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뱅크, 카카오뱅크처럼 새로운 서비스 창구와 데이터 활용 기술로 무장한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금융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출현과 영향력 확산에 맞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이 형성되고 있다. 금융사를 고객으로 둔 IT서비스업체 LG CNS의 진단이다.
LG CNS는 27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기자간담회를 통해 금융사를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금융' 사업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금융사의 디지털혁신(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론, 기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다.
LG CNS는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신흥 기술의 영향으로 국내외 금융산업분야의 변화가 클 것이라 전망했다. 신기술 도입, 인프라 재편, 전면적 혁신 등을 준비하려는 금융사를 위해 '4대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제안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홍근 LG CNS 금융사업담당 상무는 “금융사가 변화에 대응하려면 내부 프로세스를 바꾸고 디지털혁신을 수행해야 하는데 장기적인 기술 개발, 대규모 투자, 전문성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면서 “LG CNS는 금융SI 산업 역량을 보유했고, 이미 자체 확보한 핵심 영역 기술과 나머지 제휴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해 금융사 혁신을 지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금융권도 피할 수 없는 디지털혁신 바람
“뱅킹은 필수지만 뱅크는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의 말이다. 은행 기능을 대체할 다양한 IT서비스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을 잘 묘사했다. 실제로 전통적 금융산업이 혁신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생존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진단이 많다.
금융 산업에 IT를 접목한 핀테크기업들은 2010년부터 등장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미국 최대 개인간(P2P) 대출업체 랜딩클럽의 연간 대출규모는 9조원에 이른다. 학자금 대출만 전문으로 하거나, 학자금 대출 채권으로만 다루는 업체도 있다. 지난해 5월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는 127개 핀테크 업체를 통해 전통 은행을 완전히 해체할 수 있다는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해외 글로벌 금융 기관들은 위기를 빠르게 감지하고, AI, 챗봇, 로봇 등을 이용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과감하게 투자해 왔다. 골드만 삭스는 IT직원이 4만명에 이르며 스스로 더이상 금융회사가 아니라 IT기업이라고 부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AI엔진으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일본 미즈호은행은 영업점에 로봇을 배치해 고객응대에 활용하고 있다.
해외에 비해선 다소 느리지만, 우리나라 금융 산업 지형도 바뀌고 있다.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고, 올해 4월 국내 최초 인터넷은행인 K뱅크가 출범했다. 출범 사흘만에 가입고객 10만명을 돌파했고 70일만에 여수신 목표 1조원을 달성했다. 다음달에는 두 번째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출범할 예정이다.
앞으로 더 많은 변화가 금융산업에 예고돼 있다. 국내 금융과 IT 결합은 아직까지 은행 창구를 방문하지 않아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비대면 채널’ 개발에 집중돼 왔지만, 향후 AI 및 머신러닝(기계학습), 지능형 챗봇, 블록체인 기술 등과 결합돼 디지털 금융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국내 디지털 금융 시장은 2020년까지 2조2천억원 규모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 상무는 “지난해까지 결제, 송금, 인증 등 일부 핀테크 기능 위주로 금융 산업이 발전해 왔다”고 진단하며 “올해와 내년엔 AI와 로봇, 플랫폼이 변화를 이끌 것이며 2020년에는 사물인터넷(IoT), 가상증강현실(VR.AR) 등 모든 영역에서 금융 서비스가 가능한 파이낸스 에브리웨어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 금융사 디지털 혁신을 위한 7대 영역
그는 이어 "단순한 단위기술이나 독립적인 개별 기술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디지털금융시대에 걸맞는) 서비스를 할 수 없다"면서 '디지털 금융 7대 영역'과 '디지털 금융시스템 블루프린트'라는 제목의 도안을 제시했다.
