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클라우드, SaaS 구매법조차 모른다

[클라우드 활성화③]패키지 SW 팔 때보다 불리

컴퓨팅입력 :2017/06/09 10:34    수정: 2017/06/09 10:42

정부가 클라우드 산업 활성화를 위해 '공공분야의 선제적 클라우드 도입'을 약속하고 나섰다. 그러나 소프트웨어(SW) 업체들의 반응은 기대반 우려반이다. SW기업들이 클라우드 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초기 시장을 만들어 주길 바라는 마음은 크지만, 과거 패키지 SW를 대하는 정부의 인식을 보면 괜한 기대일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국내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산업은 공공 시장을 발판 삼아 싹을 틔울 수 있을까? 그렇게 되려면, 당장 풀어야할 숙제들이 많다. 우선, 공공기관이 SaaS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조달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그 다음엔 과거 패키지 SW를 도입할 때 제기된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특히 시스템통합(SI) 중심의 SW 도입, 라이선스 단가 후려치기만은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공공 IT시장은 오히려 사업을 할수록 적자만 나는 계륵같은 존재가 될 공산이 크다.

공공기관 SaaS 제품 구매할 방법 마련해야

SaaS는 SW를 서비스로 이용하는 제품이다. 매달 혹은 매년 사용한 라이선스 수만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런 방식의 SW 구매는 지금까지 공공시장에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공공기관이 쓰고싶은 SaaS 제품이 있어도 당장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몰라 망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IT자원의 클라우드 시대에 맞춰 조달 체계를 개선해야 하지만, 현 체계 안에서 공공기관이 SaaS를 구매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조달청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주관하는 클라우드 품질·성능 검증을 통과한 제품에 한해 나라장터 쇼핑몰에 등록해 주기로 했다. SaaS 품질·성능 검증 평가 기관으로 선정된 클라우드산업협회의 김영훈 부회장은 “갑지가 약 50 개의 회사가 품질 검증을 신청해 지금 협회 인력이 감당할 수 있는 30여 개 업체 먼저 검증을 시작했다”며 “품질 검증받은 제품에 대해선 나라장터를 통해 구매할 수 있게 됐으니, 앞으로 (SaaS 기업의 공공시장 진출) 길이 열렸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보화진흥원(NIA)에서 운영하는 클라우드 마켓플레이스 ‘씨앗’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씨앗은 클라우드 수요자와 공급자를 직접 연결해 주는 시장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제품의 상세정보 검색, 가격 협상 등 수요자가 실제 클라우드를 구매하는 데까지 필요한 사안을 지원한다.

공공 클라우드 유통체계 정립을 위한 향후 계획 (자료=NIA)

나라장터나 씨앗에 올라온 SaaS 상품의 수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그럼에도 거래를 위한 ‘시장’은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구매할지 여전히 애매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기관의 특성상 스스로 클라우드 도입에 적극 나서길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서둘러 이용 방법과 절차에 대한 중앙정부 차원의 확실한 지침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영훈 부회장은 “SW업체들은 SaaS를 판매할 방법이 다 마련되어 있는데 공공기관들은 지금까지 단품 구매만 해왔기 때문에 구매 방법을 잘 모르고 있다”며 "액수가 적으면 SW 용역으로 하든, SW구매 계약으로 하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공공기관의 민간클라우드 도입 활성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NIA는 빠른 시일 내에 클라우드 서비스 가입 및 이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할 계획이다.

NIA 김은주 공공클라우드 지원센터장은 “클라우드는 자산으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에 가입해 이용하는 것인데, 이는 공공이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기 때문에 공공부문 클라우드서비스 가입 이용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공공이 ICT자원을 서비스로 이용해 보지 않았을 뿐, 시장조사 보고서 등은 이미 서브스크립션(구독) 방식으로 이용해 왔다”고 말하며 가이드라인 제정만으로 빠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SaaS 도입 취지 무색케 하는 비상식적 관행 청산해야

일반적으로 민간 시장에서 SaaS는 인프라가 포함된 개념이다. SW기업이 자체 인프라나 퍼블릭 클라우드의 서비스형인프라(IaaS) 위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SW 입장에선 공공기관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면 가장 좋겠지만, 일부 서비스는 기관 내 서버를 벗어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공무원들이 업무에 직접 사용하는 것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지금도 망분리 정책에따라 업무용 행정망과 외부망이 분리되어 있어 업무용 영역은 외부 클라우드를 이용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공공기관 클라우드 업무 협업 시스템인 Ni클라우드도 내부 업부용이기 때문에 망이 분리돼 있다.

