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서 모빌리티까지...카카오는 자꾸 떼낼까

빠른 경영-책임경영 강점…홀로서기 성공할지 관심

인터넷입력 :2017/07/05 08:09

손경호 기자

카카오가 올들어서만 2개 사업부를 떼어냈다.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모빌리티가 그 주인공들이다. 여전히 카카오란 대주주의 후광을 얻긴 하지만, 이제 이들은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카카오는 왜 간판 사업부 중 하나였던 핀테크와 모빌리티를 별도 회사로 독립시켰을까? 그리고 카카오 우산을 벗어난 이들은 과연 의미 있는 수익을 내면서 자리잡을 수 있을까?

카카오 및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분사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독립된 기업으로 분사되면서 개별 사업에 대한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진다는 점이다.

두번째로는 카카오 전체가 아니라 핀테크, 모빌리티 등 특정한 사업부에 흥미를 가진 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쉬워진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시장가치가 저평가돼 있었던 사업부가 분사하면서 높은 성장 가능성을 본 이들의 투자가 집중될 가능성이 커진다.

모회사인 카카오와 비교해 적은 투자금으로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고, 관련 사업의 매출증가, 비용개선 등 역시 빠르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번째로는 카카오 입장에서 분사시킨 사업부별로 책임경영을 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은 이러한 사업부가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며 안착되기까지 카카오가 부담을 떠안아야했다. 반면 앞으로는 어느 정도 성장궤도에 오른 이들이 독립 회사로서 홀로서기를 하면서 임직원들에게는 스톡옵션을 주는 등 실적을 낸 만큼 거둬 들이는 동기부여를 할 수 있게 된다.

■ 다음웹툰-네이버웹툰 사례 보니

앞서 카카오는 웹툰 서비스를 분사시키면서도 이 같은 목표를 분명히 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9월 다음웹툰을 카카오페이지를 운영 중인 콘텐츠 부문 자회사인 포도트리 내 사내독립기업(CIC)으로 분사시켰다. 그동안 카카오가 운영하고 관리해왔던 사업부를 포도트리가 직접 관리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기다리면 무료' 등 서비스와 연계한 유료화 모델을 적용해 국내서 성공적인 모바일콘텐츠 플랫폼으로 안착한 카카오페이지를 운영했던 포도트리가 다음웹툰 역시 양적, 질적으로 키우면서 카카오페이지와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런 가치를 인정받은 포도트리는 지난해 12월 글로벌 투자사인 앵커에퀴티파트너스가 참여한 컨소시엄을 통해 1천25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비슷한 사례를 네이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5월1일 네이버로부터 분사한 네이버웹툰 주식회사에 대해 네이버는 "웹툰 제작 및 배포 사업에 집중하면서 해당사업 부문의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지배구조 체계를 확립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가 최근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를 별도 주식회사로 분사시킨 것과 다음웹툰, 네이버웹툰이 분사한 것은 근본적으로 성장성이 높은 사업부를 홀로서기 시킨다는 점에서 의도가 다르지 않다.

■ 성장성 큰 사업부 홀로서기, 인터넷 기업 트렌드로 부상

카카오 관계자는 "각 사업 부문별로 분사를 시키는 것은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빠르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조직을 슬림화하고, 필요한 인력을 빠르게 수급하며 외부 투자 유치에도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한 것처럼 성장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서 떼어내기 식으로 이런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분사는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가 각자 비즈니스 영역에서 사업 파트너를 확보하기 수월해진다. 이전까지 카카오의 사업부라는 이유로 경쟁관계에 놓여있던 잠재 파트너사들이나 투자사들이 카카오 대신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라는 별도 회사와 협업 관계를 맺으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카오 관계자는 "모빌리티만 보더라도 해외 우버나 이런 사례에서 보면 엄청난 투자를 받으면서 성장을 해나가는 상황"이라며 "카카오 안에만 머물러 있을 경우 과연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이 될 것이냐는 고민에서 외부 투자를 용이하게 해서 빨리 성장시키는 것이 맞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의사결정이 빨라지게 된 카카오모빌리티는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카카오택시 수익화 모델 적용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발빠르게 움직임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는 분사를 결정하는 동시에 글로벌 대체 투자자인 TPG가 구성한 컨소시엄으로부터 5천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TPG는 에어비앤비, 스포티파이, 우버 등 공유경제기업에 대해 다양하게 투자해왔다.

카카오페이는 결제, 청구서, 송금, 포인트 외에도 카카오톡과 연계해 전자서명이 필요한 등기우편, 자동 이체 출금 동의 등 서비스 분야에서 B2B 사업에 나서는가 하면 지난 2월 알리페이 모회사인 앤트파이낸셜로부터 2억달러 투자를 유치하면서 각 사가 보유한 가맹점을 공유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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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사를 결정하는 동시에 적극적인 투자유치와 빠른 의사결정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알파벳을 모회사로 두는 것이나 네이버가 CIC를 확대하는 것처럼 전반적으로 인터넷 기업들 사이에 '쪼개야 산다'는 흐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카카오 내 사업부에 대해 그동안은 모회사가 적자를 받아줘서 키워놓았고, 트래픽이 어느 정도 유지되기 때문에 자회사로 분사시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