디지털 금융 7대 영역은 금융사가 미래 금융산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받아들여야 할 변화와 기술의 범주를 시스템의 채널, 인터페이스, 솔루션, 비즈허브, 어낼리틱스, 인프라, 파트너십으로 나눠 정의한 것이다. 블루프린트는 금융사가 이 7대 영역의 목적에 맞게 기존 시스템을 변경하거나 추가 도입해야 하는 구성요소를 포함한 일종의 시스템 구성 지도였다.
LG CNS의 설명에 따르면 우선 채널 영역에는 챗봇같은 대화형, 또는 IoT와 가상채널을 활용한 고객 UX확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소셜, 챗봇, 가전 및 자동차, 웨어러블, 가상현실(VR) 등 웹과 모바일을 넘어선 비대면채널 지원이 고려돼야 한다.
인터페이스 영역은 개방형API를 활용한 내외부 표준 환경을 제공하는 형태로 새로 만들어져야 한다. 관리포털 기반으로 공통API, 비즈니스API, 상품API 제공이 고려돼야 한다.
솔루션 영역에는 핀테크 등 간편서비스 구축을 위한 수단이 필요하다. 간편결제와 국내 송금, 해외송금과 환전을 넘어서 P2P 대출과 O2O 결제, 로보어드바이저, 개인자산관리서비스(PFMS)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비즈허브는 디지털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기존 코어 뱅킹시스템과 별도로 새로 구축돼야 하는 영역이다. 시스템 방문, 접속, 로그인, 상품검색, 거래 등 전체 흐름을 아우르는 이벤트프로세싱 시스템, 마케팅과 세일즈와 상담과 자산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옴니채널 프로세스가 포함돼야 한다.
어낼리틱스 영역에는 기존 데이터웨어하우스(DW) 및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에 더해 빅데이터, 텍스트분석, 머신러닝을 활용한 통합분석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인프라 영역에는 클라우드 및 고성능컴퓨팅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파트너십 영역에는 블록체인, AI서비스, 데이터서비스, 핀테크 사업자와의 생태계 기반 협업을 위한 서비스가 필요하다. 블록체인 쪽은 비즈니스솔루션이나 프레임워크 또는 공유원장 기술을 갖춘 업체와의 협업이 전제된다. AI서비스 쪽은 음성AI, 투자추천, 알고리즘 기술을 갖춘 업체와의 협업이 고려된다. 데이터서비스 쪽은 데이터 제공자, 이종산업 사업주체와의 협업이 지원돼야 한다.
■ LG CNS 4대 디지털 금융 서비스
LG CNS 금융 사업 전략의 핵심은 회사측이 정의한 디지털 금융 7대 영역과 블루프린트 도안을 바탕으로 금융사들이 디지털혁신을 실현하도록 돕는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 사업은 각 금융사 현황에 따라 수준별 4가지 '디지털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구체화된다.
디지털금융서비스 중 하나는 '디지털 신기술 적용 서비스'다. 금융사가 챗봇 시스템 구축, 영업점 로봇 도입, 핀테크서비스 브랜드화 등 디지털신기술을 적용한 개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돕는 서비스다.
다른 하나는 '디지털 인프라 재편 서비스'다. 오픈소스소프트웨어 기반 클라우드 서비스, GPU 기반 AI 인프라, AI 인프라, 빅데이터 인프라 등 디지털서비스 제공을 위한 인프라 아키텍처 대체 또는 신규 인프라 도입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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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플랫폼 기반 금융 서비스'다. R3 컨소시엄 기반 분산원장 서비스, 금융 및 통신 데이터를 연계한 빅데이터 서비스 등 내외부 및 이종산업간 데이터 연계 사업 추진을 돕는 서비스다.
마지막 하나는 '전사적 디지털 비즈니스 전환 서비스'다. 디지털 비즈허브 영역 중심으로 '포스트(Post) 차세대' 프로젝트를 수행한다든지 빅데이터, AI, 마케팅 통합 지능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 기존 금융시스템을 전면적으로 혁신하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