공공기관에서 퍼블릭 SaaS를 쓰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아 보이자, 공공 클라우드 시장이 커스터마이징 중심의 SI 사업으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SW 기업 공공영업 담당자는 “공공에선 인프라만 클라우드형태로 쓰고 SW는 사실상 구축형으로 쓸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방식을 엄밀히 말해 클라우드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이렇게 되면 사업자는 퍼블릭 제품과 별도로 공공기관용 제품 버전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부담도 크다”고 덧붙였다.

기존 공공 IT 시장에서 패키지 SW의 위상이 낮았는데, 같은 맥락에 있는 SaaS라고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 SW 기업 담당자는 "과거처럼 라이선스 가격을 깎으면 클라우드에선 그 손해를 SW기업이 고스란히 끌어 안는 구조가 됐다”며 걱정했다. 예전에는 공공에서 예산에 맞춰달라고 하면, 하드웨어를 사서 그 위에 솔루션을 올려주는 방식으로 적당히 마진을 남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인프라에 대한 비용을 SW기업이 부담하는 SaaS 구조에선, 공공이 라이선스 10개를 사면서 20명이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면 SW기업이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그는 또 “최근 진행되는 공공분야 클라우드 과제를 보면 기관이 입맛 맞춰 서비스 정책을 요청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며 “정해진 예산에서 성과를 보여주려니까 무리하게 요구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서비스나 라이선스 정책은 서비스 업체가 정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공 SaaS 시장 너무 작은 것 아닌가

시장이 커지려면 수요와 공급이 함께 늘어야 하는데, 지금 공공 SaaS 시장은 수요도, 공급도 미미한 상태다.

아직 공공 클라우드 도입과 관련해 과제 수준의 사업이 전부다. 이마저도 IaaS 중심으로 SaaS 사업은 더 드물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해 공공부문의 클라우드 도입 확대를 위해 추진한 클라우드 선도프로젝트 11건 중 SaaS 사업은 ‘클라우드 기반 초중고 SW교육’과 ‘공공기관 스마트협업 클라우드’ 단 2건이다.

수요는 보이지 않는데 시장에 진입하려면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 SaaS기업들이 공공시장 진출을 주저하게 만드는 이유다. 공공기관에서 사용되려면 보안인증을 받은 인프라 위에서 구동돼야 하고 공공 환경에 맞춘 커스터마이징이 요구된다는 점은 특히 허들로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클라우드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변화다. 향후 공공에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을 생각하면, 지금부터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영훈 클라우드산업협회 부회장은 “업계에선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SaaS 시장이 언제 열릴지 모르는데 공공기관용 버전을 만들 수 있겠느냐는 얘기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트렌드를 보면 클라우드로 전환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며 "이런 점에서 시장을 선점하려고 움직이는 업체들이 이미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중소중견 SW기업들도 보다 공공시장용 SaaS 제품을 쉽게 만들고 또, 효율적으로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제시되어야 한다.

협업 SW 전문 업체 날리지큐브의 강원규 기술 이사는 퍼블릭 SaaS 제품을 공공 업무환경에 쉽게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개발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공공에서 공통으로 요구되는 환경을 서비스형플랫폼(PaaS)형태로 제공하는 G파스타가 생기면 공공 시장용 SaaS 개발이 좀 더 수월해 질 것 같다”고 말했다. 파스타는 정부에서 만든 클라우드 표준 프레임워크다. 사용자 정보, 조직정보, 문서암호화 등 공공에서 요구되는 기본 라이브러리를 탑재한 파생버전을 만들자는 게 그의 아이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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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과컴퓨터 관계자는 SaaS 업체들이 서로 서비스를 연동할 수 있으면, 공공시장 진출이 훨씬 수월해질 것으로 봤다.

그는 “향후 3~4년 안에 여러 SaaS 업체를 모아서 플랫폼을 만들고 공공기관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공공 클라우드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며 “그렇게 될 때를 대비해 서로 연동했을 때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서비스들은 API나 서비스레이어 등을 맞춰 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