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부평구 S 오피스텔에 거주하던 Y 씨는 하루아침에 전세 보증금 4천만원을 잃고 집을 비워줘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중개 수수료 절약 등을 위해 몇 년 전 네이버의 한 카페를 통해 직거래 한 것이 화근이 됐다. Y 씨는 해당 오피스텔이 강제 경매에 넘어간 매물인지도 모르고 계약했다. 새 소유주가 확정되면서 집을 비워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전세 보증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던 오피스텔 건물주의 계획된 사기였던 셈이다. 같은 오피스텔에 거주한 56세대가 모두 같은 피해를 입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 샴페인에 관심이 많은 A씨는 한 유명 샴페인잔을 직거래하기 위해 지하철역에서 판매자를 만나 시중가 5만원 짜리 샴페인잔을 4만원에 구매했다. A씨는 현장에서 물건을 확인하면서 잔이 좀 두껍다 싶어 판매자에게 물어봤으나 판매자는 원래 그렇다며 돈을 받고 자리를 떠났다. 안전한 장소로 이동한 A씨는 아무래도 이상해 판매자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판매자는 환불해줄 의무가 없다며 고소하든 마음대로 하라며 배짱을 부렸다.(블로그 게시물 참조)
인터넷 직거래로 인한 사기 피해가 끊이질 않고 있다.
남 얘기겠지 라거나, 어떻게든 구제 받을 길이 있겠지 생각했다가 Y씨 처럼 일순간에 거금을 날리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다. 그런가 하면 A씨처럼 소액이지만 ‘눈 뜨고 코 배간’ 경우도 적지 않다.
억울하긴 하지만 Y씨나 A씨 같은 경우 중개 플랫폼이나 서비스로부터 마땅히 구제를 받을 길이 없다.
Y 씨의 경우 오피스텔이 경매로 넘어간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피해를 끼치고 잠적한 오피스텔 소유주를 찾아야 한다. 안타깝지만 그는 새로운 소유주들한테도 이전의 전세 보증금을 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
A 씨 같은 소액거래 피해도 속수무책이긴 마찬가지다. 일단 개인 간 중고거래는 환불 의무가 없다. 게다가 직접 거래를 통해 확인까지 했기 때문에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수밖에 없다. 4만원 손해 때문에 더 큰 돈을 들여 소송비용을 감당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선택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 온라인 직거래 사기 피해규모는 200억여원에 이른다. 총 발생건수가 6만7천861건인 점을 감안하면 한 건당 평균 30만원 가량의 피해가 발생했단 계산이 나온다.
결국 부동산이든 중고 물품이든 직거래를 희망하는 사용자들이 사전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
■ “부동산 직거래, 가급적 피해야”
전문가들은 금액은 큰 부동산은 가급적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직거래를 피할 것을 권하고 있다. 그만큼 피해 발생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인 ‘직방’이 최근 직거래 서비스를 종료한 것도 비슷한 우려 때문이었다.
직거래를 꼭 해야 한다면 계약 전 등기부등본을 떼어 담보, 압류, 가압류 등의 사실이 있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계약 시 실소유주와 직접 하는 게 맞는지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도 꼭 대조해 봐야 한다.
또 실소유주가 아닌 대리인과 계약할 경우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확인해야 한다. 위임장에 매물주소, 위임인과 대리인 인적사항, 대금 수령 권한까지도 위임된 것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이 밖에 일정 비용을 들여 중개업체가 제공하는 안심직거래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피터팬의 좋은방 구하기' 카페의 경우 안심직거래 이용 시 보증금 1억(이용료 5만원 기준)까지 보장해주며 등기부 확인을 통한 권리분석과 임대차 계약서 초안을 제공한다. 이 밖에 임차권 문제 무료 법률 상담과, 보증금 반환소송 무료 대행도 해준다.
직방 관계자는 “부동산 직거래 서비스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사용자들의 반발이 일부 있음에도 직거래 서비스를 최근 중단했다”며“ 위험과 부담을 안고 직거래를 하기 보다는 공인중개사와 함께 집을 알아보는 것이 더 안전하다. 공인중개사는 집을 안내하는 역할에 더해 해당 건물과 계약에 대한 보증을 서는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는 직접 서비스가 아닌, 다양한 부동산 중개 업체로부터 매물 정보를 제공받고 있다”며 “직거래 물량의 경우도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로부터 검증받은 경우만 등록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부동산 직거래 서비스와 차별성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 중고물품 “맑은 날 만나 꼼꼼히 살펴봐야”
중고물품 직거래의 경우는 판매자와 만나는 장소 결정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실물 확인이 용의한 조명이 밝은 장소에서 만나고, 맑은 날씨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실물 확인이 끝나면 판매자와 다시 만나기도 어렵고 환불을 요구할 수 없으므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꼼꼼히 물건을 살펴봐야 한다.
또 성사 가능성은 낮지만 직거래를 하더라도 비용 지불 시 에스크로(상거래 시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신뢰할 수 있는 중립적인 제삼자가 중개해 금전 또는 물품을 거래를 하도록 하는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대금 지불을 늦출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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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는 구매자가 판매 물품 가격의 1~3%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고, 판매자도 대개 바로 돈을 받기 원하기 때문에 널리 사용되지 않는다. 중고나라를 운영하는 큐딜리온에 따르면 택배 거래의 경우도 에스크로 제도를 이용하는 경우는 전체 거래의 1% 내외로 적다.
큐딜리온 관계자는 “중고물품 거래 사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직거래를 추천하고 있는데, 직거래 사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맑은 날 거래할 것을 추천한다”면서 “직거래 이후 물건에 이상이 생겨도 환불 받기가 어려우므로 판매자와 만났을 때 충분한 시간을 갖고 꼼꼼히 제품을 살펴보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중고나라-경찰청-72TV '중고거래 사기예방 캠페인' 동영상 보기)