거래에 대해서는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내외국인 구분 없이 처음으로 해외 송금하기 위해서는 비대면 실명확인이 필요하나 그 뒤에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다만 이 과정이 보다 원활하게 진행되려면 기존 은행 계좌를 보유한 국내 은행들과 핀테크 기업들 간에 송금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하나 은행 측에서 적극적으로 연동시키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외환전산망 연결…직접 해도, 중계기관 거쳐도 OK
소액해외송금 비즈니스를 하려는 핀테크 기업은 한국은행이 관리하는 외환전산망에 송금 관련 정보를 제공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직접 한국은행과 연동되는 가상사설망(VPN) 등을 구축해 전용망을 쓰거나 아니면 이를 지원해주는 중계기관을 거쳐야 한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값비싼 비용을 들이고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힘든 핀테크 기업들을 위해 중계기관 역할을 하는 방안을 기재부, 한국은행과 협의 중이다. 이렇게 되면 핀테크 기업들이 직접 한국은행과 연동하지 않더라도 협회를 통해 이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관련기사
- 핀테크 업체 해외송금 "중간매개 비트코인도 가능"2017.07.05
- 갤럭시아컴즈, 싱가포르 해외송금 업체 제휴2017.07.05
- Sh수협은행, NHN 등과 손잡고 모바일 해외송금 확대2017.07.05
- 간편송금앱 토스 만든 비바리퍼블리카, 국제보안인증 취득2017.07.05
그러나 송금 정보는 기업기밀로 분류될 수 있는 중요한 정보인 만큼 협회를 거치는 방안을 부담스러워하는 일부 핀테크 기업도 눈에 띈다.
한국은행 국제국 외환정보팀 조원빈 차장은 "핀테크 기업이 직접 비용을 부담해 전용망을 마련하거나 협회가 검토 중인 중계기관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더라도 크게 상관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