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성' 플리토, 왜 AI 번역 전면에 내세우나

"서비스 고도화 필요한 기업과 B2B 협업" 강조

인터넷입력 :2017/06/08 18:25

손경호 기자

'집단지성 번역' 서비스를 제공해 온 스타트업 플리토는 왜 인공신경망 기계번역(NMT)에 눈을 돌렸을까?

그 동안 플리토는 전문 번역가나 일반인들이 참여해 사용자들이 요청한 문장이나 문서를 실시간으로 번역해 올리고 해당 내용이 부자연스럽거나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다른 이들에게 재번역을 요청하는 방법을 주로 활용해 왔다.

이런 방식을 통해 플리토는 번역에서만큼은 인간들이 협업해서 내놓은 결과가 AI 보다 낫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랬던 플리토가 왜 NMT까지 끌어안으려고 하는 것일까?

8일 이정수 플리토 대표에 따르면 새로워진 플리토는 시스트란이 보유한 NMT 기반 번역엔진에 그동안 집단지성 번역을 통해 쌓은 번역데이터를 학습시켜 더 정확한 결과물을 내놓는다.

최근 구글 번역, 네이버 파파고 등은 NMT를 통해 단어나 구 대신 문장 단위로 자동번역을 시도해 이전보다 자연스러운 번역 결과물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때문에 집단지성 번역을 포함한 인간 번역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플리토는 NMT가 이전보다 정확해진 것은 맞지만 여전히 사람의 손을 타야하는 경우들이 생긴다고 설명한다. NMT로 번역을 하더라도 단어를 다른 의미로 해석해 부자연스러운 문장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 목격되기 때문이다.

이정수 대표는 집단지성 인간 번역과 NMT가 경쟁이라기보다는 협업관계라고 설명한다.

이 대표는 "플리토의 번역서비스는 궁극적으로는 AI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들에게 필요한 정확한 번역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들이 협업해서 만든 번역데이터가 NMT를 가진 기업들이 더 나은 번역결과를 내놓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플리토가 그동안 확보한 번역데이터를 학습시킨 NMT 방식을 서비스하기 시작한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확인해 보기 위한 작업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NMT가 나오기 전까지는 자동번역의 퀄리티가 좋지 않았다"며 "지금은 NMT에 플리토가 확보한 집단지성 번역데이터를 학습시켜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빠르게 번역결과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필요하면 다시 집단지성 번역을 통해 더 나은 번역결과를 내놓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업그레이드된 플리토는 사용자가 어떤 문장에 대한 번역을 요청하면 시스트란 엔진과 자사에서 확보한 번역데이터를 통해 NMT로 자동번역한 결과를 우선 보여준다.

이와 함께 그동안 집단지성 번역을 요청했던 유사 문장에 대한 번역결과가 함께 표시된다.

사용자 입장에서 이렇게 추가로 제시된 내용도 만족할 만한 번역 결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 이전처럼 플리토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번역가나 일반인들에게 집단지성 번역을 재요청할 수 있다. 번역결과 아래쪽에 '더 나은 번역결과가 필요하세요?(지금 요청하기)'를 클릭하면 된다.

NMT를 적용해 보는 대신 플리토는 사용자들에게 더 빠르게 번역 결과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전까지는 집단지성 번역이 결국 다른 사용자들(번역가, 일반인)에게 번역을 요청해야하는 탓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이 대표는 "NMT가 더 자연스러운 결과를 내놓을 수 있도록 학습시키는 과정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플리토가 보유한 집단지성 번역데이터를 AI 기반 서비스를 구상 중인 곳에 제공하는 B2B 비즈니스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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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플리토는 바이두, 네이버, 삼성전자 등에 이러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비즈니스를 진행 중이다.

베타버전으로 출시된 이 AI 번역 서비스는 현재 한국어, 영어, 중국어(간체 및 번체), 일본어를 포함해 총 18개 언어 번역을 지원한다. 더 개선된 기능이 추가된 정식 업그레이드 버전은 9월경에 출시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올 하반기 부터는 모바일앱 이외에 플리토 웹에서도 이런 기능을 지원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